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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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10년

아욱! 서리 맞아도 죽지 마

백화골 2010. 10. 25. 23:40

올해 농산물회원제 마지막 주 발송을 시작했습니다. 해마다 가족회원 마지막 주 발송을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마치 한 해의 마지막 주를 맞는 듯한 느낌입니다. 약간 설레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고, ‘아, 올해도 벌써 다 지나갔구나’ 하는 감회도 들고요. 마지막 주의 마지막 발송 요일에 마지막 상자 포장까지 마치고나면 어디선가 ‘댕댕댕댕~’ 하는 제야의 종소리라도 들려올 것만 같습니다. 이렇게 맘속으로 미리 연말연시를 맞이하여 좋은 점은 11월과 12월, 자그마치 두 달이 덤으로 생긴 것 같이 느껴진다는 점이지요. ^^

어제부터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는 바람에 시린 손을 비벼가며 마지막 주 첫 날 농산물 포장을 시작했습니다.

주말 내내 흐리고 비가 오더니 오늘도 해가 뜨지 않습니다. 으스스하게 바람이 불어오는 게 겨울이 코앞인가 봅니다. 일기예보를 보니 내일은 0도, 모레는 영하 3도까지 떨어진다고 하네요.

꽃이 필까 조마조마하게 하던 컬리플라워가 예쁘게 잘 자랐습니다. 큰 놈은 거의 사람 얼굴만한 크기로 큼지막하게 자랐습니다. 털이 복슬복슬한 양 같기도 하고 둥근 백설기 떡 같기도 하고... 아무튼 몽글몽글한 것이 참 보기 좋습니다.

브로콜리는 이제 막 꽃송이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컬리플라워랑 브로콜리를 둘 다 보내드리려고 했는데, 브로콜리가 이렇게 늦장을 부리는 바람에 둘 중 하나만 보내드리게 되었네요. 생긴 것도 비슷하고 맛도 쓰임새도 비슷한 놈들이니 맛있게 드셔주시면 좋겠습니다.

손톱 만하던 아욱이 손바닥 반절 크기 정도로 자랐습니다. 한동안 계속된 추운 날씨 탓에 성장을 멈춘 듯 했던 아욱입니다. 그래도 작은 잎이나마 마지막 주에 이렇게 발송을 할 수 있을 만큼 커주니 기특합니다. 오늘 한 잎 한 잎 따서 포장을 하는 데 향기가 참 좋네요. 된장 엷게 풀어넣고 아욱국 끓여 먹으면 맛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주중에 기온이 영하로 내려간다고 해서 걱정입니다. 금요일 까지는 살아있어 줘야 모든 회원분들에게 보내드릴 수 있을 텐데요.

비타민채는 날씨가 추워질수록 힘이 나는가 봅니다. 녹색 잎이 더욱 싱싱하게 짙어지네요. 지난번엔 푸른밥상 회원에게 보내드렸고, 이번 주엔 작은 회원에게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향긋한 샐러리입니다. 보통 대 부분만 먹는 경우가 많은데, 잎도 연할 때 먹으면 맛있습니다. 샐러드에 넣거나 그냥 생으로 먹어도 되고, 데쳐서 초장 양념에 무쳐 먹거나 쑥갓처럼 탕 요리에 넣어 이용해도 좋답니다.

마지막 주엔 항상 양상추가 갑니다. 요맘때가 양상추가 제일 맛있을 때거든요. 귀농 첫 해, 둘째 해 때 대량재배해서 직거래도 하고 생협 납품도 했던 작물인데, 왠일인지 그 이후로 찬밥 신세로 전락, 그 때처럼 커다랗게 키우진 못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역시 배추에만 관심을 쏟은 탓인지 크기가 좀 작습니다. 양상추는 손으로 죽죽 찢어서 생으로 먹거나 샐러드를 만들면 좋은데, 고기 먹을 때 쌈 싸 먹으면 참 맛있습니다.

올해 고구마 같은 땅속 작물이 아주 흉년입니다. 저희만 잘 안된 건 줄 알았는데 주변 이웃들 사정이 다 비슷하네요. 오늘 횡성에 계신 부모님과 통화해보니 강원도 고구마들도 사정이 비슷하다고 합니다. 비가 많이 와서 배수가 잘 안 된 탓인지 색도 거뭇거뭇하게 보기 싫게 들었고, 동글동글하지가 않고 밀대로 밀어놓은 것처럼 길다랗게 생긴 놈들이 대부분입니다. 고구마 상태가 이러니 캐는 사람 마음도 짜증이 나서 고구마는 캐다가 자꾸 뚝뚝 부러뜨려 먹고... 아무튼 그 어느 해보다도 많이 쏟아져 나온 흠고구마들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신청하시는 회원분들에게 무료로 나눠 드리기로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신청해 주셔서 저희도 아주 신나게 보내고 있습니다. “다 부러뜨려 먹길 잘했다.” 남편이 한 마디 하며 웃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