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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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10년

추석 연휴 농사 일기

백화골 2010. 9. 26. 23:10

추석 연휴 건강하게 보내셨나요. 저희는 발송 작업이 1주일 넘게 중단된 덕에 오랜만에 휴가를 가졌습니다. 마음 편하게 일할 계획을 세워 놓고 하루하루 이런저런 가을일을 하며 지냈습니다. 수험생이 추석 연휴 동안 모자란 공부를 모아서 하듯, 그동안 밀렸던 일들을 하다 보니 어느새 10일이 훌쩍 지나가버렸네요.

날씨가 정말 좋습니다. 이제 추수철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애국가에 나올 법한 파란 하늘 보며 기분 좋게 일하고 있습니다.

토마토밭과 들깨밭을 정리하고 알타리무, 열무, 쌈배추, 상추, 시금치, 청경채, 아욱 등을 심었습니다. 올해 너무 날씨가 더워서 가을 작물을 조금 늦게 심었습니다. 다들 찬바람을 좋아하는 작물들이거든요. 날씨가 요즘처럼만 이어진다면 10월 안에 하나 둘씩 발송할 수 있을 겁니다.

민채네사과밭 형님이 탄저병 걸린 흠사과를 주셔서 사과잼을 만들었습니다. 사과를 하나하나 깨끗이 씻어서 다듬고 벌레 먹은 곳을 골라내고 분쇄기로 갈아 설탕과 함께 졸이는 길고 긴 과정이 이어졌습니다. 이번 주에 보내드릴 예정입니다.

표고버섯은 추석 무렵에 가격이 좋습니다. 그래서 이때 맞춰서 대량 재배를 하는데 올해 유독 가격이 좋았다네요. 저희에게 표고버섯을 공급해주시는 집에서 너무 바쁘다며 밤에 와서 일을 좀 도와달라고 SOS를 쳤습니다. 그래서 이틀 동안 낮에는 우리 일을 하고 밤에 가서 늦도록 일을 도와드렸더니 시장에 내지 못하는 작은 버섯들을 주셨습니다. 표고버섯은 햇볕에 말리면 비타민D가 생겨서 몸에 더욱 좋다고 하네요. 추석 기간 동안 짱짱하게 해가 내리쬐어 버섯을 잘 말렸습니다. 

위 사진이 수세미 수확 직후 모습이구요, 아래 사진이 삶아서 속만 꺼내 말리는 것입니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속의 씨앗을 꺼내는 작업이 어렵네요. 앞으로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만들어두었다가 몇 주 뒤에 한꺼번에 보내드릴 계획이랍니다.

폭우와 태풍이 끝나고 햇볕 반짝 나는 요즘 날씨가 참 좋기는 한데, 갑자기 밤 기온이 뚝 떨어져 버렸습니다. 22도 하던 밤 기온이 1주일 새 8도까지 떨어졌습니다. 일교차가 심하면 농작물이 맛있어지기는 하지만 너무 심하면 잘 자라질 못합니다. 상추를 많이 심었는데 잘 안 자라서 귀하게 귀하게 키우고 있습니다.

여름 휴가 때 놀러 오신 회원 가족이 심어주고 간 양배추가 이제 거의 포기가 차려 하고 있습니다. 며칠 째 양배추가 좋아하는 깻묵액비와 미생물들을 듬뿍 쳐주면서 빨리 자라라고 응원해주고 있습니다.

샐러리입니다. 이렇게 작은 놈이 금세 대파만큼 자랍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물이라 더 신경 쓰며 키웁니다.

여름엔 잘 안 되던 컬리플라워가 역시 가을엔 잘 자라네요. 초기에 벌레를 열심히 잡아주었더니 이제 수확시기가 1~2주 남은 것 같습니다.

브로콜리도 가을이 되니 잘 자랍니다. 이번에는 곁순이 나지 않지만 시간이 좀 오래 걸리는 중생종 종자를 심었는데 관리가 쉬운 대신 빨리 꽃이 피지를 않습니다.

맛좋은 가을 양상추도 한창 자라고 있는 중입니다.

한동안 수꽃만 피고 암꽃이 안 펴서 거의 수확량이 없었던 애호박이 다시 암꽃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곧 회원분들에게 골고루 배송해드릴 예정입니다.

가을 배추도 속이 잘 차갑니다. 요즘 메뚜기가 기승을 부려 매일 아침 수백 마리의 메뚜기를 손을 잡아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