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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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09년

난방의 계절이 돌아오다

백화골 2009. 9. 27. 22:41

아침저녁으로 마을 곳곳에서 장작 타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똑 떨어진 기온과 함께, 난방의 계절이 시작된 것이지요.

시골집에선 집을 따뜻하게 데우는 게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보통 시골살림에서 난방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어마어마하지요. 도시에서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누리던 ‘도시가스’가 정말 얼마나 큰 혜택이었는지를 시골살이 첫해부터 절절이 느꼈습니다. 그럼 시골집엔 도시가스 대신 어떤 난방법이 있을까요.

전통적인 구들난방. 벽난로. 갈탄이나 나무 난로. 기름 보일러. LPG 보일러. 심야전기 보일러. 전기판넬, 화목 보일러. 왕겨 보일러. 연탄 보일러. 태양열 보일러. 팰랫 보일러... 한마디로 난방이 중구난방이라고나 할까요. 정답은 없고 어떻게 하면 좀 더 저렴한 가격에, 품 덜 들면서, 기계 고장 안 나는 합리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하여 모두들 고심고심입니다.

조립식 주택으로 새로 집을 짓고 정착한 저희집은 화목(나무) 보일러를 택했습니다. 보통 화목 보일러를 때더라도 기름과 화목을 겸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비싼 기름을 왜 때? 힘 좀 더 들이면 산 속에 살면서 그깟 장작 대기가 그리 어려우랴!” 하는 순진한(?) 패기로 처음부터 화목 보일러 하나만 놓았지요.

그동안 화목 보일러 때면서 배운 것도 많습니다. 나무에 불 붙이는 법, 장작 패는 법, 불을 땔 때 나무 종류에 따라 달라지는 여러 가지 특징들, 잔가지 모아 나르는 법, 땔나무 사는 법, 엔진톱 쓰는 법 등등... 하지만 이제 항복~입니다! 장작 조달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5년 만에 완전히 깨우쳤습니다. 올해 백화골에는 신형 LPG 보일러가 새로 들어왔습니다. 이제부터는 화목과 LPG 보일러를 적절히 병행해서 사용할 계획입니다.

LPG 보일러에 연결된 버튼 하나만 누르면 뜨거운 물이 콸콸 나온다는 게 아직도 너무나 신기하고 대견하게 느껴집니다. 화목 보일러 하나만 때던 시절에는 뜨거운 물을 쓰려면 나무에 불을 붙이고 몇 시간을 기다려야 했으니까요. 물론 편리한 만큼 전체 생활비에서 난방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그만큼 높아지겠지만요.

한겨울에 내복도 없이 반팔 입고 집안을 돌아다니는 도시 사람들이 이제는 마치 외계인처럼 보입니다. 불과 몇 년 전엔 우리도 그렇게 지냈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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