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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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09년

땅콩, 고구마 수확 시작

백화골 2009. 10. 4. 22:36

10월이 시작됐다. 한 해 농사짓는 기간 중에서 제일 바쁜 달이 5월과 10월이다. 5월은 밭 만들고 작물 심느라 바쁘고, 10월은 거두느라 정신이 없다. 이제 한달 내내 캘 거 캐고, 말리고, 털고, 농산물가족회원제 마무리하고 … 바쁜 날들이 기다리고 있다.

땅콩이 짐승 피해가 없어서 많이 들었다. 작년에는 땅콩 심은 곳에 꿩이 드나들면서 피해가 있었는데 올해는 운이 좋았다.

튼실하게 든 땅콩을 캐니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기분 좋은 것도 잠시. 캐도 캐도 끝이 없다. 땅콩 캐기는 일이 그리 힘들지는 않지만, 끝없는 반복 작업의 연속이라 지루하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캔 땅콩을 씻어서 햇볕에 널어 말린다. 잘 말리지 않으면 새까맣게 색도 변하고 껍질도 잘 안 벗겨져 좋지 않다. 몇 년 전까진 땅콩을 널어놓으면 다람쥐가 솔래솔래 와서 먹어버리는 바람에 지키고 있느라 힘들었는데, 마을에 고양이가 늘어나면서 이젠 마음놓고 땅콩을 말릴 수 있게 됐다.

고구마도 캐기 시작했다. 호박 고구마는 캐기에 아직 좀 이른 감이 있지만, 시험삼아 몇 개 캐보니 벌써 팔뚝만하게 큰 놈들이 많다. 더 커지기 전에 얼른얼른 캐야 될 것 같다.

고구마 농사가 아주 잘 됐다. 작년엔 굼벵이 피해가 심했다. 가뜩이나 가뭄으로 고구마 캐기가 힘든 터에 수확량의 1/3이 굼벵이 때문에 구멍이 나 있었다. 그래서 올핸 굼벵이를 줄이고자 처음에 땅 만들 때 석회를 많이 뿌려줬다. 석회는 산성화된 땅을 바꿔 땅심을 좋게 하는 역할도 하지만 굼벵이 피해도 줄인다고 한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물론 올해도 가뭄이라 고구마가 땅 속 깊이 들어가 있지만 구멍 없이 깨끗한 고구마들이 줄줄 나오니 너무나 기쁘다.

울타리를 잘 쳐 놨는데도 옥수수 밭에 고라니가 또 들어왔다. 잘 여물어가는 옥수수를 15개 정도 먹었는데 어찌나 속이 상하던지 당장 철물점으로 달려가 고라니 울타리 그물을 사 왔다.

고라니 피해가 많아서인지 인터넷에 보면 이런 저런 정보들이 많은데, 가장 좋은 방법은 완벽한 울타리다. 목초액이나 들깨 등의 냄새를 싫어한다고 해서 실험해 봤으나 전혀 소용이 없었다. 울타리만 완벽하게 쳐 놓으면 고라니를 막을 수 있다.

장수읍에 사는 아는 분이 호두를 따러 오라고 해서 갔더니 누군가 벌써 한 알도 남기지 않고 말끔하게 서리를 해 간 뒤였다. 집에서 좀 멀리 떨어진 밭에 있던 호두나무라 이렇게 손을 탄 것이다. 10년 전만 해도 호두 가격이 안 좋아 사람들이 호두나무를 다 베어버렸는데, 호두 가격이 엄청나게 뛰어오르면서 나무를 남겨놓은 사람들은 요즘 쏠쏠하게 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남의 밭에 들어와서 호두를 도둑질해 가는 사람들이 많단다. 나무 한 그루만 잘 수확하면 100만원 넘는 소득이 나온다고 하니 이건 애교로 봐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명백한 절도요 범죄행위다. 모두들 허탈해하며 밭을 나오는데 길가 쪽에 있는 작은 호두나무에 아직 호두 몇 개가 남아있다.

주변에 호두나무가 없는지라 나무에 호두가 달려있는 모습 자체를 처음으로 봤다. 몸이 잰 아저씨 한 명이 잽싸게 나무를 타고 올라가 골고루 가지를 흔들어주니 호두가 떼굴떼굴 잘도 떨어진다. 개복숭아처럼 생긴 연두색 겉껍질을 까니 속에서 호두 알맹이가 나온다. 호두 털러 간 사람은 많고 나온 양은 별로 많지 않아 우리는 딱 네 개만 가지고 집에 돌아왔다. 

주변에 호두나무가 없는지라 나무에 호두가 달려있는 모습 자체를 처음으로 봤다. 몸이 잰 아저씨 한 명이 잽싸게 나무를 타고 올라가 골고루 가지를 흔들어주니 호두가 떼굴떼굴 잘도 떨어진다. 개복숭아처럼 생긴 연두색 겉껍질을 까니 속에서 호두 알맹이가 나온다. 호두 털러 간 사람은 많고 나온 양은 별로 많지 않아 우리는 딱 네 개만 가지고 집에 돌아왔다. 

완전히 숨은그림 찾기다. 오른쪽 아래에 호박이 숨어 있다. 요 놈을 발견하지 못하면 며칠 새 야구 방망이 만한 호박이 된다.

통배추가 포기가 차기 시작했다. 배추는 포기가 찰 때까지 톡톡이 벌레, 청벌레, 메뚜기 방제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극성을 부리던 메뚜기가 요 며칠 새 갑자기 확 줄어들었다. ‘메뚜기도 한철’이라는 속담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아무튼 배추는 속이 차기 시작하면 일단 안심이 된다. 이 때부터는 액비를 잘 뿌려줘서 속을 채워야 한다.

귀농 첫 해만 해도 구절초 꽃으로 차를 만들어 서울 사는 친구들한테 보내주기도 했는데, 올핸 꽃이 질 때쯤에야 처음으로 구절초에 눈이 갔다. 가을만 되면 흐드러지게 피는 구절초가 어느 새 그런저런 일상 풍경이 되어버렸나 보다. 올해도 예쁘게 피어준 구절초에게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