백화골 푸른밥상

주소 : 울주군 두서면 내와1길3 / 연락처 : 010-2336-0748 / 유기농 인증번호 : 07100003

농부의 하루/2009년 89

2월말까지 겨울휴가입니다

오늘에야 농사 정리가 끝났습니다. 작물 뽑아내고, 비닐과 부직포 걷고, 밭에 유기물 넣고, 미생물 뿌리고, 관수 시설 동파 방지하고… 1주일 넘게 뒷정리를 하는데 참 힘들었습니다. 유기농사는 땅의 기운을 살려 작물이 잘 자라도록 땅심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을에 심었던 옥수숫대를 작두로 하나하나 썰어서 밭에 뿌렸습니다. 왕겨와 낙엽도 함께 넣어주고 깊게 쟁기질을 했습니다. 물을 잔뜩 틀어서 물 소독을 하고 유용미생물을 뿌려줬습니다. 힘들었지만 내년 농사를 위해 미리 저축해둔 일이라 마음이 뿌듯하네요. 풍요로운 잔치가 펼쳐질 백화골 푸른밥상의 2010년 농사가 이미 시작된 것입니다. 올해로 농사 시작한지 5년이 됐습니다. 다섯 번 씨 넣고 기르고 거두는 작업을 되풀이하고 나니 이제 조금 농사가 무엇인..

낙엽 비 날리는 날, 제철 농산물 가족회원 마지막 발송

올해 제철농산물가족회원들에게 마지막 발송을 했다. 2월에 땅 만들기를 시작해서 3월에 씨 넣고 가꿔 봄, 여름, 가을을 지나왔다. 항상 이맘때쯤이면 작물이 기력이 쇠해지듯 농부의 몸도 힘이 달린다. 올해는 마지막 주까지 기력을 잃지 않으려고 운동선수들처럼 체력안배(?)에 신경을 좀 썼다. 오늘 드디어 마지막 발송 농산물들이 택배차에 실려 나가는 모습을 보니 홀가분하면서도 또 아쉬운 마음이 남는다. 마지막 주 발송하는 날 아침 밭으로 나가는 길, 언제나 파란 하늘과 맑은 백화산이 우리를 맞아준다. 약간 쌀쌀하기는 하지만 일하기 좋은 한 주였다. 쌈배추가 마지막 주까지 잘 살아남았다. 배추 속잎을 계속 따주는 쌈배추는 맛있는 야채이기는 하지만 사실 배추에게는 좀 미안한 일을 하는 셈이다. 끝없이 새로운 속잎..

겨울로 가는 길목, 바람 많고 흐린 날들

밤새 강풍에 천둥 번개 치며 비가 오는 날이 잦았다. 어찌나 바람이 강하게 부는지 여기저기 뭔가 부서지는 소리에 밤잠을 설쳐야 했다. 날씨는 무척 추워졌다. 오늘이 벌써 10월20일, 참 시간이 빨리 흘러간다. 10월이 시작되며 수확철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하나 고민하던 게 며칠 전 같은데. 해가 잘 뜨지 않는다. 낮에도 흐린 날씨가 이어지고 을씨년스럽게 바람이 분다. 백화골에 곧 겨울이 들이닥칠 것 같다. 어제는 황사바람까지 불었다. 서울처럼 심하진 않지만 하늘이 조금 뿌옇다. 백화산이 노랗고 빨갛게 물들어간다. 주변에 마이산, 지리산, 덕유산 등 유명한 산들이 즐비한데 구경할 시간이 없다. 일 정리가 어느 정도 되어 가뿐한 마음으로 산에 한 번 올랐으면 좋겠다. 배추가 포기가 좀 덜찼다. 일정상으로는 ..

수세미로 수세미 만들기

어젯밤 강풍과 함께 꽤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날씨 뉴스를 보니 전국적으로 내린 비였다고 하네요. 해가 뜨면서 비는 그쳤지만 흐린 날씨에 간간이 찬 보슬비도 흩뿌립니다. 아직 캐야할 것들이 많이 남아있는데 땅이 젖어있어 밭에 들어가 일을 하기가 힘이 듭니다. 이런 날엔 이런 날에 맞는 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요 며칠 맘속으로 벼르기만 하던 일을 아침부터 벌여놓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수세미로 수세미 만들기! 수세미는 처음 심을 때 거름을 넉넉히 넣어주고, 타고 올라갈 만한 지주대만 튼튼히 세워주고 나면, 수확할 때까지 별로 손을 대지 않아도 알아서 쑥쑥 잘 크는 식물입니다. 뭔가 잡고 올라갈 만한 것만 있으면 높이 높이 덩굴이 뻗어 올라가 금세 아기 수세미들을 조롱조롱 선보이지요. 처음에 고추만 한 크기..

서리가 내리기 전에…

밭에서 일하다 보면 하루하루가 금세 지나간다. 쉬지 않고 달려야 하는 10월! 예년과 다른 점이라면 조금씩 노하우가 생겨서 힘들지만 하나둘씩 일이 정리되는 게 보인다는 것이다. 땅콩, 고구마 캐고, 들깨 베고, 양배추, 브로콜리, 시금치 등 가을 제철농산물 수확하며 지낸다. 바쁘지만 나름대로 멋진 가을날들! 고라니가 들깨 냄새를 싫어한다고 해서 옥수수 옆에 조금 들깨를 심었는데 잘 됐다. 물론 고라니는 들깨 냄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옥수수를 먹으러 들어왔지만, 들깨 농사가 잘 되어 위로가 된다. 들깨는 이슬이 맺혀 있을 때 베어야 알이 떨어지지 않는다. 아침 일찍 일어나 들깨를 베어 뉘어놓았다. 쉽게 끝날 줄 알았는데, 들깨를 다 베고 나니 해가 벌써 정오 가까이 와 있다. 1주일쯤 지난 뒤 털면 된다...

농부를 설레이게 하는 아름다운 가을 아침

새벽 6시 자연스럽게 눈이 떠진다. 가을이라 수확할 농산물들이 많아서다. 할 일이 많다는 게 기쁠 때도 있다는 걸 시골에 와서 알게 됐다. 농산물 가격이 어떻든 무언가 씨를 뿌리고 가꾸어서 거두는 순간만큼은 기쁨이 넘친다. 가을이 돼서 가장 행복하고 놀라운 일은 아침에 밖에 나와 하늘을 볼 때다. 세상에나 세상에나… 오늘 아침은 더더욱 아름답다. 사실 서울 살 때는 제대로 하늘 한번 쳐다보지 않고 살았던 것 같다. 어쩌다 하늘을 봐도 그다지 아름답다고 생각해본 적이 많지 않다. 몇 년 전 뉴질랜드에 여행 갔을 때 공항에서 내리는 순간 제일 놀랐던 것은 높고 파란 하늘이었다. 정말 아름다웠다. 그런 뉴질랜드의 하늘보다 아름다운 게 바로 우리가 사는 백화골의 가을 하늘이다. 오늘도 이런 하늘을 보며 아침을 ..

평생 한 번도 보기 어렵다는 고구마꽃

“고구마는 꽃이 피지 않는다”고 대부분 농민들은 생각한다. 주변에서 고구마꽃을 봤다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다. 우리는 두 번이나 봤다. 올해도 고구마에 꽃이 폈다. 재작년인가 고구마에 꽃이 펴서 여기저기 알아보고 어떻게 해야 하나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거름기가 너무 없어서’, ‘고구마 농사가 잘 안 돼서’ 등등 갑론을박 하는 의견이 다양했는데 막상 고구마를 캐 보니 아주 농사가 잘 됐었다. 그 후로 잊고 지내다 우연히 알게 됐는데, 고구마꽃이 행운의 상징이란다. 평생 한번이라도 고구마꽃을 보면 운이 좋은 거라고. 그런 고구마꽃을 두 번이나 봤으니 역시 우리는 행복한 사람들인가 보다^^.

땅콩, 고구마 수확 시작

10월이 시작됐다. 한 해 농사짓는 기간 중에서 제일 바쁜 달이 5월과 10월이다. 5월은 밭 만들고 작물 심느라 바쁘고, 10월은 거두느라 정신이 없다. 이제 한달 내내 캘 거 캐고, 말리고, 털고, 농산물가족회원제 마무리하고 … 바쁜 날들이 기다리고 있다. 땅콩이 짐승 피해가 없어서 많이 들었다. 작년에는 땅콩 심은 곳에 꿩이 드나들면서 피해가 있었는데 올해는 운이 좋았다. 튼실하게 든 땅콩을 캐니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기분 좋은 것도 잠시. 캐도 캐도 끝이 없다. 땅콩 캐기는 일이 그리 힘들지는 않지만, 끝없는 반복 작업의 연속이라 지루하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캔 땅콩을 씻어서 햇볕에 널어 말린다. 잘 말리지 않으면 새까맣게 색도 변하고 껍질도 잘 안 벗겨져 좋지 않다. 몇 년 전까진 땅콩을 ..

난방의 계절이 돌아오다

아침저녁으로 마을 곳곳에서 장작 타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똑 떨어진 기온과 함께, 난방의 계절이 시작된 것이지요. 시골집에선 집을 따뜻하게 데우는 게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보통 시골살림에서 난방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어마어마하지요. 도시에서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누리던 ‘도시가스’가 정말 얼마나 큰 혜택이었는지를 시골살이 첫해부터 절절이 느꼈습니다. 그럼 시골집엔 도시가스 대신 어떤 난방법이 있을까요. 전통적인 구들난방. 벽난로. 갈탄이나 나무 난로. 기름 보일러. LPG 보일러. 심야전기 보일러. 전기판넬, 화목 보일러. 왕겨 보일러. 연탄 보일러. 태양열 보일러. 팰랫 보일러... 한마디로 난방이 중구난방이라고나 할까요. 정답은 없고 어떻게 하면 좀 더 저렴한 가격에, 품 덜 들면서, 기..

단비가 내리는 가을 주말

가을 단비가 내린다. 오랜 가뭄에다 늦더위로 일하기 힘들었는데 비가 내리니 좋다. 알타리무가 비를 맞고 좋아하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씨를 넣은 후 가뭄이 계속돼서 발아도 잘 안 된 편인데, 싹 난 놈들은 이번 단비를 맞고 잘 자랄 듯하다. 이참에 집안에 있는 화분들도 다 마당에 꺼내놓고 비를 맞혔다. 신기하다. 비를 맞으면 화분의 식물이 그냥 물 줄 때보다 훨씬 더 생그럽게 빛난다. 며칠 전에 고구마 밭을 바라보며 가뭄으로 딱딱해진 땅을 어떻게 파서 고구마를 캘까 고민했었는데, 참으로 고마운 비다. 알타리 외에도 노지 작물들이 오늘 하루 비 맞고 쑥쑥 자라날 터이고, 고구마랑 땅콩 캐기가 조금 쉬워질 테지. 추석을 앞둔 9월의 마지막 주말을 단비와 함께 집에서 이것저것 정리하며 차분히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