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박정선, 조계환/울주군 두서면 내와1길3/유기농인증번호 : 07100003/연락처 : 010-2336-0748

농부의 하루/2010년 56

오이 심고 고추 심고

냉해 때문에 전국이 난리네요. “지난 겨울 이상 기온에, 최근 냉해까지 겹치면서 농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습니다. 채소와 화훼, 과수 재배 면적의 30%인 3만여 농가가 큰 피해를...” “전북 과일 나무 1/4이 냉해...” 굳이 이런 뉴스들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올 봄엔 다들 만나기만 하면 날씨 이야기를 하기 바쁩니다. 평년과 비슷한 시기에 모종을 심었다가 얼어 죽는 바람에 낭패를 본 이웃이 한 둘이 아닙니다. 살아남은 놈들도 성장 속도가 예년에 비하면 거북이 걸음이네요.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급한 맘 누르며 날씨에 맞춰 천천히 천천히 나아가는 수밖에요. 하우스 안에 풋고추, 오이맛고추, 꽈리고추, 피망을 심었습니다. 아직 너무 어려서 고추 말뚝 박고 줄 묶어주는 일은 한참 뒤에나 해줘야 할 것 같..

들나물 먹으며 보내는 4월

지난주까지만 해도 영하로 내려가던 날씨가 이제는 좀 풀린 듯합니다. 하지만 언제 또 한파가 닥칠지 모르니 마음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조심해가면서 추위에 비교적 강한 놈들부터 밭에 내가고 있는 중입니다. 상추와 양상추, 각종 쌈채소들 어린 모종을 본밭에 옮겨 심었습니다. 상추는 적상추, 청상추를 사이좋게 반씩 나누어 심었습니다. 쌈채소들은 주로 치커리 종류입니다. 아직 활착 전이라 아이들이 좀 힘이 없어 보이네요. 4월 초순에 심었던 완두콩이 하나둘씩 고개를 내밀기 시작합니다. 완두콩은 추위에 강하기 때문에 일단 싹만 올라오면 안심입니다. 단, 싹이 올라오기까지 적당한 물은 필수입니다. 작년엔 지독한 봄가뭄 때문에 싹이 올라오지 않아 재파종하기도 했답니다. 봄무는 좀 걱정이 되네요. 무는 여러 가지 채소..

봄바람에 쑥쑥 자라는 봄 작물들

요 며칠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옵니다. 가까운 전주나 진주 같은 곳만 해도 벌써 벚꽃이 만개하다 못해 져간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장수는 이제야 매화가 꽃봉오리를 터뜨릴락 말락 하고 있답니다. 그래도 매화 꽃봉오리 부푸는 걸 보니 이제 살았다 싶습니다. 이른 봄에 넣었던 봄 작물들도 따뜻한 봄내음을 맡더니 쑥쑥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해도 눈에 띄게 길어졌고요. 이제 해가 짧아서 라는 핑계도 못 대는, 본격적인 일철의 시작입니다. 하우스에 심은 감자싹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납니다. 3월 날씨가 너무 추워서 작년보다 며칠 늦게 심었는데, 온도와 습도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써서인지 비슷한 시기에 싹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잘 자랍니다. 초기에 한파를 입지는 않을까 전전긍긍 걱정됐던 브로콜리, 양배추, 배추도 날씨가..

머리맡에 씨앗을 두고 자는 달

얼마 전 멀리서 장수까지 놀러온 고마운 벗이 방문 선물로 책을 주고 갔습니다.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라는 긴 제목을 가진, 그리고 긴 제목만큼이나 두꺼운 책이었습니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연설문과 잠언들을 모은 책인데, 백인 침략자가 들어오기 전까지 방대한 세월동안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온 인디언들의 심오한 지혜가 담겨있더군요. 가장 재미있었던 건, 책 말미에 부록처럼 딸려있는 ‘인디언의 열 두 달 이름’이었어요. 유명한 영화인 ‘늑대와 춤을’ 아시지요? ‘늑대와 춤을’은 아시다시피 주인공의 인디언식 이름입니다. 주인공의 여자친구 이름은 ‘주먹 쥐고 일어서’였던가요. 아무튼 인디언 이름은 이런 식으로 대상의 가장 인상적인 특징을 독창적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름짓기의 달인인 아메리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