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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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10년

오이 심고 고추 심고

백화골 2010. 4. 27. 13:10

냉해 때문에 전국이 난리네요.

“지난 겨울 이상 기온에, 최근 냉해까지 겹치면서 농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습니다. 채소와 화훼, 과수 재배 면적의 30%인 3만여 농가가 큰 피해를...”

“전북 과일 나무 1/4이 냉해...”

굳이 이런 뉴스들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올 봄엔 다들 만나기만 하면 날씨 이야기를 하기 바쁩니다. 평년과 비슷한 시기에 모종을 심었다가 얼어 죽는 바람에 낭패를 본 이웃이 한 둘이 아닙니다. 살아남은 놈들도 성장 속도가 예년에 비하면 거북이 걸음이네요.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급한 맘 누르며 날씨에 맞춰 천천히 천천히 나아가는 수밖에요.

하우스 안에 풋고추, 오이맛고추, 꽈리고추, 피망을 심었습니다. 아직 너무 어려서 고추 말뚝 박고 줄 묶어주는 일은 한참 뒤에나 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오이 모종도 하우스 안에 내다 심었습니다. 오이망은 모종을 심기 전에 미리 쳐놓았습니다.

이놈은 애호박입니다. 오이는 작기도 짧고 몸도 그다지 무겁지 않기 때문에 오이망이 끊어지는 일이 없지만, 애호박은 늦여름 쯤 되면 무성한 덩굴 무게를 견디다 못해 망이 끊어지곤 하는 바람에 번번이 낭패를 보았습니다. 올해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사보다 튼튼한 토마토 유인줄을 얼기설기 엮어 안전장치를 해놓은 뒤에야 애호박을 심었답니다.

바늘처럼 가느다랗게 위로만 위로만 자라는 이 새싹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바로 대파 모종이랍니다. 풀이 옆에 참 많지요. 다 뽑아줘야 합니다.

푸릇푸릇 열심히 치고 올라오는 완두콩만 보이신다고요? 바로 옆줄에 또 하나의 새싹이 올라오고 있답니다.

비트 새싹입니다. 얘는 새싹도 가냘프고 초반 성장세가 아주 느리기 때문에 한동안은 밭에 작물이 들어가 있는지 없는지조차 잘 보이지가 않습니다. 옆줄 완두콩의 선명한 연둣빛과는 대조적으로 색깔마저 거무튀튀하기 때문에 잘 눈에 띄지가 않죠. 그래도 ‘싹 언제 올라오나’ 하며 목 빼고 기다리는 주인 눈에는 아주 잘 보인답니다. ^^

애지중지 키우고 있는 토마토 모종입니다. 밤 기온이 뚝 떨어지는 날에는 저녁 때 집 안에 들여놓고 아침에 다시 모종 하우스로 내놓는 일을 반복하며 과잉보호(?)로 키우고 있습니다.

한창 몸피를 불리며 크고 있는 배추, 브로콜리, 양배추, 감자는 이제 추비가 필요한 때입니다. 사진 속의 걸쭉한 액체는 야채들의 십전대보탕(?)이라 할 수 있는 깻묵액비입니다. 깻묵과 쌀겨, 유효 미생물을 물과 섞어 1년 넘게 발효시킨 것이지요. 식물들이 좋아할 것처럼 생겼지요? 냄새도 한 번 맡게 해드리고 싶네요. 한 번 맡으면 잊을 수 없는, 아주 진~한 냄새라는 것만 알려드리겠습니다. ^^ 해가 뜨지 않는 흐린 날이나 저녁 때에 액비를 줍니다. 액비가 들어가면 다음날 벌써 아이들 표정이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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