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박정선, 조계환/울주군 두서면 내와1길3/유기농인증번호 : 07100003/연락처 : 010-2336-0748

농부의 하루/2009년 89

회원이 보내준 책

“두 분이 지어주신 것만 받는 게 민망해서 저도 제가 만들고 있는 책을 한 권 보냅니다.” 라는 댓글이 블로그에 달리고 난 며칠 뒤, 정말 백화골 앞으로 책이 한 권 배달되어 왔습니다. 회원 중 출판사에서 일하시는 분이 있는데, 이 분이 책을 선물로 보내주신 것입니다. 몸의 양식을 보냈더니 마음의 양식이 되어 돌아왔네요. ㅎㅎ 이렇게 반가울 수가!! 너무나 고맙고 반가운 마음에 책 표지부터 한참 동안 감상했습니다. (모티브북). 제목부터가 만만치 않죠? 요즘 세상에 ‘계급’ 얘기에 흥미를 가질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이런 사람들에게 도전장이라도 내밀듯 제목에서부터 단도직입적으로 ‘계급’을 꺼내놓는 책이라. 그런데 재미없고 딱딱한 사회과학 서적일 거라고 판단해버리기엔 표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허름..

오랜만에 해가 나온 소중한 하루

오랜만에 백화골에 해가 났다. 하루종일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 때문에 농산물가족회원 발송을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아침 나절 잠깐동안만 비가 내리더니 먹구름 사이를 헤집고 푸른 하늘이 간만에 고개를 내밀었다. 힘들게 나온 해를 보니 얼마나 반갑고 기분이 좋던지. 아직 장마가 끝난 것은 아니라는데, 힘내서 농사지으라고 하늘이 하루 맑은 날을 내려줬나 보다 하면서 부지런히 밭에서 일했다. 애호박이 거의 열매를 맺지 못했다. 해가 안 뜨면 수확량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 확 줄어든 적은 처음이다. 참 어려운 시기로군 하며 몇 개 안 되는 애호박을 따서 돌아와야 했다. 이른봄에 심어 냉해를 입었던 가시 오이. 한동안 비실비실 하더니 막판에 기운차게 뻗어 올라간다. 하우스 천장까지 줄을 타고 ..

2009년 여름! 너를 기억하마

아주 특별한 여름이다. 비와 강풍으로 하루하루가 완성된다. 해를 본적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작물은 잘 못 자라고 병충해는 극성을 부린다. 잊을 만 하면 내리는 집중 호우에 다들 밤잠 못 자고 새벽에도 논물 보랴, 하우스 관리하랴 분주하다. 며칠 전 새벽 3시에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속옷 바람으로 하우스 문 닫으러 뛰어나가는 데 참 기분이 묘했다. 하루하루 땀과 빗물에 젖어 산다. 만나는 사람마다 이번 장마 질기다며 혀를 찬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비 피해 없냐고 안부 연락을 한다. 다행히 백화골에 큰 비 피해는 없다. 안 좋은 점이라면 작물이 너무 안 자란다는 정도. 특히 상추가 아예 성장을 멈춰 버렸다. 해를 보고 광합성을 해야 하는데 계속 흐린 날만 이어지니 그럴만도 하다. 어제 ..

장마, 잠깐씩이라도 일할 수 있는 게 행복

비가 참 많이 온다. 가뭄이란 말을 하던 게 불과 몇 주 전인데, 이젠 집 옆 계곡으로 물이 폭포처럼 흘러 내려가는 소리가 들린다. 가뭄 때는 비 좀 오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살았지만 요즘처럼 매일 비가 오니 맑은 날이 그립다. 감자 심었던 노지 밭에 가을 옥수수와 들깨를 심었다. 갑자기 폭우가 계속되면서 며칠 차이로 일이 많이 늦어졌다. 더 늦어질까봐 푹푹 빠지는 밭에서 비 맞으며 늦게까지 일을 했다. 힘들고 고된 시간이었지만, 다 심고 나니 기분이 참 좋다. 옥수수와 들깨가 잘 자라주기만을 바랄 뿐. 농사일은 시작이 있고 끝이 있어서 좋다. 비가 오고 바람이 많이 불어서 마음이 심란하다. 그저 가족회원 발송하는 시간만이라도 비가 덜 오기를 바랄뿐이다. 비가 많이 오니 농산물에 물기가 많은데다가 날이 더..

단호박 돌격대

장맛비의 기세가 며칠 동안 꺾일 줄을 모릅니다. 잠깐 갠 듯 싶다가도 금방 땅을 파헤칠 정도로 난폭하게 쏟아져 내리는 매서운 비. 수확 시기가 코앞에 다가온 단호박이 걱정이 되어 단호박 밭에 나가봤습니다. 단호박 밭은 마을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는지라 아무래도 마을 안 작물들에 비해 살뜰하게 챙겨주지 못하게 됩니다.며칠 동안 밭고랑에 물이 괴어있는 상태인데 땅에 맞닿아있는 단호박이 괜찮을까 싶어 살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몇 개는 벌써 흐물흐물 짓물러져 있더군요. 아뿔싸, 긴급 단호박 수확 작전 개시! 생각보다 단호박 양이 많아 집에서 컨테이너 박스를 더 가져와 수확한 단호박을 주워 담았습니다. 며칠 더 익혔으면 좋겠다 싶은 것들도 있었지만, 물속에서 짓물러져버리는 것보다는 낫지 싶어 사정없이 가위질을 했지..

비, 비, 비…

오랜만에 만나보는 비 일기예보다. 1주일 내내 하루만 빼놓고 비 예보다. 재작년 8월에 정말 한달 내내 비가 온 적이 있었다. 그 때 하루 이틀 차이로 할 일을 놓치는 바람에 발만 동동 구르며 가을 작물 재배를 아예 하지 못한 적이 있다. 그 때 안타까웠던 기억이 있어서 오늘부터 비가 계속된다는 예보에 나는 밭에 나가 일하고, 아내 혼자 농산물 발송 작업을 했다. 평소 둘이 하던 일을 혼자 해서인지 택배 차량 올라오는 시간까지도 작업을 마치지 못해 택배 기사님이 박스 포장 마무리 작업을 도와줬다고 한다. 발송 작업을 끝내고 내려온 아내까지 합류해 안간힘을 쓰며 밤 9시까지 씨를 넣었지만, 목표량의 2/3정도만 채우고 깜깜해서 더 이상 일을 못하고 들어왔다. 비 안온다고 너무 투덜댔나보다. 정말 비가 많이..

감자 먹는 아이들

인천에서 교사로 일하는 친구에게 감자 한 박스를 선물로 보냈습니다.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 같이 귀여운 두 딸내미랑 같이 두고두고 먹으라고 보냈더니만, 고3 담임인 친구가 감자 박스를 학교로 들고 가 아이들에게 삶아주었답니다. 그러더니 맛있게 감자를 먹고 있는 아이들 사진을 보내주었네요. 아이들 간식까지 챙겨주는 살뜰한 담임 선생님을 둔 학생들, 참 행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