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박정선, 조계환/울주군 두서면 내와1길3/유기농인증번호 : 07100003/연락처 : 010-2336-0748

농부의 하루/2013년~2016년 37

수렵 허가구역에 무방비로 노출된 농민들

낮에 마늘밭에서 싹 난 곳 비닐 찢어주는 일을 하고 있는데, “탕- 탕-” 하고 요란한 총소리가 울렸습니다. ‘또 사냥꾼이 왔나보군. 저 총소리는 정말 아무리 들어도 기분 나쁘네...’ 하고 생각하고 계속 일을 하고 있는데, 조금 있다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우리 마늘밭 바로 건너편에 있는 사과밭에서 일하던 마을 사람이 총에 맞았다는 겁니다. 깜짝 놀라서 얼마나 다쳤는지 물어보니 다행히 총알이 팔에 맞았고, 마침 두꺼운 옷을 입고 있어서 큰 부상은 입지 않았지만, 마늘밭 쪽으로도 총알이 날아갈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이야기였습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궁금해 하다 나중에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사과밭에서 일하던 중 갑자기 날아온 총알에 팔을 맞은 뒤 사냥꾼에게 항의를 하니, 멀리서 날아온 총알이니 괜찮을..

경축 경칩! 개구리 깨어나다

도시에서 살던 시절, 우리나라 24절기는 그냥 달력에 표시된 별 의미 없는 이름일 뿐이었습니다. 일기 예보나 텔레비전 영상 뉴스에서 얼핏 보고 넘어갈 뿐 아무런 감흥도 없었지요. 노는 날도 아니고, 실생활과 아무런 관련이 없게 느껴졌으니까요. 농사짓고 나서부터야 24절기가 얼마나 중요한 의미인지를 절절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정말 유구한 전통을 가진 농경사회구나, 하는 것을 새삼스레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3월 5일 경칩. 다들 아시다시피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날입니다. 겨우내 죽은 듯 움츠리고 있던 생명들이 소생하는 것을 기념하는 날이지요. 혹독한 겨울을 가지고 있는 나라에서만 가질 수 있는 기념일이자 알고 보면 굉장히 즐거운 축제의 날이랍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을 가질 ..

새싹들 이만큼 컸어요!

보름 전에 파종한 올해의 첫 씨앗들이 지금 이렇게 자랐습니다. 하루 종일 온상 온도 맞추느라 이중 비닐을 덮고 벗기고, 담요를 씌웠다 벗겼다, 하우스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새싹들 시중드느라 여념이 없는 나날들니다. 그래도 이렇게 싹을 틔우고 자라나는 새싹들 보면 그냥 너무 예쁘다는 말밖에 안 나오네요. 배추입니다. 씨앗들 중에서 언제나 가장 먼저 튀어나와 가장 빠르게 자라는 게 바로 배추랍니다. 지금은 이렇게 하늘하늘 가냘프지만 나날이 자라 밑둥이 굵어질 대파 모종이에요. 대파와 비슷하게 생긴 이놈들은 부추입니다. 한 자리에 무더기로 여러 개를 심어야 하기 때문에 부추는 아예 모종 키울 때부터 이렇게 무더기로 키웁니다. 어릴 때부터 적색이 도는 적양배추 새싹이에요. 브로콜리는 처음엔 이렇게 호리호리하..

작은 시골 마을의 소박한 대보름 잔치

대보름입니다. 하얀 달이 둥실둥실 제일 예쁘게 뜨는 날, 농부들에겐 이제부터 농사 시작이야라고 하늘이 말해주는 날입니다. 시골 내려와 보니 대보름은 마을 행사 중에 최고로 중요한 날입니다. 하도 작은 마을이라 몇 년 동안 대보름 행사가 없었는데, 저희가 이사 온 이후로 마을 어르신들이 젊은 사람도 왔고 하니 대보름 잔치를 다시 하자 해서 부활한 행사입니다. 이것저것 밭 만들고 농사 준비 하느라 신경을 못 썼는데, 마을 어르신들이 우리 상황을 보시고는 어느새 달집 태울 나무를 다 해 놓으셨습니다. 죄송한 마음에 하우스 안에 남아있던 싱싱한 봄동 배추를 한 자루 해가지고 마을회관으로 내려갔습니다. 회관에 가보니 마을 어르신 한 분이 직접 붓글씨로 쓰신 대보름 소원지를 한 집 한 집 다 나누어주시네요. 저희 ..

올해 첫 작물 감자를 심었어요

오늘은 감자를 심었습니다. 아직 집 주변의 눈도 녹지 않는 쌀쌀한 날씨. 원래대로라면 3월 말은 되어야 감자를 심을 수 있지만, 하우스에 심으면 한 달 정도 시기를 앞당길 수 있습니다. 수확하는 시기도 마찬가지로 6월에서 5월로 당길 수가 있지요. 5월에 나오는 햇감자는 사람들도 아주 좋아할뿐더러, 감자 수확 후 바로 후작을 넣어 밭 운영하기가 좋기 때문에 하우스 감자는 가능하면 2월에 일찍 심는 것이 여러 모로 좋습니다. 그런데 이 한 달 앞당기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습니다. 아직 땅도 꽝꽝 얼어 있고 농부도 준비가 덜 되어 있거든요. 사실 저희도 마음만 먹었지 지난 몇 년 간 한번도 2월에 감자를 넣어본 적은 없었습니다. 이런저런 사정이 생겨 언제나 일이 예정보다 늦어지는 바람에 3월 초중순에야..

봄을 기다리며 한해 농사를 시작합니다

겨울이 지나갑니다. 눈도 많이 오고 춥기도 많이 추웠던 겨울입니다. 아직까지도 밤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고 있긴 하지만, 여느 해 보다 빨리 농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움직일 수 있을 때 하루라도 빨리 일을 시작해야 1년 내내 일이 밀리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 작물을 유기농으로 재배해야 하는 저희로서는 이 시기에 이런 저런 정보를 잘 취합하고 농사 계획을 꼼꼼하게 세워야 한 해 농사가 잘 됩니다. 작년에 태풍 피해 복구하고 부랴부랴 심었지만 마지막 발송 주까지 채 자라지 못해 회원들에게 거의 보내드리지 못했던 시금치가 겨우내 동면하고 쑥 커버렸습니다. 밭 정리하러 하우스에 들어가 봤다가 너무나 싱싱하게 자라있는 시금치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먹어 보니 역시 추위를 제대로 맛본 녀석들이라 그..

백화골 농부들, 겨울 휴가 끝내고 돌아왔습니다∼

입춘 지나고 설까지 지났으니 이제 농부의 긴 겨울 휴가도 끝났습니다. 전통적으로 따지자면 농부의 공식 개학날(?)은 정월대보름이지만, 하우스 농사가 일반화된 요즘은 개학날도 덩달아 많이 빨라졌답니다. 저희 역시 휴가를 마치고 다시 밭으로 돌아왔습니다. 생각하기에 따라 길기도 했고 짧기도 했던 지난 겨울. 저희는 낯선 나라로 여행도 하고, 재미있는 드라마랑 영화도 많이 보고, 책도 많이 읽으면서 재미있게 보냈습니다. 모든 날이 평화로운 휴일 같았습니다. 몸도 마음도 완벽하게 재충전이 되어 이제 한해 농사 준비를 힘차게 시작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여행하는 농부’이자 ‘농사짓는 여행자’라고 생각할 만큼 저희는 여행을 좋아합니다. 귀농한 이후 해마다 여행을 빼먹지 않았는데, 지난 겨울엔 이사 때문에 여행을 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