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주소 : 울주군 두서면 내와1길3 / 연락처 : 010-2336-0748 / 유기농 인증번호 : 07100003

농부의 하루/2011년 56

무말랭이

겨울이지만 낮에는 햇볕이 좋습니다. 빨래를 널어놓으니 10시에 널은 빨래가 3시에 이미 다 말라있네요. 이사 오기 전 살았던 집은 정북향집, 지금 집은 정남향집. 남향집에 사니 생각지 못한 햇볕 선물을 매일매일 분에 넘치도록 듬뿍 받게 되어 참 좋습니다. 햇볕 좋을 때 꼭 해야 할 일들이 있습니다. 올해, 전국적으로 풍년을 이루었던 무 농사. 저희 집도 예외가 아니어서 무가 아직도 저온저장고에 많이 쌓여있습니다. 이 무들이 나아갈 길은 바로 온몸에 골고루 햇볕을 뒤집어쓰며 말랭이가 되는 것! 그리고 내년 봄 이집 저집으로 배달되어 맛있는 말랭이 반찬이 되는 것! ^^ 무말랭이 만드는 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우선 햇볕이 좋은 날 기준으로 4~5일은 말려야 하기 때문에 일기예보를 잘 봐야 합니다. 흐린 날..

눈 치우는 아침

소복소복, 요즘은 밤마다 눈이 내립니다. 오늘 아침엔 제법 눈이 쌓여 세상이 온통 하얗게 변해버렸습니다. 한가한 마음으로 설경을 감상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곳, 군부대와 시골의 공통점이겠지요^^넉가래를 들고 집 앞에서부터 큰길까지 이어지는 좁은 마을길들의 눈을 쓸어내려갔습니다. 적어도 2km는 쓸고 내려간 것 같습니다. 팔은 좀 아프지만, 볼은 점점 발그레해집니다. 그림 같은 설경을 배경으로 마을길 눈 치우는 기분, 오히려 상쾌합니다. 이런 눈 쓸기를 몇 번이나 더 하면 올 겨울이 끝이 날까요?

평화롭게 하나되는 마을 대동회

어제 저녁에 마을 반장 성환이네한테 전화가 왔습니다(우리 마을은 가구수가 15가구가 안 되어서 옆 마을 소속으로 되어 있고, 그래서 이장이 아니라 반장이 있습니다). 내일 마을 대동회가 있으니 점심 시간 때즘 내려오라는 것이었어요. 대동회! 일반 마을에서 하는 대동회엔 처음 참가하는 것이라 무슨 일이 벌어질까 궁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침에 이것저것 집안 정리를 하고 있는데 마을 어르신한테 10시에 전화가 왔습니다. 빨리 내려오랍니다. 점심때 모이는 줄 알았는데, 역시 시골 분들의 시간 개념은 무척이나 이릅니다. 얼른 경로당으로 내려갔습니다. 모인 사람은 총 열두 명 정도. 대동회란 1년에 한번씩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마을 자금 결산을 하고, 다음 해 이장이나 반장 등 마을일 볼 사람을 선출하는 자..

눈오는날 하우스 세우기

여러 가지 자잘한 일거리들과 잦은 비 때문에 차일피일 계속 미루어 오던 큰 숙제 하나를 드디어 끝냈습니다. 바로 내년 농사를 위한 하우스 뼈대 세우기! 땅이 완전히 꽝꽝 얼어붙기 전 하우스 파이프를 구부려 박아놓는 것까지만이라도 얼른 끝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라, 땅이 질척거리든 말든, 준비가 다 되어있든 말든 무조건 날짜를 잡고 몇몇 계북 친구들에게 지원 요청도 해놓았습니다. 디데이 하루 전, 파이프 꽂아넣을 자리에 미리 쇠막대기를 대고 망치질을 해서 일정한 간격과 깊이로 구멍 뚫는 일을 했습니다. 이 작업을 다 마쳐 놓아야 다음날 여러 사람들과 같이 구부리고 꽂는 작업을 할 수가 있는데, 예상 밖의 암반 지역을 만나 작업이 더뎌진 데다, 오후에 갑자기 손님들이 찾아오는 바람에 미처 구멍 뚫기를 다 마치지..

마을 안으로

장수 내려와서 처음으로 12월을 맞았습니다. 해마다 겨울이면 난방비 절약을 핑계로 장수를 떠나 있었던 터라 12월 장수 풍경은 처음입니다. 예전에 살던 계남면 마을은 인위적으로 새로 조성된 마을인데다 귀농, 귀촌자들이 모여 살았던 터라 농촌 마을이라고 하기엔 좀 어정쩡한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평범한 ‘보통’ 시골 마을 안으로 들어와 살게 된 것 역시 처음이라고 할 수 있지요. 다른 모든 시골 마을과 마찬가지로 우리 매자마을의 중심도 당연히 이곳, 마을회관을 겸한 경로당입니다. 전에 살던 마을에는 노인이 없었기 때문에 경로당 역시 우리에겐 조금 생소합니다. 오래된 낡은 건물이지만 안에 들어가 앉아있으면 왠지 모르게 편안합니다. 매자마을 주민은 대부분 노인분들인데, 겨울에는 경로당에 모여서 매일 함께 식사도..

이사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이사를 했습니다. 새로운 집에 이제야 인터넷과 전화가 연결되는 바람에 세상 소식을 모르고 지냈네요. 어느새 11월 중순, 날씨 추워지기 전에 이사 마무리 하고 기반 시설을 정비하느라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올해 농산물가족회원 마지막 발송은 빗속에서 했습니다. 가을 내내 가뭄이더니 갑자기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올해도 스물 네 주 발송을 무사히 마치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에 감사한 마음과 더불어 아쉬움과 홀가분한 마음도 듭니다. 계남면 호덕리 마을에서 7년간 농사짓던 밭도 마지막으로 수확을 하고 정리했습니다. 트럭으로 조금씩 짐을 옮겼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무거운 짐을 옮겨줘서 쉽게 이사를 했습니다. 도시에서 이사하는 일은 하루면 끝나지만 시골 이사는 조금 더 어렵습니다. 집안 살림보..

잠못 이루는 가을밤

일요일. 가을 산행을 했습니다. 하루도 쉬지 않고 일만 하고 사는 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장수 팔공산(대구 팔공산과 이름이 같은 산이 장수에도 있답니다)에 올랐습니다. 사실 처음 시골에 내려올 때는 좀 여유롭게 사는 모습을 그리기도 했었는데, 피땀흘리며 열심히 사는 농민들과 함께 살다보니 미안해서라도 더 부지런히 생활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요즘 좀 심하게 일에만 빠져 지내는 게 아닌가 하는 자책 아닌 자책이 들어 산행을 계획했습니다. 처음에는 이 사람 저 사람 다 함께 간다고 약속했었는데, 막상 등산 당일 아침이 되니 다들 일을 핑계로 빠져 버립니다. 결국 몇 사람만 함께 산에 올랐는데, 역시 가을산 참 좋더군요. 가벼운 등산이 마음까지 편안하게 해줍니다. 내려오는 길 막걸리 한 잔으로 산행을 마무리했습..

10월의 첫 비

일하기 좋은 10월입니다. 깜짝 추위가 지나가자 춥지도 덥지도 않은 맑고 쾌청한 10월 날씨가 이어졌습니다. 날씨 좋을 때 한 가지라도 더 일하고 거두느라 분주한 나날입니다. 10월 들어 첫 비가 내렸습니다. 몇 주 동안 목이 말랐을 노지 배추, 무 같은 작물들을 위해선 비가 오는 게 좋지만 오늘은 농산물 발송하는 날. 오랜만에 비오는 날 일하려 하니 마음보다 먼저 몸이 찬비 맞기 싫다고 움츠러드네요. 일이 더딥니다. 오후에 비가 그친다고 하여 노지 작물 수확을 미뤄놓았지만 얌전하게 내리는 가을비가 오후까지 이어집니다. 할 수 없이 비 맞으며 밭을 오가며 수확하고 포장하니 어느덧 하루가 지나가네요. 코스모스가 비를 맞더니 고개를 숙여 인사하네요. 가을 풍경은 어디를 둘러봐도 감탄의 연속입니다 무 농사가 ..

때 이른 서리, 배추 강낭콩 수확

올해 이럴 줄 알았습니다! 해가 갈수록 점점 극과 극을 오가는 날씨로 변해가고 있는 터라 서리도 빨리 오겠다 싶었는데, 역시나 평년보다 2~30일 정도 일찍 하얗게 서리가 내렸습니다. 아침에 쌈채소를 수확하는 데 손이 무척 시리네요. 아직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있는 아침. 추위에 덜덜 떨면서 고구마밭에 나가보니, 간밤에 서리 맞은 고구마 잎들이 애처로운 모습으로 주인을 맞이하네요. 노지밭에 있는 작물들 중 추위에 강한 배추야 이런 정도 서리쯤엔 끄덕없지만, 추위 많이 타는 고구마와 서리 맞으면 바람 들기 쉬운 무가 좀 걱정입니다. 이번 주말에 시간 나는대로 얼른 고구마부터 캐버려야겠습니다. 다행히 일기예보 보니 앞으로 한동안은 서리 내릴 만큼 온도가 떨어질 일은 없다고 하네요. 이번 주 농산물 가족회원 발..

8월에서 10월로

찬바람 부는 가을이 시작됐습니다. 올해는 ‘9월’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것 같습니다. 8월 날씨에서 갑자기 10월 날씨로 건너뛰었습니다. 대규모 정전사태를 일으킬 정도로 정신없이 폭염이 이어지더니, 이제는 최저온도가 5~6도까지 떨어져 이러다 갑자기 이른 서리라도 내리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그래도 기다리던 가을 하늘은 반갑습니다. 계절이 바뀌어도 백화골에는 여전히 평화롭고 소소한 농사 일상이 펼쳐집니다. 토요일에 전주 사는 지인들이 오셔서 땅콩 캐는 일을 함께 했습니다. 가물어서 땅이 딱딱하네요. 땅콩 캐는 일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수확량이라도 좀 많이 나왔으면 좋았을텐데 고라니, 꿩, 굼벵이, 땅강아지 등등이 많이 파 먹는 바람에 양도 적게 나왔습니다. 농사란 게 풍년인 해가 있으면 흉년인 해도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