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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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11년

토마토, 바다, 하늘소

백화골 2011. 7. 19. 21:44

우려했던 태풍 망온이 다행히 우리나라를 비껴 지나가면서 저희뿐 아니라 다른 많은 농민들도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 겁니다. 멀리서 태풍이 지나가고 있는데도 바람이 많이 분 하루였어요. 하루종일 불어댄 바람이 먼지를 날려버린 덕인지, 하늘도 더 파래지고 나무도 더 선명한 녹색으로 빛이 나네요. 뉴스를 보니 전국적으로 유난히 대기가 맑은 날이라고 합니다.

엊그저께는 노지 감자를 수확했습니다. 일찍 시작되어 너무 길게 이어진 장마 때문에 감자를 캐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었던 터라, 비가 그치고 난 다음날 바로 감자를 캐기 시작했어요. 아무래도 장맛비 속에 너무 오래 갇혀 있었던 탓에 썩고 물러진 감자도 많았지만, 그래도 걱정했던 것보다는 그럭저럭 수확이 괜찮았습니다. 감자를 캐고 난 뒤에는 바로 퇴비를 넣고 삽질과 괭이질을 해가며 고랑을 다시 만들었습니다. 

기계 들어갈 길이 없는 밭을 빌려 짓고 있는 중이라 어쩔 수 없이 밭 만드는 과정을 다 사람 손으로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힘이 몇 배로 들긴 했지만, 이렇게 새로운 밭이 다 만들어진 모습을 보니 뿌듯뿌듯~ 비닐 씌우고 퇴비가 땅과 잘 융합되도록 몇 주 기다렸다가 이곳엔 가을 배추와 가을 양상추 등을 심을 예정입니다. 

감자밭 옆은 단호박 밭입니다. 따가운 여름볕에 단호박들이 단단하게 잘 여물어가고 있습니다. 아마도 8월 첫째 주 쯤에 보내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토마토 열매는 점점 굵어지고 있는데 아직까지 못 가고 있던 데가 있었어요. 바로 바다~ 토마토에는 천연 미네랄 성분이 가득 들어있는 바닷물이 보약이거든요. 감자를 다 캐고 난 뒤 물통을 챙겨서 가장 가까운 바다인 변산으로 향했습니다. 장수에서 2시간 남짓 달려 해질녘 변산에 도착했습니다. 토마토에게 먹일 바닷물도 떠오고 오랜만에 바닷바람도 쐬고 즐거운 나들이길이었어요.

토마토에게 줄 또 하나의 보약이 잘 발효되었습니다. 깻묵과 유용 미생물들을 섞어 작년 가을에 만들어둔 액비입니다. 이제 틈나는대로 토마토에게 주면 됩니다.

액비를 줄 수 있도록 관수시설을 해놓은 곳에 가서 밸브를 조절하려는데, 밸브 옆에 뱀 한 마리가 떡 하니 버티고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뱀도 자세히 보면 제법 귀엽게 생겼습니다. 사진을 찍어주고 나서 막대기 끝으로 집어 수풀 속으로 휙 집어 던졌습니다. 귀엽게 생겼더라도 독사는 독사니까 최대한 조심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토마토 밭에 가서 해충인 노린재를 잡아주고 관수가 잘 되는지 살펴보고 있는데, 방울토마토 위에 예쁜 푸른빛의 하늘소가 앉아있는 게 보입니다. 정확한 이름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하늘소 종류인 것 같습니다. 하늘소는 주로 나무껍질 같은 걸 먹는 걸로 알고 있는데, 설마 방울토마토를 먹겠다고 찾아온 것은 아니겠지요? 정면에서 바라본 하늘소 얼굴이 재미있습니다. 뭐라고 말풍선이라도 달아줘야 할 것 같아요. 

채 익기 전에 수확해 보내드리고 있는 슬픈(^^;;) 파프리카의 모습입니다. 올해는 어떻게든 곱게 색을 들여서 보내드리겠다고 호언장담했건만, 하루가 다르게 노린재에게 공격당하거나 짓무르는 놈들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다 못해 그냥 꼬리를 내리고 청 파프리카 상태로 수확해 보내드리기로 했습니다. 노란 파프리카의 꿈은 아무래도 내년으로 미루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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