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주소 : 울주군 두서면 내와1길3 / 연락처 : 010-2336-0748 / 유기농 인증번호 : 07100003

농부의 하루/2013년~2016년 37

농부의 요리4. 머위꽃 된장 피자

우리 농장 농사 도우미로 찾아오는 친구들 중에는 채식주의자들이 많이 오는 편인데, 최근에는 우연히도 비건 친구 두 명이 같이 머물렀어요. 비건은 고기와 생선은 물론 치즈나 우유같은 유제품, 달걀, 꿀처럼 동물로부터 나온 음식은 모두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자예요. 괭이질이나 삽질처럼 매일같이 힘든 농사일을 하고 있는 비건 친구들을 위해 맛있고 새로운 비건 메뉴들을 생각해내느라 머리는 좀 아프지만 부엌이 재미있어졌지요. 머위꽃된장피자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요리 중 하나예요. 꼭 비건이 아니라도 추천하고 싶을 만큼 아주 맛있었답니다~ 1. 통밀가루로 피자 도우를 반죽해요. 수제비 반죽이랑 방법은 똑같아요. 충분히 치대어 몰랑몰랑해진 반죽은 뚜껑 덮어서 서너 시간 정도 숙성시켜요. 2. 요즘 밭 주위에 하..

농부의 요리 3. 돼지감자 오븐구이

백화골의 수확철은 꾸러미 발송과 함께 5월부터 시작됩니다. 추운 날씨 때문에 그때에도 쌈채소나 시금치처럼 추위에 강한 채소 몇 가지가 주를 이룰 뿐이지요. 6월은 되어야 감자를 비롯해 여러 가지 열매 채소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합니다.수확은커녕 많은 채소들이 아직 씨앗도 넣기 전인 요즘, 유일하게 이른 수확을 하는 것이 바로 돼지감자입니다. 4월이 되면 이미 땅 속 돼지감자 눈에서 싹이 나오기 때문에, 땅 얼음이 풀리자마자 돼지감자부터 수확합니다. 채소가 귀해 먹을 것이 마땅찮은 요즘 갓 캔 돼지감자는 훌륭한 먹거리가 되어줍니다. 옛날 어르신들은 춘궁기에 연명을 위해 캐 먹었던 기억 때문에 돼지감자라면 진저리를 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필 이름이 돼지감자가 된 것도 돼지에게나 먹이는 하찮은 것이라는 생..

농부의 요리 2. 무말랭이 차

날이 좀 풀리는가 싶더니 다시 매섭게 추워졌습니다. 영하로 뚝 떨어진 날씨에 밖에서 일하고 들어오면 자꾸만 따뜻한 차 한 잔이 생각납니다. 커피나 홍차는 카페인 때문에 하루 한 잔 이상 마시기 힘들기 때문에 녹차나 작년에 만들어 둔 허브티들을 주로 마시는데, 오늘은 좀 색다른 차를 마시고 싶어졌습니다. 냉동실에서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무말랭이를 꺼냅니다. 1. 작년 가을, 햇볕에 잘 말려둔 무말랭이를 꺼냅니다. 햇볕에 자연 건조한 무말랭이는 건조기에 말린 것처럼 깨끗한 흰색이 아니라 누릇누릇한 빛이 납니다. 겉보기엔 깔끔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햇빛에 말린 채소가 우리 몸엔 훨씬 더 좋다지요. 2. 무말랭이를 솥이나 팬에 넣고 약한 불에 깨 볶듯이 저어가며 볶습니다. 물론 기름이나 물은 전혀 넣지 ..

농부의 요리1. 냉이 비빔국수

아직 밭에서 푸성귀 나오려면 한참 더 기다려야 하는, 초록이 귀한 철입니다. 그래서 더욱 반가운 것이 비닐하우스 안에 소복하게 올라오는 냉이입니다. 바구니 하나 가득 뜯어다 냉이 된장국부터 시작해 냉이북어국, 냉이전, 냉이무침 등 온갖 요리를 해먹다가 오늘은 냉이 비빔국수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1. 국수 삶을 물을 올려놓고 비빔장을 만듭니다. 친정엄마가 만들어주신 고추장에 집간장을 조금 섞고 고추 피클 담았던 피클물(집에서 만든 피클물은 버리기가 아까워 이렇게 소스용으로 재활용합니다), 유기농 설탕 한 숟가락, 다진 마늘 조금, 참깨소금을 넣고 휘휘 저은 뒤 손가락으로 찍어 맛을 봅니다. 새콤한 맛을 좋아해 작년 여름 담가두었던 포도 식초를 한 숟가락 더 넣었습니다. 2. 물이 끓으면 통밀국수를 넣고 끓..

싱그런 초여름 백화골의 하루

매일 매일이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초여름입니다. 요즈음 백화골엔 포토그래퍼와 비디오 에디터로 일하는 미국 친구 나탈리가 우퍼(유기농장체험 자원활동가)로 머물렀는데요, 어느날 아름다운 백화골의 하루 풍경을 정말 예쁘게 사진에 담아주었답니다. 백화골 농부들의 일하는 모습과 작물들, 주변 풍경들이 담긴 나탈리의 아름다운 사진들을 공개합니다. 예쁜 사진 찍어준 Nathalie Karouni , 고맙습니다~~

5월, 제철농산물 가족회원제 첫 발송, 심고, 김매고...

백화골의 5월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눈부시도록 멋진 산 속에서 백화골 4명의 농부들은 2015년 제철농산물 가족회원제 첫 번째 주 발송을 마쳤습니다(이번 주에는 저희 부부와 홍콩에서 온 팅와이, 프랑스에서 온 플로리안 등 총 4명이 함께 백화골 농부로 일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를 정도 바쁜 날들이지만 유기농 농사의 즐거움을 함께 나누며 5월의 한 가운데를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번 주는 산나물을 많이 보내드렸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연의 모든 것들을 참 잘 이용하는 것 같아요. 자연을 해치지 않으면서 함께 공생하며 삽니다. 산나물은 면역력을 높여주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하지요. 발송 몇 주 전부터 산나물을 채취해서 미리 말려놓기도 하고, 발송하는 날 새벽부터 채취하기도 했습니다. ..

산골 농촌에 피어나는 늦은 봄기운

마당에 있는 홍매화나무가 드디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습니다. 매년 전국이 봄꽃소식으로 한바탕 들썩인 뒤에도 한참이나 뒤늦게 꽃을 피우는 우리집 매화나무. 유독 늦게 봄이 찾아오는 추운 동네에 살아서인지 촉촉한 봄비 맞고 피어나는 늦둥이 매화꽃이 한층 더 소중하고 예뻐 보입니다. 본격적인 봄기운이 시작되면서 백화골 농부들도 덩달아 바빠졌습니다. 비탈진 산밭에 괭이질로 골을 다듬고 있습니다. 본밭에 나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여러 종류의 모종들로 육묘 하우스 안이 꽉 찼습니다. 그동안 밤에는 열선으로 따뜻하게 해주고, 아침 저녁으로 담요를 벗겼다 씌웠다 하면서 살뜰하게 보살펴온 모종들입니다. 호미로 골을 평평하게 다듬은 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조그만 청경채 씨앗도 뿌리고... 하우스 안에 고추와..

백화골의 3월, 새싹, 개구리들, 봄 맞이 기지개

#1. 뚝딱뚝딱 재미있는 프랑스 요리들 카트린은 올해의 첫 번째 우퍼이자, 지금까지 백화골을 방문한 네 번째 프랑스 친구였답니다. 몇몇 사람의 개인적인 특징을 마치 그 나라 전체의 특징인 것처럼 확대해석하는 건 언제나 조심해야 할 사고방식이겠지만, 지금까지 백화골에 왔던 이 네 명의 프랑스 친구들은 확실한 공통점을 한 가지 가지고 있었어요. 요리하는 것을 정말로, 정말로 좋아했다는 것! 다른 나라 우퍼들 중에도 요리를 잘하는 친구들은 많이 있었지만, 프랑스 친구들이 요리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뭐랄까, 마치 사랑에 빠진 사람 같다고나 할까요. 정말 진지하게, 그러면서도 즐겁게 요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답니다. 카트린 역시 백화골에 머무른 3주 동안 수많은 요리 작품(!)들을 남기고 갔습니다. 녹차 쿠키..

귀농 10년 행복한 한 해 농사 출발!

올 듯 말 듯 봄이 주변을 기웃거리는 계절입니다. 농부들은 어서어서 봄이 오기를 기다리며 기지개를 켜는 시기이기도 하고요. 백화골 농부들은 귀농한 지 만 10년을 맞이하여 올해 더 행복한 마음으로 농사 일을 시작했습니다. 왠지 10년이란 말이 뭉클하네요. 장수에 와서 처음엔 좀 고생을 했지만, 좋은 선배 농부들을 만난 덕에 고향마을에 사는 것처럼 함께 어울리며 지내고 있습니다. 유기농으로 건강하게 농사 짓고 살자던 결심도 이루고, 겨울마다 세계를 여행하며 행복하게 살자던 꿈도 이루었습니다. 서울에서 살 때에 비하면 수입은 턱없이 적지만, 먹거리를 자급자족하며 그다지 소비할 것이 많지 않은 환경이기에 가난해도 행복한 농촌살이입니다. 백화골이 자리잡도록 도와주신 모든 분들, 회원분들께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

농촌을 물들이는 세가지 색 가을 풍경

가을 농사가 한창입니다. 벼가 어느새 노랗게 익어서 수확을 기다리고 있고, 10월의 하늘은 높고 파랗게 빛납니다. 바쁜 수확철이라 정신없이 일하지만 하늘과 주변 자연을 바라보면 순간순간이 감동입니다. 백화골 농부들은 이제 3주 남은 제철꾸러미 발송을 위해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서 차분히 농사일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가을의 대표적인 색이 노란색이라고는 하지만, 꾸러미에 들어갈 가을 잎채소들의 색깔은 역시 신선한 초록입니다. 사진 순서대로 배추와 쌈배추, 청경채와 열무입니다. 작년보다 5일 일찍 심었더니 자라기도 빨리 자라준 배추, 통배추와는 또다른 맛을 가진 고소한 쌈배추, 원래 벌레를 많이 타지만 한랭사를 씌워놓고 재배한 덕에 구멍 없이 잘 자란 청경채와 열무가 가을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컵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