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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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11년

여름날 밭일 하는 즐거움

백화골 2011. 7. 24. 23:51

폭염이 잠시 멈추고 흐린 날씨가 이어집니다. 장마처럼 폭우가 쏟아지는 것도 아니고 간간히 이슬비가 내리는 정도라 일 하기 좋은 며칠이었습니다. 이제 가을 작물들이 밭으로 나갈 시기입니다. 밭 정리하고 퇴비 넣고 고랑 만들고 멀칭하고... 바쁘게 또 가을 농사를 준비합니다. 일하기 좋은 흐린 여름날, 밭일하는 즐거움에 푹 빠져 지냅니다.

휴가철이 시작되어 장수에도 도시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장수에는 여기저기 좋은 계곡이 많습니다. 사람 붐비지 않는 곳에서 휴가 보내기에 딱 좋은 곳이죠. 휴가철을 맞이하여 장수 장계면 시장통에서 풍물 공연이 펼쳐졌습니다. 보는 관객들은 많지 않지만 흥겹게 공연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땀 흘리며 풍물치고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키면 여름이 더 행복해질 것 같습니다.

단호박 수확을 했습니다. 긴 장마 탓인지 달팽이가 단호박을 많이 건드려 놓았습니다. 달팽이가 지나간 자리마다 볼썽사나운 뾰루지를 만들어 놓았네요. 양은 예년에 비해 많이 나왔지만 다들 달팽이 자국 투성이들이라 아쉽습니다. 조금 후숙시킨 다음에 보내드릴 예정입니다.

올해 같이 참외값 비쌀 때 많이 보내드리면 좋으련만, 참외 양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다른 작물들에 주력하기 위해 처음부터 워낙 적은 면적에다가 심어서이기도 하고, 곁순 치고 관리해주어야할 때 비가 많이 오는 바람에 손을 못 대서이기도 합니다. 참외 키우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소비자들 불평이 제일 많은 작물 중 하나가 바로 참외랍니다. 날씨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라는데요, 저희 참외도 어떤 것은 달고, 어떤 것은 싱겁고 다 다릅니다. 그냥 아삭아삭하고 신선한 참외 맛으로 드셔주시면 좋겠습니다.

작년 요맘때 여름 브로콜리 농사를 망친 적이 있습니다. 마지막에 무름병이 와서 하나도 수확을 못했었지요. 올해는 심으면서부터 작물의 기초를 튼튼하게 해주는 달걀 껍질 칼슘제를 꼼꼼히 챙겨 주었습니다. 작년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물관리도 몇 배 더 신경 쓰고 열심히 브로콜리를 키웠지요. 그래서인지 크기는 좀 작지만 모든 회원분들께 다 보내드릴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까지 혹시나 병이 올까 걱정했는데, 무사히 수확을 마치게 되어 기뻤습니다.

포기했던 파프리카 하나가 빨갛게 익었습니다. 아침에 밭에 갔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한번 싹 익혀볼까 다시 욕심이 생깁니다. 시기별로 새로운 의욕과 계획이 주어지는 농사 일은 이래서 재미가 있습니다.

열심히 키우고 있는 토마토입니다. 농사 첫 해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키우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토마토를 좋아해서이기도 하고, 사실 토마토 농사가 참 재미있습니다. 토마토 농사에 정답은 없겠지만 이런 저런 실험을 해보고 결과를 보는 일이 재미있습니다. 작년에는 잎에 잿빛곰팡이병이 오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올해는 아직까지 건강하게 잘 키우고 있습니다.

토마토 밭에서 일하는 걸 좋아해서 거의 무아지경에 빠진 상태로 곁순 지르는 일과 적엽 등을 해주고 있는데,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집니다. 벌들이 윙윙거리는 소리. 말벌이 토마토 유인집게 속에 집을 지어놓았더군요. 무심코 이 집게를 건드리기라도 했다면... 몇 년 전에는 땅벌집을 잘못 건드리는 바람에 응급실까지 간 일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이번에는 순간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덕에 얼른 몸을 피하고서 긴 막대기로 벌집을 제거했습니다. 

해질녘에도 온통 안개 속의 풍경처럼 뿌옇습니다. 해가 나지 않아서 작물은 좀 덜 자라겠지만, 하루종일 일할 수 있어서 좋은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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