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박정선, 조계환/울주군 두서면 내와1길3/유기농인증번호 : 07100003/연락처 : 010-2336-0748

토마토 46

9월과 함께 가을 농사가 시작되다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졌다. 저녁에 밭에서 일하는데 갑자기 찬바람이 세게 불더니 손이 시렸다. 9월 말까지 늦더위에 가뭄이 계속됐던 작년과는 사뭇 다르다. 아무래도 제대로 가을이 시작되는 것 같다. 8월 말에서 9월 초는 여름 농사를 정리하고 가을 농사를 시작하는 때다. 하나라도 놓치면 자칫 시기를 놓친다. 장수군 계북면에 있는 동갑내기 친구네 과수원으로 배를 따러 다녀왔다. 사과밭 귀퉁이에 조금 심은 것이라는데, 작년에 우연히 얻어먹고선 맛있어서 회원들한테 발송했다. 반응이 무척 좋아서 올해도 회원들한테 보내기 위해서 미리 이야기를 해 놨는데, 사과 수확이 막 시작되려는 철이라 미안해서 직접 따러 간 길이었다. 바쁜 데도 친구가 배를 함께 따 준다. 올해 비가 많이 와서 작년만큼 톡 쏘듯이 달지는 않지만..

풍요로운 여름 밥상

아침에 나와보니 하늘이 파랗다. 장마가 정말 끝나는 것일까? 일기예보에 앞으로 며칠 동안 ‘맑음’만 표시되어 있다. 옥수수를 수확하러 밭에 나가보니 불청객이 찾아온 흔적이 남아있다. 올해는 고라니가 안 온다고 좋아했는데, 옥수수가 익기를 기다렸나보다. 하룻밤 새 옥수수 몇 개를 맛있게 먹어치우고 갔다. 고라니는 멧돼지처럼 밭을 싹쓸이하지는 않지만, 한 번 길을 트면 거의 매일 밤 출근하며 야금야금 먹어치우곤 한다. 더 이상 오지 말라고 냄새가 강한 목초액을 밭 주변에 뿌려 두었다. 이게 정말 효과가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마음이 들긴 했지만. 봄 상추 심었던 자리에 퇴비를 넣고 밭을 만들었다. 이 자리에는 가을 브로콜리와 양배추를 심을 계획이다. 조금 삽질을 하니 금세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올해는 토마토..

시원한 고랭지 여름 농사

“강릉과 대구 등에 열대야 현상이 일어나 밤 기온이 26도까지 올라갔습니다. 장수가 14도로 가장 낮은 밤기온을 기록했습니다” 며칠 전 우연히 라디오 뉴스를 듣다가 장수 이야기가 나와서 반가웠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장수군은 예전부터 무진장으로 불리는 오지 중의 오지, 대부분 해발 500m 이상 고랭지다. 교통편이 좋지 않아서 소외됐던 지역인데, 아직도 사람들이 잘 모른다. 전북 장수군이라도 아무리 말해도 전남 장수군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고, 전북 장수군 계남면에 산다고 말해도 ‘너 장수마을 산다며?’ 하고 이야기하는 친구들도 많다. 서울에서 3시간 조금 넘는 거리에 있는데도 아주 먼 남쪽 나라에 있는 곳으로 생각한다. 뉴스에 나오는 것도 매번 전국 최저 기온을 기록했다는 이야기뿐이다. 아무튼, 고랭지 ..

7월 농산물가족회원 안내

장마 예보가 없어진 첫 여름. 예보가 없어져서일까요. 질금질금 장맛비가 내릴 철인데 어디로 갔는지 장마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아열대 지방 날씨처럼 하루종일 쨍쨍 내리쬐다가 갑자기 스콜 같은 빗줄기가 쏟아지다 마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장마가 없으니 작물 관리하기는 편하지만, 한 해 두 해가 다르게 급변하는 기후가 걱정스럽기만 합니다. 6월까지는 여름에 ‘초’자가 붙었지만, 7월은 이제 본격적인 한여름의 시작입니다. 한낮의 온도가 수시로 30도를 넘나드니 더위에 약한 작물들은 잘 자라지 못합니다. 상추, 양상추, 양배추, 브로콜리, 각종 쌈채소류, 시금치, 무, 배추... 모두 더위에 약한 작물들입니다. 그나마 장수는 일교차가 크고 서늘한 고랭지 기후라 여름 농사가 그렇게 힘들지만은 않습니다. ..

참외 정글과 토마토 숲

장마가 시작되었다는데 비가 많이 내리지 않는다. 찔끔 찔끔 비가 내리곤 내리 쨍쨍 해가 뜬다. 서울에는 비가 많이 내렸는지 비 피해 없느냐고 연락이 오는데, 여긴 웬일인지 비가 많이 내리지 않는다. 작년에도 장마 기간 내내 비가 많이 안 왔는데 올해도 비슷할 것 같다. 습도만 높아서 더 덥게 느껴지는 날씨다. 금요일 오후 가족회원 농산물 발송을 서둘러 끝내고 2차 대파를 심었다. 대파는 씨를 넣고 물을 아주 많이 주어 모종을 키워 옮겨심기를 한다. 조금만 시기가 지나면 꽃대가 올라와서 기간 조절을 잘 해야 한다. 토마토 잎이 많이 자라서 하우스가 숲처럼 변했다. 수확 2, 3주 전인 지금이 토마토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할 때다. 적화(적당히 꽃 따주기)와 적과(달린 열매 수량 조절하기), 적엽(너무 많이 ..

봄 작물 수확, 풀 뽑고 곁순 지르고… 5월이 지나가다

브로콜리, 하우스 감자, 배추, 봄무 등 봄 작물 수확을 마쳤다. 2월 중순부터 땅 만들어 씨를 넣고, 춥고 따뜻한 날씨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와 병충해를 이기며 키워온 소중한 작물들이다. 지난 2주 동안 봄작물을 수확하느라 무척 바쁘게 지냈다. 그러다 보니 벌써 5월이 지나갔다. 아쉬운 마음도 잠시, 어느새 밭 구석구석에 풀들이 기세 좋게 자라기 시작하고 토마토와 고추, 참외 곁순이 손길을 기다린다. 너무 바빠서 신경 못 썼더니 풀들이 야금야금 밭 가장자리를 점령하고 있다. 지금 풀을 못 잡고 장마를 맞으면 풀이 사람 키만큼 자란다.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낫을 들고 나섰다. 하우스 끝에 심은 대파가 풀에 갇혀 자라지 못하고 있다. 마음이 답답하다. 풀 뽑는 일처럼 속 시원한 일도 없다. 풀들을 뽑아내..

농민에겐 하루하루가 소중한 농사 기념일인, 5월의 날들

아름다운 5월이 시작됐다. 농민으로 살게 된 후 가장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 시기다. 이것저것 봄작물 관리해야 하고, 서리가 안 내리는 시기 이후에 심는 가지, 야콘, 고구마, 노지 고추 등을 심는 달이기도 하다. 날씨는 따뜻해서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오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날들이지만, 여기저기 밭에서 할 일이 산더미라 잠시도 쉬지 못한다. 그래도 농사짓는 사람이 느끼는 5월의 정취와 설레임은 세상 그 어떤 것보다도 가치 있다. 5월 달력에 적혀 있는 노동절, 부처님 오신날,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 기념일이 많지만, 농민에게 5월은 하루하루가 소중한 농사 기념일이다. 5월1일은 옥수수, 수수 등을 심기 좋은 날이고, 각 지역별로 5월5일, 10일, 15일은 노지 고추를 심는 날이다. 또 5월에 비가 오..

계속되는 비, 토마토 농사 마무리 (2007.08.15)

해가 떠 있는 시간보다 흐린 날씨가 더 오래 이어진다. 지난주부터 계속 비가 내렸다. 간간히 내리는 가랑비, 종종 쏟아지는 폭우, 줄기차게 쏟아지는 소낙비, 천둥, 번개… 일하기 힘든 여름날이다. 하루종일 비 맞으며 일하다보면 금세 기력이 다 빠진다. 계속되는 비 소식에 농산물 가격 폭락에 요즘 농촌 분위기는 완전히 바닥이다. 잘 자라던 토마토가 곰팡이병이 퍼져서 수확량이 줄었다. 3년째 유기농으로 농사짓다 보니 땅도 잘 만들어졌고, 적엽(열매가 커지게 잎을 따주는 일), 적과(열매 중 작은 것을 따서 나머지들을 크게 만드는 일)도 적절히 해서 초세가 상당히 좋았다. 작년에 재작년에 비해 딱 두 배의 수확량이 나왔는데, 올해는 여기서 조금 더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지난 장마 때 담배나방유충(..

긴 장마 가운데 비친 소중한 햇살, 맑은 하늘 (2007.07.20)

장마가 참 길다. 6월 말부터 시작해서 아직까지 계속 되고 있다. 우리 같은 토마토 농가에게는 치명적인 하루하루. 해가 안 뜨니 토마토가 안 익고, 습한 날씨 덕분에 토마토 잎에 '잿빛 곰팡이병'이 퍼진다. 비가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바람에 일도 중간에 끊기고… 그래도 올해 장마는 계속 폭우가 내리지 않아 다행이다. 장마가 길어서인지 간간이 비치는 햇살이 참 소중하게 느껴진다. 맑은 하늘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행복하다. 오랜만에 눅눅한 이불도 말리고… 간간이 비추는 햇볕으로도 토마토가 익는다. 올해는 별다른 광고를 안 했는데, 늘어난 가족회원들에게 발송하는 양이 상당하고, 나머지는 "맛있게 먹었다"며 재주문하는 작년, 재작년 고객들이 있어서 기분 좋게 직거래로 판매하고 있다.

장마에 토마토는 안 익고, 일은 더디고… (2007.07.07)

비는 그리 많이 안 오면서 날씨만 흐린 장마가 길게 이어지고 있다. 농사는 하늘이 돕는다고, 해가 쨍쨍하게 뜨는 시간이 적으니 토마토가 익지 않는다. 작년 이맘 때 같으면 한창 토마토 출하할 시기인데 지난 금요일에야 첫 출하를 했다. 작년에 비해 무려 10일이나 늦은 셈.이번 장마는 한달 내내 쉬지 않고 비를 뿌렸던 작년 장마와 또 다르다. 비가 적게 오는 장마다. 비는 아주 조금 내리고 흐린 날씨가 계속 이어진다. 장수군 지역 기상청의 일기 예보는 하루에 10번 이상 바뀌는 날도 있다. 아침에 '오늘 날씨'가 비 올 확률 80%인 걸 보고 무언가 심으러 갔다가 비가 안 와 돌아와 보면 그 새 20%로 바뀌어 있다. 기상 관측소가 부족하고 산악지대라서 그런가. '내일 날씨'도 아니고 '오늘 날씨'마저 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