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박정선, 조계환/울주군 두서면 내와1길3/유기농인증번호 : 07100003/연락처 : 010-2336-0748

토마토 46

귀뚜라미도 한철

멧돼지는 방비가 잘 된 것인지 ‘산성’으로 막아놓은 후로는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이번 주말에 멧돼지가 남겨 놓은 밤고구마를 수확할 계획입니다. 왕귀뚜라미의 습격에 매일 같이 죽어나가던 배추도 잘 자라고 있습니다. ‘메뚜기도 한철’이라더니 왕귀뚜라미도 철이 있나 봅니다. 배추밭을 온통 뒤덮시피 했던 왕귀뚜라미들이 며칠새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며칠동안 정말 이 왕귀뚜라미 녀석들과 아주 징하게 싸움 한 판 치렀습니다. (귀뚜라미 얘기를 하다보니 귀뚜라미라는 회사도 떠오르네요. 이 회사 사장님이 아주 이상한 사내 공문을 하달했다지요. 새로 짓는 집에는 귀뚜라미 말고 다른 보일러 놓아야겠습니다. ^^) 어렵게 뿌리내린 배추들입니다. 중간 중간 계속 ‘땜빵’을 했기 때문에 저마다 자란 모양이 일정하지가 않습니다. ..

여름날 밭일 하는 즐거움

폭염이 잠시 멈추고 흐린 날씨가 이어집니다. 장마처럼 폭우가 쏟아지는 것도 아니고 간간히 이슬비가 내리는 정도라 일 하기 좋은 며칠이었습니다. 이제 가을 작물들이 밭으로 나갈 시기입니다. 밭 정리하고 퇴비 넣고 고랑 만들고 멀칭하고... 바쁘게 또 가을 농사를 준비합니다. 일하기 좋은 흐린 여름날, 밭일하는 즐거움에 푹 빠져 지냅니다. 휴가철이 시작되어 장수에도 도시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장수에는 여기저기 좋은 계곡이 많습니다. 사람 붐비지 않는 곳에서 휴가 보내기에 딱 좋은 곳이죠. 휴가철을 맞이하여 장수 장계면 시장통에서 풍물 공연이 펼쳐졌습니다. 보는 관객들은 많지 않지만 흥겹게 공연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땀 흘리며 풍물치고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키면 여름이 더 행복해질 것 같습니다. ..

토마토, 바다, 하늘소

우려했던 태풍 망온이 다행히 우리나라를 비껴 지나가면서 저희뿐 아니라 다른 많은 농민들도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 겁니다. 멀리서 태풍이 지나가고 있는데도 바람이 많이 분 하루였어요. 하루종일 불어댄 바람이 먼지를 날려버린 덕인지, 하늘도 더 파래지고 나무도 더 선명한 녹색으로 빛이 나네요. 뉴스를 보니 전국적으로 유난히 대기가 맑은 날이라고 합니다. 엊그저께는 노지 감자를 수확했습니다. 일찍 시작되어 너무 길게 이어진 장마 때문에 감자를 캐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었던 터라, 비가 그치고 난 다음날 바로 감자를 캐기 시작했어요. 아무래도 장맛비 속에 너무 오래 갇혀 있었던 탓에 썩고 물러진 감자도 많았지만, 그래도 걱정했던 것보다는 그럭저럭 수확이 괜찮았습니다. 감자를 캐고 난 뒤에는 바로 퇴비를 넣고 삽질..

반짝반짝 빛나는 푸르른 5월 백화골

푸릇 푸릇 새 순이 돋고 예쁜 꽃들이 온 산을 무지개빛으로 바꿔 놓기 시작했습니다. 5월의 날씨가 이처럼 꿈같이 느껴지는 것은 지난 겨울이 너무 추워서일 겁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한겨울 같던 날씨가 확 풀려서 기분 좋은 시절입니다. 한국 날씨는 5월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점점 여름이 더워지고 겨울이 추워질수록 이 짧은 한 달이 소중하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5월과 함께 백화골에는 기운나는 일들이 가득합니다. 농산물 발송을 시작했고, 작물들이 별 탈 없이 잘 자라고 있습니다.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농사일은 재미있습니다. 주변이 점점 녹색으로 바뀌면서 마음까지 환해지고 행복해집니다. 조팝나무 꽃이 집 주변을 점령했습니다. 일부러 심은 것도 아닌데 주변에 이렇게 하얀 꽃이 울타리를 만들..

고양이망 설치

아침에 모종들을 살펴보다 버럭 성질을 내고 말았습니다. 엊그제 새로 씨앗을 넣은 모종판들 위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누군가의 발자국! 토마토 모종판 위에서 시작해, 단호박을 거쳐, 방울토마토까지 유유히 밟고 걸어간 범인의 주인공은 바로 고양이입니다. 쌀쌀한 날씨에 따뜻한 곳을 찾아 모종하우스 안으로 기어들어온 것이죠. 모종판의 흙은 아주 부드러운 상토이기 때문에, 고양이가 밟고 지나가면 흙이 푹 꺼져들어가게 됩니다. 이제 막 뿌리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발아 준비를 하던 씨앗 입장에서 보면 날벼락이 따로 없는 셈이지요. 고양이가 모종 하우스에 들어와 모종판을 밟아놓고 간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그동안 오이 두세 주, 청경채 서너 주, 배추 한두 주 정도 밟아놓은 전력이 있긴 하지만, 피해 규모가 그리 크..

여름 쌈채소와 풋고추

비가 내리다가 흐려지고, 해가 반짝 떴다가 또 폭우가 쏟아지고… 하루에도 수도 없이 날씨가 뒤바뀌는 날들입니다. 이렇게 습한 날들이 이어지면 잎곰팡이병, 흰가루병 등이 기세를 부립니다. 열심히 방제를 하지만 유기농으로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습니다. 몇 년간 농사를 지어보니 유기농의 비결은 ‘손해를 감수하는 것'인 듯 싶어요. 욕심을 버리고 어느 정도 손해날 것을 예상하고 농사지으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여름이 되면 쌈채소가 잘 안 자랍니다. 비가 자주 오니 일조량이 떨어져서 못 자라고, 더위에 약한 놈들이라 해가 쨍 하고 뜨면 또 더워서 못 큽니다. 그래서 여름 쌈채소는 주로 장수 같은 고랭지에서 주로 재배하는데, 고랭지라도 봄가을처럼 잘 자라는 건 아닙니다. 해마다 이맘 때면 쌈채소가 부족해 고생을 한지라..

고추에 구멍이 뚫리는 달 7월

“삼천만 잠들었을 때 우리는 깨어"로 시작되는 농민가가 여름이 되면 절절하게 새겨집니다. 낮에는 뜨거워 아침 일을 많이 해야 하는 시기거든요. 새벽에 일어나 밭에서 동트는 걸 보며 상추를 따다보면 바람도 시원하고 정신도 맑고 참 기분이 좋습니다. 하지만 이 기분 좋은 상쾌함도 잠깐입니다. 해 뜬 후 몇 시간만 지나면 곧 지글지글 끓어오릅니다. 온몸을 둘둘 감싸고 더위와 싸우며 일하고 있습니다. 토마토에 줄 바닷물을 남해안에 가서 떠왔습니다. 모든 과채류는 바닷물을 30배에서 100배 정도 뿌려주면 당도가 높아집니다. 바닷물에 들어있는 풍부한 미네랄 성분 때문이랍니다. 바닷물을 뿌려주면 몸만 커지려는 영양성장보다 열매를 맺고 키우려는 생식성장이 더욱 활발해지는 효과도 있습니다. 이제 토마토 수확이 20여일..

장마

장마가 시작됐습니다. 해마다 6월 말이면 어김없이 장마가 시작되지만, 그 양상은 조금씩 다릅니다. 계속 주룩주룩 비가 내리거나, 폭우가 쏟아지거나, 아니면 올해처럼 비가 아주 조금만 내리고 계속 흐린 날이 계속되거나, 장마도 나름대로 특색이 있습니다. 비가 많이 오면 밖에 나가기가 어려워 일이 많아도 집에서 쉽니다. 하지만 올해는 날이 흐리고 비가 조금만 내리니 오히려 일하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요즘 농민들 만나면 주로 하는 얘기가 오늘은 샤워를 몇 번이나 하며 일했다는 둥, 하루종일 땀 흘렸더니 어질어질하다는 등... 비슷합니다. 이렇게 하늘이 흐리니 하우스에서 일하기 좋습니다. 물론 끈적끈적 후덥지근하게 덥긴 하지만, 그래도 땡볕보다는 훨씬 편합니다. 밭에서 왠 가방을 매고 일하냐고요? 고추끈 매주는..

토마토, 상추 심고, 풀 뽑으며 여름을 맞다

6월이 시작되자마자 더위가 찾아왔습니다. 물론 고랭지 장수는 다른 지방처럼 심하게 덥지는 않아요. 그냥 낮 한 때 일하면 땀이 흐를 정도랍니다. 밤에 불 안 때고 자면 새벽에 추워요. 예년 같으면 5월이 지나가면서 일이 조금은 한가해졌는데 올해는 더 바빠지네요. 봄 냉해 때문에 조금 늦어진 일정과 기계 사용을 줄이면서 일이 많아졌습니다. 하루도 쉬지 못하고 계속 일만 하며 지내는 나날들입니다. 하루 평균 일하는 시간이 최소 12~13시간입니다. 몸은 힘들지만 그래도 도시에서처럼 문득 문득 ‘도대체 내가 지금 뭐하고 있나’ 하는 회의가 밀려오지 않아 좋습니다. 내가 지금 무슨 일을 왜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아는 것, 이것도 농사일의 매력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토마토 모종을 짱짱하게 키웠습니다. 귀농 1년..

오이 심고 고추 심고

냉해 때문에 전국이 난리네요. “지난 겨울 이상 기온에, 최근 냉해까지 겹치면서 농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습니다. 채소와 화훼, 과수 재배 면적의 30%인 3만여 농가가 큰 피해를...” “전북 과일 나무 1/4이 냉해...” 굳이 이런 뉴스들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올 봄엔 다들 만나기만 하면 날씨 이야기를 하기 바쁩니다. 평년과 비슷한 시기에 모종을 심었다가 얼어 죽는 바람에 낭패를 본 이웃이 한 둘이 아닙니다. 살아남은 놈들도 성장 속도가 예년에 비하면 거북이 걸음이네요.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급한 맘 누르며 날씨에 맞춰 천천히 천천히 나아가는 수밖에요. 하우스 안에 풋고추, 오이맛고추, 꽈리고추, 피망을 심었습니다. 아직 너무 어려서 고추 말뚝 박고 줄 묶어주는 일은 한참 뒤에나 해줘야 할 것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