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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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09년

2월말까지 겨울휴가입니다

백화골 2009. 11. 8. 20:28

오늘에야 농사 정리가 끝났습니다.
작물 뽑아내고, 비닐과 부직포 걷고, 밭에 유기물 넣고, 미생물 뿌리고, 관수 시설 동파 방지하고… 1주일 넘게 뒷정리를 하는데 참 힘들었습니다. 유기농사는 땅의 기운을 살려 작물이 잘 자라도록 땅심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을에 심었던 옥수숫대를 작두로 하나하나 썰어서 밭에 뿌렸습니다. 왕겨와 낙엽도 함께 넣어주고 깊게 쟁기질을 했습니다. 물을 잔뜩 틀어서 물 소독을 하고 유용미생물을 뿌려줬습니다. 힘들었지만 내년 농사를 위해 미리 저축해둔 일이라 마음이 뿌듯하네요. 풍요로운 잔치가 펼쳐질 백화골 푸른밥상의 2010년 농사가 이미 시작된 것입니다.

올해로 농사 시작한지 5년이 됐습니다. 다섯 번 씨 넣고 기르고 거두는 작업을 되풀이하고 나니 이제 조금 농사가 무엇인지 알 듯 합니다. 물론 아직도 턱없이 모르는 것 투성이고 부족하지만 그래도 점점 더 배우는 게 많네요. 5년 동안 농민으로 살아보니 농사라는 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 새삼 실감하게됩니다. 참 고된 육체 노동의 연속입니다. 그래도 제값 받고 팔지 못하는 게 농촌의 현실이라 마음 아픕니다. 저희처럼 농산물가족회원제로 도시 이웃들과 농산물을 나눌 수 있다면 참 보람되고 행복한 일입니다.

올해도 저희는 겨울 동안 장수를 떠나있을 계획입니다. 난방비도 많이 들고 할 일이 없으니 주로 술을 많이들 마시는 데 건강에도 좋지 않죠. 또 다른 이유는 경계를 넘나드는 삶을 살고 싶어서입니다. 여기저기 넘나들며 생활할 때 시야도 넓어지고 사는 재미도 새록새록 솟아나겠지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이 훨씬 더 몸에 좋을 것이고요. 겨울 동안 농촌에서 도시로, 농민에서 여행자로 경계를 넘나들며 재미나게 지낼 계획입니다. 서울 가서 그동안 못 만났던 사람들도 만나고, 여기저기 가보고 싶었던 곳도 가보려구요.

백화골푸른밥상 블로그는 예년처럼 겨울동안 개점 휴업합니다. 1년 동안 저희 블로그를 찾아주신 가족회원님들, 블로그 손님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내년 2월 말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