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주소 : 울주군 두서면 내와1길3 / 연락처 : 010-2336-0748 / 유기농 인증번호 : 07100003

유기농 제철꾸러미/2006년~2010년 29

8월 장마, 백화골 푸른밥상의 하루 풍경

아침 6시, 핸드폰 알람 소리가 들립니다. 어제 사과밭에서 늦게까지 일하다 와서 그런지 몸이 무겁습니다. 힘들어도 오늘은 농산물가족회원 발송하는 날입니다. 게으름을 부릴 틈이 없습니다. 얼른 일어나 아침을 먹고 작업장으로 갑니다. 저희가 포장 작업을 하는 곳입니다. 손님이 많이 오면 별채로 쓸 때도 있지만, 평상시엔 주로 농산물 포장 작업을 합니다. 직사광선이 비치면 채소가 상할까봐 남쪽으로는 아예 창문을 내지 않았습니다. 좀 컴컴하지만 한낮까지 시원합니다. 어제 밤에 미리 박스 만들기를 해놓아서 출발이 한결 수월합니다. 어제 저녁에는 친구네 과수원에 가서 배를 따 왔습니다. 몇 년째 사과 과수원 하는 친구와 재미난 거래를 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과수원 한귀퉁이에 몇 그루 심어놓은 배나무에..

옥수수, 고구마순, 마늘, 컬리플라워

휴가철이 절정이었던 지난주는 정신없으면서도 신나는 한 주였습니다. 많은 손님들이 다녀가셨거든요. 특히 농산물만 나누다 처음 뵙는 가족회원분들의 방문은 설레면서도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계곡에서 수영하며 물고기도 잡고, 숲에서 날아온 사슴벌레도 잡고, 숯불구이에 막걸리를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잠깐씩이라도 농사일을 함께 도와주셔서 정체됐던 일도 많이 풀렸습니다. 다양한 직업을 갖고 계신 분들이 들려주시는 일에 대한 이야기, 사는 이야기도 재밌었습니다. 다들 너무나 좋은 분들이 다녀가셔서 한동안 힘나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8월 첫째 주에 발송되는 가족회원 농산물은 아주 풍성풍성합니다. 우선 토마토가 본격적으로 익어가는 시기라 토마토도 많이 가구요, 잠시 중단됐던 대파도 이번 주부터 다..

단호박 이렇게 드세요

단호박을 수확했습니다. 색은 어두운 진녹색, 손톱 끝으로 눌러도 자국이 남지 않을 만큼 단단해진 껍질, 갈색으로 줄이 간 꼭지. 이 모든 게 단호박을 수확할 때가 되었다는 징조입니다. 작년처럼 장마철 중간에 수확한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하루도 빼지 않고 비만 억수같이 내렸던 작년과는 달리 올해 장마는 비 오는 틈틈이 해 나는 날들도 많은 덕에 짓무른 놈 하나 없이 모두들 단단하게 잘 여물었습니다. 수확한 단호박들은 다음 주부터 발송해드리려고 합니다. 대부분 다른 야채들은 받으시자마자 바로 드시는 것이 좋지만, 단호박 만큼은 인내심을 가지고 1~2주 정도 후에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 후숙 기간 동안 단호박의 전분이 당분으로 전환되어 단맛이 훨씬 더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단호박을 후숙시킬 때는 그냥 상..

여름 쌈채소와 풋고추

비가 내리다가 흐려지고, 해가 반짝 떴다가 또 폭우가 쏟아지고… 하루에도 수도 없이 날씨가 뒤바뀌는 날들입니다. 이렇게 습한 날들이 이어지면 잎곰팡이병, 흰가루병 등이 기세를 부립니다. 열심히 방제를 하지만 유기농으로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습니다. 몇 년간 농사를 지어보니 유기농의 비결은 ‘손해를 감수하는 것'인 듯 싶어요. 욕심을 버리고 어느 정도 손해날 것을 예상하고 농사지으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여름이 되면 쌈채소가 잘 안 자랍니다. 비가 자주 오니 일조량이 떨어져서 못 자라고, 더위에 약한 놈들이라 해가 쨍 하고 뜨면 또 더워서 못 큽니다. 그래서 여름 쌈채소는 주로 장수 같은 고랭지에서 주로 재배하는데, 고랭지라도 봄가을처럼 잘 자라는 건 아닙니다. 해마다 이맘 때면 쌈채소가 부족해 고생을 한지라..

까놈찐의 추억

요즘처럼 습하고 더운 철이 되면 떠오르는 음식이 있습니다. 바로 ‘까놈찐’이라는 태국 음식입니다. 저희는 여행을 좋아해서 농한기인 겨울이 되면 여행길에 오르곤 하는데요. 특히 태국을 좋아해서 북쪽 끝에서 남쪽 끝까지 구석구석 많이도 쏘다녔답니다. (해외여행이라지만 럭셔리 여행과는 아주아주 거리가 멀고, 길에서 생고생하는 여행을 주로 합니다. ㅠㅠ) 북쪽에서부터 내려와 남쪽 도시인 ‘뜨랑’에 머물 때입니다. 뜨랑은 남북으로 길죽하게 자리 잡고 있는 태국에서도 남쪽으로 한참 내려와 있는 항구 도시입니다. 태국 음식을 좋아하긴 하지만, 몇 주 동안 아침 점심 저녁으로 태국 음식만 줄창 먹어댔더니 향신료 냄새, 기름 냄새, 고기 냄새가 이제 더 이상 반갑지 않더군요. 더구나 남쪽으로 내려올수록 날씨는 무덥고 습..

양배추, 비트, 마늘쫑 장아찌

훌쩍 또 한 주가 지났네요. 지난주엔 축구경기 재밌게들 보셨나요? TV가 없는 저희 집에선 인터넷으로 봤습니다. 화면이 자꾸 끊기긴 했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봤어요. ‘그리스 잔디남’은 며칠 백화골에 모셔다가 모종 심는 일 좀 도와달라 하고 싶더군요. ^^ 이번 주 가족회원 발송품목엔 새로운 얼굴들이 제법 많아요. 오랫동안 속을 채우던 양배추가 드디어 결구가 다 되었습니다. 양배추는 유기농 재배가 참 어려운 작물이에요. 청벌레가 끊임없이 덤벼들긴 했지만, 초기 방제를 신경 써서 해준 덕에 양배추가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양배추는 심어서 거두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한여름 재배는 힘들기 때문에 1년에 딱 두 번 갑니다. 이번에 보내드리는 봄 양배추 한 번, 늦가을에 거두는 가을 양배추 한 번이에요. 폭 쪄서..

양상추 어떻게 먹을까요

숨 가쁜 한 주였습니다. 한동안 선거 얘기하느라 정신없으셨지요? 저희는 투표권 생긴 20살 이래 처음으로 찍은 사람이 당선되는 이변(?)을 겪기도 했습니다. 전북 지역 진보단일후보로 출마한 김승환 교육감입니다. 장수 지역의 많은 귀농자들이 힘을 모아 선거운동을 한 후보이기도 한데, 아슬아슬하게 역전승을 거두어 모두들 많이 기뻐했답니다. 아무튼, 우리 마을도 이제 다시 조용한 산골마을로 돌아왔습니다. 한동안 하루에도 수차례씩 울려 퍼지는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은 특급 사랑이야~~” 듣느라 참 고역이었습니다(이 노래 사용한 후보가 최소한 다섯 팀은 넘는 것 같았어요. ㅠㅠ). 선거가 끝나고 나니 갑자기 날씨가 무더워졌습니다. 날씨가 더워지면 배송 도중 농산물이 상하지는 않을지가 가장 걱정됩니다. 모두들 잘..

미나리

달력 한 장이 또 넘어갔네요. 6월이 됐지만 이곳은 아침저녁으로 아직 많이 쌀쌀합니다. 그래도 낮이 되면 어찌나 날씨가 좋은지. 춥지도 덥지도 않고, 세상은 반짝반짝 빛이 나고... 1년 중 가장 아름다운 때인 것 같습니다. 어딘가로 놀러 가고 싶지만, 밭에서 할 일이 산더미처럼 기다리고 있으니 매일 매일 밭으로 놀러가는 수밖에요. ^^ 이번 주에 발송해드리고 있는 미나리입니다. 재배한 것이 아니라 산에서 자라는 야생 미나리예요. 산을 구석구석 훑고 다니다보면 이렇게 뜻밖의 군락지를 발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두릅 군락지, 돌나물 군락지, 취 군락지... 이럴 땐 무슨 보물이라도 발견한 기분이에요. 산 속 깨끗한 곳에서 자라는 것이라 그런지 향이 아주 좋습니다. 시장에서 파는 미나리에 비하면 키가 많이 ..

햇감자와 브로콜리

황금연휴는 잘들 보내셨나요? 백화골에선 주말에 고구마를 심었답니다. 고구마는 순을 땅에 꽂아 넣는 방법으로 심는데, 심고 나서 해가 쨍쨍 뜨면 다 시들어 죽고 맙니다. 일기예보 잘 보고 비 온다는 예보가 있어야 고구마를 심지요. 토요일에 비 맞으며 고구마를 심었는데 일요일, 월요일, 그리고 오늘 아침까지 계속 촉촉하게 비가 내리네요. 매년 심는 고구마지만 이렇게까지 날씨가 환상적으로 뒷받침해준 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올해 고구마 농사는 시작이 좋네요. 주말에 고구마 심고 나서 김치도 담갔어요. 마침 고교 동창 친구 가족이 놀러와 있어서 두 집이 나눠 먹을 김치를 함께 담갔지요. 가족회원 분들도 지난주에 보내드린 배추랑 열무로 겉절이 담으신 분들 많으시죠? 처음으로 김치 만들기에 도전한다는 회원분들 댓글..

땅콩과 옥수수

금요일, 석가탄신일, 3일 연휴. 주말에 끼어있는 휴일 덕분에 많은 분들이 가뿐한 마음으로 한 주를 시작하셨을 듯 하네요. 백화골은 오히려 휴일 때문에 이번 주가 비상이랍니다. 금요일이 휴일이라 택배를 보낼 수가 없으니, 토요일에 택배 받으시는 분들 것들도 목요일에 받으시는 분들 것과 함께 수요일에 한꺼번에 작업해야 하거든요. 그래도 이번 주엔 지난주처럼 야생에서 채취하는 것들이 많지 않아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으니 그럭저럭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이번 주 발송 품목 중 땅콩과 팝콘 옥수수에 대해 간단히 설명드리도록 할게요. 1. 땅콩 겨우내 피땅콩 채로 보관하다가 3, 4월 내내 틈만 나면 껍질을 깠어요. 땅콩 껍질 까는 게 보통 일이 아니랍니다. 나중에는 손가락 관절이 삐끗거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