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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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10년

가을 배추, 무 수확

백화골 2010. 10. 19. 11:57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걷으면 언제나 안개가 자욱합니다. 한낮의 청명하고 따가운 가을 햇살을 예고하는 안개입니다. 차가운 아침 기온에 콧물을 훌쩍이며 일하다보면 어느새 선명하게 올라온 가을 햇살이 축축한 세상을 보송보송하게 말려줍니다. 지난주에 수확을 끝내고 마당에 나란히 나란히 누워 몸을 말리고 있는 땅콩과 고구마들도 하루하루 잘 마르고 있는 맑은 가을날들입니다.

배추를 수확했습니다. 이번 주 가족회원 발송 품목은 김치거리 3종 세트 - 배추, 무, 열무가 주인공입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뛰던 배추값 때문에 햇김치를 그리워만 했던 분이 계시다면 김장 전에 햇김치 한 번 맛있게 담아 드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배추를 수확하면서 보니 무름병에 걸려있거나 속까지 벌레의 집중 공격을 받은 놈들도 가끔 나옵니다. 이런 배추들은 저희집 밥상 위에 배춧국이 되어 올라오기도 하고 이웃집에 나눠주기도 합니다.

무는 올해 작황이 별로 좋지가 못합니다. 8월 중순에서 말까지 무 씨를 넣을 무렵에 밭이 떠내려갈 정도의 기습 폭우가 많이 쏟아져서 발아가 골고루 잘 되지 못했습니다. 발아가 안 돼서 씨를 넣고, 넣고 또 넣고 하다보니 시기가 많이 늦어져 큼직한 무는 조금밖에 없고 크기가 작은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크기가 작은 무들은 덤으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열무는 아직 좀 어린 상태지만 이때가 잎이 여리고 가장 맛이 있기 때문에 일찍부터 수확해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저희 집에서는 여린 열무 잎을 총총 썰어서 간단한 샐러드를 하거나 생으로 즐겨 먹습니다.

 

이건 지난 주에 보내드렸던 체리 무입니다. 올해 처음 심어본 것인데, 맛도 맛이지만 모양이 너무 예뻐서 크리스마스 때까지 놔뒀다가 트리 장식으로 쓰고 싶을 정도입니다. ‘체리 무’라는 이름은 제가 임의로 붙였습니다. 씨앗 봉지에 나와 있는 이름은 ‘20일 무(코메트)’인데, 이 이름 역시 씨앗 회사에서 임의로 붙인 품종 이름일 뿐이랍니다. ‘래디쉬’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 이름 역시 무를 총칭하는 영어 이름을 뿐이고요. ‘빨간 무’, 이건 순무 같은 다른 빨간 무들과 구별이 안 되지요. 그래서 이 무를 수확해서 처음 본 순간 떠오른 이름인 ‘체리 무’를 그냥 붙여봤습니다. 앙증맞은 모양 때문인지 한 회원님께서 알려주신 첩보에 따르면 26개월 된 아이가 너무 좋아하면서 앉은 자리에서 다 먹어버렸다고 합니다. ^^

요즘 한창 수확하고 있는 햇상추입니다. 요즘 온도가 상추와 딱 맞다보니 맛도 아주 제대로 들었습니다.

기쁜 소식 하나 전해드릴게요. 올해 마지막 발송 전까지 과연 회원분들에게 보내드릴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던 작물 중 하나인 컬리플라워가 드디어 꽃송이를 밀어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구 기특해라! 다음 주에 수확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브로콜리도 좀 따라서 꽃송이를 피우면 좋으련만...

하루 해가 많이 짧아졌습니다. 고구마, 땅콩 캐기를 마무리 하다 보니 밭에서 석양을 맞게 됩니다. 멋진 가을 하루가 저물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