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주소 : 울주군 두서면 내와1길3 / 연락처 : 010-2336-0748 / 유기농 인증번호 : 07100003

농부의 하루/2010년 56

겨울 휴가, 2011년 봄에 찾아뵙겠습니다

아욱은 지난 번 글 올리고 난 다음날 바로 전멸했습니다. 아침에 온도계를 보니 영하 6도더군요. 장수에서 산 몇 해 동안 가장 빨리 서리가 찾아온 해입니다. 아욱뿐 아니라 추위에 약한 다른 채소들도 하룻밤 새 다 시들어버렸습니다. 다행히 추위에 강한 채소들은 살아남아서 마지막 주 발송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김장과 밭 정리도 거의 끝나가고 있고, 며칠 있으면 이제 긴긴 겨울 휴가가 시작됩니다. 홀가분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저희들은 또 새로운 여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되풀이하는 밭정리지만 올해는 잘 안 된 농사가 많아 힘이 더 드네요. 더 날씨 추워지기 전에 열심히 밭정리를 했습니다. 깨끗하게 정리된 밭을 보니 시원섭섭합니다. 밭정리를 끝내고 난 뒤엔 귀농 6년 만에 처음으로 부모님 김장을..

아욱! 서리 맞아도 죽지 마

올해 농산물회원제 마지막 주 발송을 시작했습니다. 해마다 가족회원 마지막 주 발송을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마치 한 해의 마지막 주를 맞는 듯한 느낌입니다. 약간 설레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고, ‘아, 올해도 벌써 다 지나갔구나’ 하는 감회도 들고요. 마지막 주의 마지막 발송 요일에 마지막 상자 포장까지 마치고나면 어디선가 ‘댕댕댕댕~’ 하는 제야의 종소리라도 들려올 것만 같습니다. 이렇게 맘속으로 미리 연말연시를 맞이하여 좋은 점은 11월과 12월, 자그마치 두 달이 덤으로 생긴 것 같이 느껴진다는 점이지요. ^^ 어제부터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는 바람에 시린 손을 비벼가며 마지막 주 첫 날 농산물 포장을 시작했습니다. 주말 내내 흐리고 비가 오더니 오늘도 해가 뜨지 않습니다. 으스스하게 바람이 불..

가을 배추, 무 수확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걷으면 언제나 안개가 자욱합니다. 한낮의 청명하고 따가운 가을 햇살을 예고하는 안개입니다. 차가운 아침 기온에 콧물을 훌쩍이며 일하다보면 어느새 선명하게 올라온 가을 햇살이 축축한 세상을 보송보송하게 말려줍니다. 지난주에 수확을 끝내고 마당에 나란히 나란히 누워 몸을 말리고 있는 땅콩과 고구마들도 하루하루 잘 마르고 있는 맑은 가을날들입니다. 배추를 수확했습니다. 이번 주 가족회원 발송 품목은 김치거리 3종 세트 - 배추, 무, 열무가 주인공입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뛰던 배추값 때문에 햇김치를 그리워만 했던 분이 계시다면 김장 전에 햇김치 한 번 맛있게 담아 드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배추를 수확하면서 보니 무름병에 걸려있거나 속까지 벌레의 집중 공격을 받은 놈들도 ..

가을걷이

본격적인 수확철이 시작되어 백화골의 하루하루는 캐고, 따고, 정리하느라 바쁩니다. 지난 여름의 폭우, 폭염 피해가 농산물에 묻어나와 한숨이 쉬어지기도 하고, 고생한 생각을 하면 까마득하기도 하지만 농산물 수확하는 순간의 기쁨과 뿌듯함은 말할 수 없는 행복을 느끼게 해줍니다. 올해도 역시 땅콩 캐기로 수확철을 시작했습니다. 오른쪽 땅콩밭을 다 캐고 나면 왼쪽의 고구마 밭을 캘 예정입니다. 땅콩은 비가 많이 오고 날씨가 안 좋았는데도 그럭저럭 잘 들었습니다. 땅콩 캐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일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는 지루한 일이기도 합니다. 지나가던 할머니들이 밭 가운데까지 들어와서 한동안 구경하시다가 “품삯도 안 나오겠구먼” 하며 한숨을 쉬고 갑니다. 농사일이 대부분 품삯도 안 나오..

'채소값 폭등의 진실'을 말한다[강기갑 의원 보도자료]

'채소값 폭등의 진실'을 말한다 4대강 사업으로 사라지는 채소재배면적 12.295ha 농림수산식품부 발표 1.4%(3,662ha)가 아닌 4.7%수준 최근 채소값 폭등과 4대강 관련성에 대해 농림수산식품부가 ‘4대강 채소재배 면적이 전체의 1.4%인 3,662ha 수준으로 채소값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하였으나, 이는 4대강 마스터플랜 면적에서 10,966ha라는 엄청난 면적이 배제된 통계이며 동시에 준설토 처리를 위한 농경지 리모델링 대상지마저 제외한 집계인 것으로 드러났다. 강기갑 의원이 국토해양부와 농수산식품부에 요청한 자료에 따라 추산해 본다면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전체 채소재배면적의 4.7%에 해당하는 12,295ha가 사라지게 된다. 이는 농식품부 발표 면적(3,662ha..

비닐하우스 먼지를 닦으며 10월을 시작하다

아름다운 10월의 첫날입니다. 이번 주로 가족회원들에게 20번째 농산물까지 보냈으니, 이제 앞으로 4번밖에 더 남지 않았습니다. 농사지을 수 있는 기간도 이제 딱 한 달 뿐입니다. 겨울에 하우스에 불 때가며 일하지 않는 이상, 서리가 내리고 얼음이 얼기 시작하는 11월이 되면 어쩔 수 없이 자연이 주는 긴 겨울방학에 들어가야 합니다. 점점 끝이 보이기 시작하니 사람 마음도 자꾸만 느슨해지려고 합니다. ‘이제 한 달 만 있으면 끝인데 대충 넘어가지, 뭐’ 하는 마음이 들 때가 많습니다. 몇 년 겪어 보니 10월은 수확하고 이것저것 정리할 것 많아서 바쁘기는 하지만 하염없이 게을러지고 싶은 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올해 10월은 하우스 비닐 청소하는 일로 시작했습니다. 사다리를 타고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마대..

추석 연휴 농사 일기

추석 연휴 건강하게 보내셨나요. 저희는 발송 작업이 1주일 넘게 중단된 덕에 오랜만에 휴가를 가졌습니다. 마음 편하게 일할 계획을 세워 놓고 하루하루 이런저런 가을일을 하며 지냈습니다. 수험생이 추석 연휴 동안 모자란 공부를 모아서 하듯, 그동안 밀렸던 일들을 하다 보니 어느새 10일이 훌쩍 지나가버렸네요. 날씨가 정말 좋습니다. 이제 추수철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애국가에 나올 법한 파란 하늘 보며 기분 좋게 일하고 있습니다. 토마토밭과 들깨밭을 정리하고 알타리무, 열무, 쌈배추, 상추, 시금치, 청경채, 아욱 등을 심었습니다. 올해 너무 날씨가 더워서 가을 작물을 조금 늦게 심었습니다. 다들 찬바람을 좋아하는 작물들이거든요. 날씨가 요즘처럼만 이어진다면 10월 안에 하나 둘씩 발송할 수 있을 ..

‘땅의 여자’를 보았습니다

남편이 인터넷으로 한 영화의 예고편을 보고는 눈을 떼지를 못합니다. 보고 싶은 영화는 어떤 수를 내서라도 극장에 가서 봐야 직성이 풀리는 남편입니다. 그래서 봤습니다. 장수에서 가장 가까운 상영관인 진주까지 고속도로 타고 달려가서 봤습니다. 다큐멘터리 ‘땅의 여자’입니다. 경상도 땅에 귀농해 10여 년 농사짓고 사는 세 여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세 여자가 같이 사는 건 아니고 진주, 창녕, 합천에서 각각 가정 꾸리고 농사지으며 사는 모습을 찍었습니다. 영화에 대한 반응들 중에 “다큐멘터리도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하는 말들이 많던데, 사실 다큐멘터리 영화는 재미있습니다. ‘땅의 여자’처럼 팔딱팔딱 뛰는 생생한 삶에 바로 카메라를 들이대고 찍은 다큐라면 더더욱 그러하고요. 감독의 말을 들..

이번 주 두 가지 이야기

#1. 맑은 날은 어디로? 얼마 전에 가족회원 한 분이랑 전화 통화를 했는데, 오이를 좀 많이 주문하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요즘 오이가 하도 안 자라서 죄송하지만 많이 보내드릴 양이 없다고 하니까 “오이가 왜 안 자라나요?”하고 물어보시더군요. 요즘 오이 뿐 아니라 애호박, 고추, 쌈채소.. 다들 잘 자라지 못하고 있답니다. 왜 안 자라는지는 하늘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노균병 걸린 오이 탄저병 걸린 고추 장마 땐 장마라 비오고, 태풍 땐 태풍이라 비오더니 요즘은 장마도 아니고 태풍도 다 지나갔으면서 왜 이렇게 끊임없이 비가 오는지 모르겠습니다. 하루 종일 쨍하게 맑은 날 본 지가 언제인지도 모르겠어요. 밭은 진흙탕처럼 발이 쑥쑥 빠지고, 곰팡이 병은 이미 왠만한 잎사귀들은 다 덮고 간 지 오래고,..

태풍 무사히 지나갔어요

아, 정말 무서운 태풍이었어요. 전국 곳곳이 난리가 났다지요. 어제 그제 백화골의 안부를 걱정하는 고마운 이들의 연락이 많았습니다. 다행히 장수는 태풍이 지나가는 경계 범위의 끝자락에 걸쳐져 있었나 봐요. 밤새 강풍이 불고 폭우가 쏟아지긴 했지만, 무사히 태풍을 넘겼습니다. 하지만 큰 피해를 입은 다른 지역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냥 좋아할 수도 없을 것 같아요. 걱정해주시고 마음 써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부터 드립니다. 읍내 나가는 길에 있는 장계 천변의 물이 무섭게 불어나 있네요. 평소 졸졸 흐르던 물이 이렇게 콸콸 넘쳐흐르는 모습은 처음 봅니다. 백화산에 올라가보니 곳곳이 산사태의 흔적입니다. 모두 상판한 곳입니다. 기존에 자라던 나무를 베어버리고 새로 나무를 심은 것인데, 원칙을 지키지 않고 이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