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박정선, 조계환/울주군 두서면 내와1길3/유기농인증번호 : 07100003/연락처 : 010-2336-0748

농부의 하루/2011년

반짝반짝 빛나는 푸르른 5월 백화골

백화골 2011. 5. 5. 23:16

푸릇 푸릇 새 순이 돋고 예쁜 꽃들이 온 산을 무지개빛으로 바꿔 놓기 시작했습니다. 5월의 날씨가 이처럼 꿈같이 느껴지는 것은 지난 겨울이 너무 추워서일 겁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한겨울 같던 날씨가 확 풀려서 기분 좋은 시절입니다. 한국 날씨는 5월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점점 여름이 더워지고 겨울이 추워질수록 이 짧은 한 달이 소중하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5월과 함께 백화골에는 기운나는 일들이 가득합니다. 농산물 발송을 시작했고, 작물들이 별 탈 없이 잘 자라고 있습니다.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농사일은 재미있습니다. 주변이 점점 녹색으로 바뀌면서 마음까지 환해지고 행복해집니다.  

조팝나무 꽃이 집 주변을 점령했습니다. 일부러 심은 것도 아닌데 주변에 이렇게 하얀 꽃이 울타리를 만들어주니 고마울 뿐이죠. 작고 하얀 꽃 송이가 모여서 마치 큰 꽃이라는 된 것처럼 예쁘게 어울립니다.

단호박 모종입니다. 잘 자랐습니다. 어서어서 밭에 나가고 싶다고 주인한테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이번 주말에 날씨 봐서 미리 좋은 퇴비 넣고 다듬어놓은 밭에 심어줄 계획입니다.

백화골 농사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계란껍질 칼슘제와 깻묵액비입니다. 식물도 칼슘이 부족하면 몸이 약해지고 각종 병이 잘 찾아옵니다. 현미식초에 계란껍질을 넣고 3일 정도만 지나면 용해되어 계란칼슘제가 됩니다. 희석해서 사용하는 것이라 20리터 한통이면 충분하구요. 깻묵액비는 깻묵과 쌀겨 등을 버무려 물에 담가 발효시킨 다음에 식물들에게 주는 보약 같은 것입니다. 날씨가 따뜻해져서 깻묵액비와 며칠전 농업기술센터에서 받아놓은 유용미생물을 잘 섞어 저녁 무렵에 뿌려주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감자가 한뼘은 큰 것 같아요. 보약이 맛있었나봅니다. 유기농 농사에서는 칼슘제와 깻묵액비만 잘 활용해도 작물을 튼튼하고 크게 키울 수 있습니다. 올해도 감자가 쑥쑥 잘 자랍니다.

브로콜리, 양배추, 배추는 이만큼 자랐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이제 2~3주 정도 있으면 수확입니다. 좀 있으면 찾아올 청벌레는 고삼 뿌리로 만든 유기농 자재로 방제합니다. 고삼은 사람한테는 해가 없고 벌레에게만 치명적인 유용한 식물입니다. 청벌레가 많지 않으면 손으로 잡기도 하구요.

감자 수확한 다음에 심을 예정인 토마토 모종도 이제 유아기를 벗어나서 조금씩 위로 올라옵니다. 씨 넣는 시절이 아직 많이 추울 때라 싹 틔우기가 어려웠는데 잘 자라주어 다행입니다. 앞으로 한 두 번 정도 더 큰 포트에 가식을 하며 뿌리를 튼튼하게 키운 다음 밭에 심을 계획입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풀도 잘 자랍니다. 요렇게 작은 놈들이 며칠만 신경 안 쓰고 두었다간 온 밭을 뒤덮을 만큼 힘있게 번져 나갑니다. 오래 키우는 작물 옆에는 부직포를 깔아서 풀을 잡고 단기간에 자라는 작물은 미리미리 호미, 괭이를 이용해 제거합니다. 풀 잡는 일이야 말로 유기농사에서 가장 손 많이 가고 힘든 일입니다. 그냥 수행하는 마음으로 뽑으면 됩니다.

여러 가지 요리에 활용할 수 있는 열무는 벌레가 참 많이 타는 작물입니다. 여름에는 발송 과정에서 쉽게 상해 봄가을에만 키웁니다. 날씨 풀리는 거 봐서 노지에 씨를 뿌렸는데, 벌레 방제를 위해 아예 처음부터 한랭사(모기장 비슷한 농자재)를 씌웠습니다. 나비가 알을 못 낳으니 벌레 생길 일도 없겠지요.

당근 싹이 잘 났습니다. 올 봄엔 비가 자주 내려줘서인 것 같아요. 싹이 난 다음에는 속아줘야 합니다. 원래 당근 싹은 발아율이 낮아서 한 구멍에 씨를 넉넉히 넣습니다. 싹이 나면 두개만 남겨놓고 솎아줍니다. 조금 더 키운 다음에 더 잘 자랄 놈 하나만 남겨서 키웁니다. 중간에 추비만 잘 주면 병충해 없이 잘자랍니다. 올해 왠지 당근 농사가 잘 돼서 회원분들에게 많이 보내드릴 수 있을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듭니다.

호밀밭은 언제 봐도 참 예쁩니다. 해질녘에 호밀밭을 보고 있으면 어디선가 성악가가 부르는 멋진 가곡이 들려올 것 같습니다. 이런 석양을 보며 하루를 마치면 다음날까지 기분이 참 좋습니다.

장수군에서 어린이날 행사가 펼쳐졌습니다. 전교조 선생님들과 지역아동센터 선생님들이 주도해서 4년째 이어오고 있는 행사입니다. 시골 아이들이 어린이날이라고 갈 곳도 없는 것이 안타까워서 시작한 일입니다. 4년째가 되니 이제 행사도 자리잡았고, 더 많은 아이들이 부모님과 함께 찾아왔습니다. 산골 아이들에게 행복을 선사하는 소중한 일을 하고 계시는 분들께 응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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