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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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10년

장마

백화골 2010. 6. 29. 22:56

장마가 시작됐습니다. 해마다 6월 말이면 어김없이 장마가 시작되지만, 그 양상은 조금씩 다릅니다. 계속 주룩주룩 비가 내리거나, 폭우가 쏟아지거나, 아니면 올해처럼 비가 아주 조금만 내리고 계속 흐린 날이 계속되거나, 장마도 나름대로 특색이 있습니다. 비가 많이 오면 밖에 나가기가 어려워 일이 많아도 집에서 쉽니다. 하지만 올해는 날이 흐리고 비가 조금만 내리니 오히려 일하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요즘 농민들 만나면 주로 하는 얘기가 오늘은 샤워를 몇 번이나 하며 일했다는 둥, 하루종일 땀 흘렸더니 어질어질하다는 등... 비슷합니다. 이렇게 하늘이 흐리니 하우스에서 일하기 좋습니다. 물론 끈적끈적 후덥지근하게 덥긴 하지만, 그래도 땡볕보다는 훨씬 편합니다.

밭에서 왠 가방을 매고 일하냐고요? 고추끈 매주는 일을 하는데, 가방 안에는 고추끈이 들어있습니다. 이렇게 고추끈을 등에 매고 다니면서 일을 하면 끈이 엉키지도 않고 따로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니 편리합니다. 고추가 아직까지 별다른 병충해 피해 없이 잘 자랍니다.

애호박을 딸 때면 마치 정글 속을 탐험하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올봄 늦추위에 애처롭게 바들바들 떨던 바로 그 놈인가 싶을 만큼, 호박 넝쿨들이 그물망을 완전히 뒤덮었습니다. 요즘에는 그걸로도 부족한지 하우스 밖으로까지 가지를 뻗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무당벌레가 늦게 깨어나는 바람에 진딧물 피해를 조금 본 오이가 이제 제철을 만나 마음껏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올해는 적과나 적엽 등을 최소화하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키우고 있습니다.

토마토가 순조롭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귀농해서 토마토 농사를 통해 모든 농사 기술을 배웠다고 할 정도로 토마토는 저희에게 의미 있는 작물입니다. 시기별로 해야 할 일을 놓치지 않고 해나가고 있습니다.

피망이 큼직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7월이 되면 구멍을 숭숭 뚫어놓는 담배나방유충 피해가 시작됩니다. 벌레가 구멍을 뚫어놓기 전에 미리 친환경 기피제로 병충해 방제를 시작했습니다.

참외를 올해는 노지에 심어봤습니다. 지금까지는 긴 비가 내린 적이 없어서 잘 자랍니다. 원순은 자르고 아들순을 2~3개 남겨서 손자순을 키우고.... 참외는 허구한 날 순지르기가 일입니다.

바람에 날리는 옥수수 잎이 보기만 해도 시원합니다. 열매가 클 때까지 주의해야 할 것은 고라니! 울타리를 튼튼하게 설치해서 고라니 피해를 방지할 계획입니다. 올해는 맛있다고 소문난 자색 찰옥수수를 심어봤는데 기대가 됩니다.

단호박이 한참 크고 있습니다. 받침대를 사다가 하나씩 열매 밑에 깔아주고 있습니다. 받침대를 깔아주면 단호박과 땅이 맞닿는 부분도 고루 익힐 수 있고, 비가 많이 올 때 물이 고여 짓무르는 일도 막을 수 있다고 합니다.

수박이 맺혔습니다. 100원짜리 동전보다 조금 큰 아기 수박입니다. 크기만 작을 뿐 줄무늬는 제법 또렷합니다.

저녁엔 가지밭에서 두꺼비를 만났습니다.

(조성은 님, 부르면 정말 나타난다니까요~ ^^)

올해 처음 만나는 두꺼비입니다. 두꺼비를 보고 있노라면 사내아이를 왜 ‘떡두꺼비 같은 아들’이라고 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큼지막하니 덩치 좋고, 거무죽죽 울퉁불퉁하고, 굼뜨지만 든든해 보입니다.

두꺼비는 해충을 먹어주는 고마운 동물이라 반갑게 인사하고 조심스레 피해 갔습니다. 워낙 굼떠서 개구리나 다른 벌레들처럼 알아서 사람을 피해가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이 먼저 조심해가며 피해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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