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박정선, 조계환/울주군 두서면 내와1길3/유기농인증번호 : 07100003/연락처 : 010-2336-0748

농부의 하루/2010년

토마토, 상추 심고, 풀 뽑으며 여름을 맞다

백화골 2010. 6. 8. 09:39

6월이 시작되자마자 더위가 찾아왔습니다. 물론 고랭지 장수는 다른 지방처럼 심하게 덥지는 않아요. 그냥 낮 한 때 일하면 땀이 흐를 정도랍니다. 밤에 불 안 때고 자면 새벽에 추워요. 예년 같으면 5월이 지나가면서 일이 조금은 한가해졌는데 올해는 더 바빠지네요. 봄 냉해 때문에 조금 늦어진 일정과 기계 사용을 줄이면서 일이 많아졌습니다. 

하루도 쉬지 못하고 계속 일만 하며 지내는 나날들입니다. 하루 평균 일하는 시간이 최소 12~13시간입니다. 몸은 힘들지만 그래도 도시에서처럼 문득 문득 ‘도대체 내가 지금 뭐하고 있나’ 하는 회의가 밀려오지 않아 좋습니다. 내가 지금 무슨 일을 왜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아는 것, 이것도 농사일의 매력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토마토 모종을 짱짱하게 키웠습니다. 귀농 1년차 때 주작목으로 선택해, 주변의 토마토 고수란 고수들은 다 찾아다니며 재배법을 배운 작물입니다. 원래 열매를 먹는 작물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크기는 작아지고 못생겨지지만 맛이 좋아집니다. 그래서 적당히 스트레스를 주고 크기도 적당히 키우는 게 관건이지요. 올해는 토마토 심는 게 좀 늦어졌습니다. 7월 말 정도부터 수확할 예정입니다.

토마토 밭에는 트랙터를 넣지 않았어요. 무거운 농기계가 들어가면 땅이 눌려서 토마토처럼 뿌리가 깊게 들어가는 작물은 좋지 않거든요. 그런데 트랙터를 안 쓰면 일하기는 참 힘이 듭니다. 삽과 관리기로만 땅을 만들어야 하니까요. 5년이나 썼던 점적호스도 올해 새것으로 갈아서 설치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토마토를 심다보니 어느새 6시.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는데 배는 꼬르륵거리고... 며칠 전 이웃이 돌잔치 기념으로 돌렸던 백설기를 열무 물김치와 같이 밭에 앉아 참으로 먹었습니다. 5분 동안의 잠깐 휴식과 참 덕분에 힘을 내서 깜깜해지기 전에 토마토를 다 심을 수 있었습니다.

봄 작물을 정리하고 여름 작물을 심기 시작하는 철이라 이제부터 계속 삽질입니다. 상추와 쌈채소 심을 밭을 만드느라 삽으로 땅을 일구고 있습니다. 삽질은 힘이 많이 드는 일로 단연 일등입니다. 혹시 불면증이나 비만이나 식욕 저하로 고생하고 계신 분이 있으시다면 삽질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하루 1시간만 삽질하고 나면 밥도 너무 맛있고 잠도 너무 잘 옵니다. ^^

상추는 작기가 45일 정도입니다. 여름에는 더 짧아지구요. 한여름에는 재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자주자주 심고 거두고 합니다.

일하다가 우체통을 보니 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보낸 편지가 있네요. 유기농 인증은 해마가 새로 검사를 하고 갱신을 하는데 얼마 전에 담당자가 와서 밭과 주변을 살피고 농약 잔류검사를 했습니다. 새로 바뀐 담당자가 와서 이것저것 꼼꼼하게 따지고 검사했는데 심사 결과 합격, 다시 1년 연장을 해주었습니다.

'농부의 하루 > 2010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디, 완두콩, 무당벌레  (22) 2010.06.22
수박  (7) 2010.06.15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맥주  (5) 2010.06.08
별꽃이 피었어요  (5) 2010.05.31
수확을 코앞에 둔 작물들  (6) 2010.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