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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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05년~2006년 39

행복했던 2006년, 농사 마무리 긴 겨울 휴가! (2006.11.15)

산골에 살면 시간이 바람처럼 흘러간다. 계절을 미리 준비하며 살아야하고, 자연에 순응해 흘러가는 시간, 바뀌는 날씨를 받아들여야 한다. 10월말부터 쏟아져 나왔던 양상추 수확을 즐겁게 끝내고, 밭에 비닐과 부직포를 걷고 호밀을 뿌리고 로터리를 쳤다.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바빴던 2006년 농사를 오늘 텃밭 하우스 비닐을 걷어내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고 가야할 길이 많은 초보 농부지만 2006년 한 해 농사지으며 참 행복했고 평화로웠다. 농산물 회원제를 처음 시도하여 경제적 자립을 이루었고, 작년과 똑같은 평수에 심은 작물이 두배가 나오는 농사 기술의 발전도 있었다. 가장 큰 수확은 힘들기만 했던 육체노동, 시골 이웃들과 어울리기, 각종 자연재해에 대처하는 방법을 차근차근 터..

아내가 싫어하는 시(詩) (2006.10.27)

대학 동아리 활동 때 꼭 읽어야할 필수 목록에 항상 오르던 시. 그 시절엔 이른바 ‘운동권’들만 좋아하던 시인의 대표작. 지금은 교과서에도 실릴 정도로 널리 알려진 시. 농사꾼이 되고난 뒤 더욱 가슴 절절히 느껴지는 시. 하지만 아내는 싫어하는 시. 왜 아내는 이 시를 싫어할까요?^_^ 농무(農舞) 신경림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 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주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 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산 넘고, 바다 건너! 한미 FTA 반대 제주 원정기 (2006.10.25)

10월22일 새벽 4시 농민회 사무실앞 - 장수군 농민회 제주 원정대 출발! 새벽 바람이 차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고 인사가 오간다. 바쁜 수확기인데도 많은 회원들이 짐을 챙겨 나온다. 제주도에서 한미 FTA 협상이 진행될 거라는 소식에 전국의 농민, 노동자들이 제주도로 모이는 길. 반대 목소리가 큰 만큼 사람들이 덜 모일 수 있는 제주도로 장소를 정했나 보다. 원정대에 참석하려고 트럭 헤트라이트를 켜고 전날 밤늦도록 들깨를 털었다. 피곤으로 몸이 천근만근, 봉고차 두 대로 장수군 농민회 한미 FTA 반대 제주 원정대가 출발했다. 22일 오후 2시30분 - 전경과 함께 배타고 제주도로다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농민들이라 목포에서 배를 타고 제주도에 갔다. 비행기 타면 1시간이면 갈 곳인데 배를 ..

한달 넘게 계속되는 가을 가뭄, 힘든 고구마 캐기 (2006.10.19)

9월18일부터 오늘 10월 19일까지 장수에는 한번도 비가 내리지 않았다. 가뭄이 계속되니 땅이 굳어 고구마 캐기가 무지 힘들다. 여름엔 긴 장마, 가을엔 긴 가뭄! 올해 날씨 참 농사에 도움 안 된다. 100평도 안되는 땅에 심은 고구마를 2주째 캐고 있다. 비오는 날 심고 부직포로 풀만 잡아줬을 뿐인데도 고구마 농사가 잘 됐다. 수확량이 많은데다 달고 맛있다. 트랙터나 경운기에 쟁기 달아 캐도 되지만 많이 상한다. 삽으로 캐는데 무지 힘들다. 그래도 고구마가 많이 나와 수확하는 기쁨이 크다. 고구마가 서리를 맞으면 안 된다고 해서 서둘렀는데 캐기가 힘들어 어느새 2주가 흘렀다. 어찌어찌 하다보니 추석 이후에 고구만 캐는 일에만 전념하며 보낸 셈이 됐다. 이제 남은 건 한 줄, 내일이면 고구마캐기 대장..

추석, 텅 빈 마을 지키며 농작물 돌봐주다 (2006.10.07)

추석이 되면 시골 마을은 도시에 나갔던 자식들이 돌아와 북적북적한다. 밭둑 길에 차들이 빼곡이 들어서고 하얀 얼굴의 도시 사람들이 하나 둘씩 얼굴을 내민다. 하지만 귀농자들이 주로 모여 사는 우리 마을은 명절이면 모두 도시에 사는 친지들에게 가느라 텅 비어 버린다. 우리는 하우스에 양상추를 키우고 있어서 온도와 물 관리를 해야 하는 상황. 요즘 같이 일교차 큰 날씨에 하우스 문 제대로 여닫아 주는 것, 물 조절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부모님 댁에는 지난 일요일에 미리 다녀오고 추석 연휴 동안엔 마을에 남아 있었다. 텅 빈 마을에 우리만 있다. 사실 농사철에는 다들 바빠서 이웃들과 만날 틈도 없이 지낸 날이 많았지만 그다지 심심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만 있다는 느낌 때문이었을까? 좀..

가을의 한가운데서 오래된 부처를 만나다! (2006.09.15)

양상추, 쌈배추, 무, 알타리 무, 김장배추까지 심었으니 올해 가을 작물은 다 심었다. 밭에 들어갈 건 다 들여보내고 나니 마음까지 가뿐하다. 이제 서리 내리고 거두어들일 철이 되기 전까진 비교적 한가한 날의 연속이다. 하루종일 찌뿌둥하고 초겨울 같이 쌀쌀한 이상 저온 날씨가 일주일 이상 계속되더니 오늘은 오랜만에 볕이 쨍쨍한 전형적인 맑은 가을날이다. 좋은 날을 기념해 오후에 짧은 여행길에 나섰다. 목적지는 장수 군내에 있는 '원흥사'라는 작은 절. 이곳에 삼국시대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오래된 석불이 있다는 얘기를 예전에 들은 적이 있다. 한 번쯤 둘러보고 싶었다. 같은 군내라도 우리 집이 있는 계남면과 원흥사가 있는 산서면 사이엔 꽤 구불구불한 산고개길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차로 30분 남짓 걸..

비온 뒤 갠 저녁, 좌도 풍물에 취하다! (2006.08.28)

다시 장마가 시작된 듯 하다. 백화산 산골에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소낙비가 내린다. 토마토 밭도 정리하고 가을 작물을 심어야할 시기라 바쁜데, 한창 일 하다보면 비가 와서 집으로 들어 와야할 때가 많다. 올해 유난히도 비가 많이 온다. 지난 토요일 저녁, 오후 내내 간간이 비가 내리다 맑게 하늘이 개었다. 기분 좋은 비 갠 저녁, 장터에서 멋진 공연이 펼쳐졌다. ▶ 거리에 붙어 있는 공연 포스터! 글씨체며 색깔이며 참 공연 내용에 어울리게 디자인 됐다. 포스터를 보는 순간 가슴 짠한 기대감이 몰려왔다(좌도농악이란 무진장(무주, 진안, 장수)을 비롯한 전라도 동부지역의 농악이란다. 평야지대에서 발달한 우도농악에 비해 소박하면서도 단체 연기를 중요시한다고. 좌도농악은 우도농악과 경남농악 등 여러 농악의 장점..

계남면민 체육대회, 마라톤 나가 꼴등하다 (2006.08.18)

시골 내려와 처음으로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계남면민 체육대회에 참가했다. 작년에는 수해 때문에 행사가 취소됐었는데. 그래서인지 올해는 많은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 잔뜩 몰려서 재미있는 하루를 보냈다. 하루하루 폭염 속에서 일하느라 힘든 농민들이 체육대회를 핑계로 하루 즐겁게 놀았다. 서울 같으면 옆집에 누가 사는 지도 모르니 상상도 못할 상황인데, 같은 면에 사는 사람들이 다들 모여서 하루종일 노는 게 어찌나 좋던지... 나는 마라톤과 배구에 출전했는데 이틀이 지난 오늘까지도 온 몸이 쑤시고 뻐근하다. 아는 귀농자 한 분은 면민 체육대회 날 씨름에 출전했다가 며칠째 누워있기도 했단다. "아이고 햇볕 아래 나앉으니 졸리네." 할머니들이 모여 앉아 운동장을 바라보고 있다. 부채 들고 카메라를 쳐다보는 할머..

농부의 꽃말 (2006.08.15)

가지꽃 "가지꽃도 종종 허사가 있답니다" 가지꽃에 대한 오래된 농사 속담이 있다. '가지꽃과 부모 말은 허사가 없다'. 가지꽃이 그만큼 결실율이 높다는 얘기다. 하지만 실제 가지를 키워보면 꽃이 핀다고 다 열매가 맺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금세 알 수 있다. 착과율이 한 80% 정도? 하지만 다른 놈들에 비해 쉽게 착과가 되는 편이라 텃밭에 몇 그루만 심어도 여름 내내 한가족이 실컷 먹고 남을 정도로 가지가 주렁주렁 열리는 건 사실이다. 보랏빛 꽃잎 속에 샛노란 수술을 단 가지꽃은 관상용으로 키워도 좋을 만큼 곱다. 오이꽃 "일곱 번째 마디 아래로 열린 꽃은 모두 따주세요" 오이는 병충해와 진딧물 방제도 신경 쓰이지만 곁순과 아랫마디 쪽 꽃 따주는 데도 잔손이 많이 간다. 오이 모종을 심고 첫 꽃이 열렸다..

[스크랩]"어리버리 국회의원, 각오 단단히 하시길" (여의도통신) (2006.08.12)

출처 : http://www.ytongsin.com/ 원문 보기 : http://www.ytongsin.com/news/articleView.html?idxno=4212 국회관련 웹진 '여의도 통신'에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어리버리 국회의원, 각오 단단히 하시길"[플러스인터뷰] 귀농인 조계환 씨 2006년 08월 07일 (월) 08:32:41 이정환 기자 bangzza@ytongsin.com 한미 FTA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최근 방송을 통해 한미 FTA 체결의 허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동시에 농민 시위를 바라보는 시선도 전과 같지 않다. 남의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란 인식이 싹트고 있기 때문이다. ▲ 잠깐 동안 '참'의 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