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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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13년~2016년

농부의 요리 3. 돼지감자 오븐구이

백화골 2016. 3. 18. 22:59



백화골의 수확철은 꾸러미 발송과 함께 5월부터 시작됩니다. 추운 날씨 때문에 그때에도 쌈채소나 시금치처럼 추위에 강한 채소 몇 가지가 주를 이룰 뿐이지요. 6월은 되어야 감자를 비롯해 여러 가지 열매 채소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합니다.

수확은커녕 많은 채소들이 아직 씨앗도 넣기 전인 요즘, 유일하게 이른 수확을 하는 것이 바로 돼지감자입니다. 4월이 되면 이미 땅 속 돼지감자 눈에서 싹이 나오기 때문에, 땅 얼음이 풀리자마자 돼지감자부터 수확합니다.




채소가 귀해 먹을 것이 마땅찮은 요즘 갓 캔 돼지감자는 훌륭한 먹거리가 되어줍니다. 옛날 어르신들은 춘궁기에 연명을 위해 캐 먹었던 기억 때문에 돼지감자라면 진저리를 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필 이름이 돼지감자가 된 것도 돼지에게나 먹이는 하찮은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지요. 돼지감자의 또 다른 이름인 ‘뚱딴지’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원하지 않았던 엉뚱한 것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이 되고 말았습니다. 물론 요즘에는 돼지감자에 풍부하게 들어있는 이눌린 성분 때문에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지만요.



백화골 밭은 다 경사가 진 비탈밭이긴 하지만, 돼지감자를 심은 밭은 특히 비탈이 너무 심해 다른 작물은 가꾸기가 힘들어 아예 돼지감자 전용밭으로 삼고 있습니다. 날씨 좋은 날을 골라 호미와 삽으로 돼지감자를 캤습니다. 



갓 캔 돼지감자는 흙을 씻어내고 껍질을 벗긴 뒤 그냥 썰어서 생으로 먹어도 좋습니다. 얇게 편으로 썰어 햇볕에 말렸다가 팬에서 기름 없이 노릇노릇 볶으면 바삭바삭 고소한 맛이 일품인 과자가 됩니다. 돼지감자를 이렇게도 먹고 저렇게도 먹어보다가 오늘은 오븐구이를 해보았습니다.




1. 깨끗이 씻은 돼지감자 껍질을 벗겨냅니다. 울퉁불퉁 제멋대로인 모양이라 껍질 벗기기가 좀 번거로운 편입니다.


2. 껍질 벗긴 돼지감자를 한입에 먹기 좋은 크기로 썬 다음 올리브오일, 소금 약간, 허브 가루 약간을 넣고 버무려줍니다. 허브 가루는 마침 며칠 전에 프랑스 친구가 선물로 보내준 것이 집에 있어서 넣어봤습니다. 집에 있는 어떤 허브 가루도 괜찮습니다. 아니면 후추 가루도 좋고요.



3. 예열한 오븐에 250도로 30분간 구웠습니다. 저희집 오븐은 화력이 약한 편이라 이 온도와 시간이 적당했지만, 각 가정에 따라 180~250도 사이에서 조절하면 됩니다.


4. 살짝 노릇하게 구워진 돼지감자를 꺼내 따뜻할 때 먹습니다. 생 돼지감자와는 전혀 다른 색다른 맛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