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박정선, 조계환/울주군 두서면 내와1길3/유기농인증번호 : 07100003/연락처 : 010-2336-0748

농부의 하루/2013년~2016년 37

심고, 거두고, 말리고... 가을 농사의 즐거움

여름은 금세 지나갔습니다. 8월 내내 비를 뿌려 제대로 된 더위 한번 못 느끼게 하던 여름이 가고 어느새 가을이 왔습니다. 백화골에서는 추석 택배 대란을 피하기 위해 제철꾸러미 발송을 쉬는 2주 동안 열심히 가을 농사 준비를 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파랗게 변해가는 아름다운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올해 마지막 작물들을 심고, 거둘 것 거두고, 쨍쨍한 가을볕에 이것저것 내다 말리며 바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어느새 9월 중순, 이제 한달 반 정도면 올해 농사도 마무리입니다. 숨가쁘게 달려온 한 해 농사를 꼼꼼히 정리해나갈 시기입니다. 가을 작물 심기 전에 유기물을 밭에 넣어줍니다. 유기농은 땅심 살리기가 기본이기 때문에 주변의 풀이며 정리한 작물 줄기 잎 하나도 소중한 자원입니다. 밭 정리하면서 나온 토마..

뜨거운 여름! 10가지 소소한 백화골 소식들

뜨거운 여름입니다. 오랫동안 블로그 글을 올리지 못했네요. 어휴, 여름의 한복판을 지나는 동안 하루하루가 어찌나 바쁘던지요. 요즘엔 가을 농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풍요로운 가을을 위해선 더위와 장마에 맞서며 일해야 합니다. 그동안의 소소하지만 행복한 백화골의 여름 이야기들을 10가지 작은 뉴스로 정리해보았습니다. 1. 쟁기질로 가을 농사를 준비하다 가을 농사 준비는 관리기 쟁기질로 시작했습니다. 유기농사는 땅심을 키우는 것이 우선입니다. 트랙터 같은 큰 기계가 자꾸 밭에 들어가면 땅심이 살아나질 못합니다. 힘들어도 작은 기계나 삽으로 땅을 뒤집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햇볕이 따가워 정말 진도가 안 나갑니다. 땀을 얼마나 많이 흘렀는지 모르겠습니다. 며칠이나 걸려 겨우겨우 밭 모양이 만들어졌습니다. ..

장마철 틈틈이 마늘 캐고 당근 수확

원래 봄철은 가물 때가 많긴 하지만, 올해는 유독 이상 고온을 보인 날이 많아서였는지 더더욱 봄가뭄이 메마르게 느껴졌었지요. 하지만 7월 장마가 시작되면서 이제 메마른 시기는 완전히 끝이 났습니다. 더 이상 짙푸러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산과 들이 짙은 녹색으로 물이 올랐습니다. 장마철이 시작되면 농부들은 마음이 급해집니다. 땅속에 있는 작물들이 오랜 비에 상하기 전에 모두 캐야 하기 때문이지요. 다행히 올해는 다양한 나라의 우퍼들이 많이 백화골에 찾아와 도와준 덕에 땅속 작물들을 모두 제 때 잘 수확했습니다. 얼마나 고마운 손길들인지 모르겠어요. 감자 수확은 태국, 싱가폴, 한국, 호주 우퍼들의 도움으로 장마 전에 무사히 다 끝내고 이어서 마늘 수확에 들어갔습니다. 3월에 백화골에 왔다가 다시 찾아온..

작은 농부의 소박한 여름 농사가 시작되다

소형 태풍급 바람이 지나가고 며칠이 지났습니다. 생각보다 큰 피해가 있어서 충격을 받았지만 며칠 동안 차분하게 복구 작업을 하니 백화골에 다시 평화로운 일상이 찾아왔습니다. 흐린 날씨가 이어져서 일하기 좋았습니다. 봄 농사가 제법 잘 되어서 수확량은 예년에 비해 그리 떨어지지 않을 것 같네요. 다행입니다. 날아간 부직포를 다시 깔고 풀을 매고 살아남은 당근들을 보살펴주었습니다. 이제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납니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 덕에 즐겁게 농사지었던 봄날이 가고 이제 여름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고랭지 백화골의 여름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덥고 밤에는 시원합니다. 일교차 큰 여름날씨 덕분에 농부도 일하기 좋고 작물도 단단하고 맛있습니다. 쓰러졌던 옥수수가 부스스 다시 일어났습니다. 이..

바람 맞은 밭 복구 작업 중

오늘은 지방 선거일. 아침 일찍 면 소재지 체육관에 가서 투표하고 돌아온 뒤, 바로 밭으로 출근했습니다. 바람 맞은 밭 긴급 복구 작업 때문입니다. 이번 주는 수요일과 금요일이 공휴일! 회사 다니시는 분들에겐 꿀맛 같은 한 주겠지만, 저희에겐 비상사태나 다름없었습니다. 공휴일에는 택배 접수도, 배달도 안 되기 때문에 이번 주에 실질적으로 택배를 접수할 수 있는 날은 월요일 밖에 없었거든요. 월, 수, 금 3일에 나눠서 하던 제철 꾸러미 발송 작업을 이번 주엔 어쩔 수 없이 월요일에 한꺼번에 몰아서 했습니다. 일요일 밤을 거의 꼴딱 새워가며 포장 준비 작업을 하고, 월요일 오전 내내 거의 무아지경에 빠져서 채소 수확 및 포장 작업을 한 결과, 다행히도 우체국 택배 접수 마감 시간인 3시 전에 모든 일을 끝..

바쁜 봄날 하루, 백화골 풍경

따뜻하다 못해 살짝 땀까지 나는 봄날입니다. 집 앞 낙엽송 숲에 한 그루 박혀있는 벚꽃나무도 드디어 꽃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날이 풀리는 속도와 비례해 백화골 농부들도 급속도로 바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하루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봅니다. 동트기 무섭게 일어나 뒷산부터 오르기 시작합니다. 산에 가는 이유는 일찍 올라오기 시작한 첫고사리 때문입니다. 올 봄이 유난히 따뜻하다더니, 역시나 산나물 들나물 올라오는 속도가 예년과 다릅니다. 평년보다 무려 1주일이나 빨리 첫고사리가 올라왔습니다. 산에서 내려와 보니, 우거진 가시덤불을 헤치고 다니느라 다리가 온통 긁힌 자국 투성이가 되고 말았네요. 얼른 고사리를 삶아서 널어 말린 뒤, 밤에 집안에 들여놨던 돼지감자도 꺼내서 다시 펼쳐놓습니다. 요즘 봄볕이 워낙 ..

올해 첫 모종 옮겨심기 한 날

장수 사람들은 3, 4월을 믿지 않습니다. 다른 곳에서 아무리 올해는 봄이 이르다는 둥, 봄꽃이 활짝 피었다는 둥 하는 말들이 들려온다 해도 말이에요. 3월에 폭설이 쏟아지는 건 아주 흔한 일이고, 4월에도 어느 날 갑자기 눈발이 날리거나 얼음이 꽁꽁 어는 일이 종종 있으니까요. 불과 이틀 전에도 하루종일 하염없이 쏟아지는 눈 세상에 갇혀 있었답니다. 하지만 확실히 삼월의 눈이 다르긴 하네요. 온 세상을 하얗게 덮었던 눈 세상이 불과 이틀 만에 이렇게 말끔하게 변해버렸으니까요. 어제 하루종일 눈 녹아내리는 소리가 졸졸졸 요란하게 들리더니, 오늘은 멀리 보이는 덕유산 꼭대기와 응달진 곳 말고는 눈의 흔적을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일기예보부터 살펴봅니다. 날씨가 확 풀려서 오늘, 내일, 모레까지 최저..

2014년 농사 시작, 삽질하며 감자 심다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오고 있습니다. 올해로 10년째 농사철을 맞이하고 있는 백화골에서도 이런 저런 준비가 한창입니다. 겨우내 가고 싶었던 나라로 여행도 다녀오고 읽고 싶었던 책도 실컷 읽으며 행복하게 보내서인지 농사 준비하는 몸과 마음이 가볍습니다. 사진은 타이완 르웨탄에서 미리 봄을 맞는 모습입니다^^... 가을에 갑자기 찾아온 강추위로 미처 정리하지 못했던 밭 정리로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고추 지주대를 정리하고 있자니 ‘아 이제 시작이구나’하는 마음이 듭니다. 밭에서 혼자 일하는 시간 참 고요하고 좋습니다. 유기농으로 농사짓는 든든한 이웃인 딸부자집 현중이네서 토종 고추와 호박, 옥수수, 오이 등의 씨앗을 나눠주어 고추부터 파종을 했습니다. 물에 불려서 촉을 틔우고 상토 속에 ..

가을 작물 심으며 추석을 맞다!

다른 지역에는 비가 많이 온다는데 장수에는 비가 적당히 내립니다. 추석 연휴 동안 택배 발송이 안 되어 추석 방학에 들어간 이후 백화골 농부들은 1주일 동안 쉼없이 달렸습니다. 날씨가 흐리고 가랑비가 내려서 매일 비 맞으며 일하는 게 힘들었지만 지금 이 시기를 놓치면 안 되는 가을 작물 심느라 바빴습니다. 집앞에서 보이는 남덕유산 풍경이 나날이 새롭고 멋지게 펼쳐집니다. 밭 주변 나무 색도 조금씩 변해갑니다. 초록빛이 점점 짙어지면서 이제 곧 노란 빛깔로 변할 것 같아요. 계절이 바뀌는 숲 속에서 일하는 하루하루가 또 금세 지나갑니다. 추석이 아직 1주일이나 남았는데 농촌은 벌써 추석이 시작되었습니다. 사과 농사짓는 농부들은 며칠전에 사과 수확을 다 끝냈고, 마을마다 벌초하랴 거리 청소하랴 분주했습니다...

5월 백화골의 멋진 하루 하루

황금연휴는 재미나게 보내셨나요? 백화골에서는 부처님 오신날도, 5.18광주항쟁 기념일도 모두 밭에서 기념하고 보냈답니다. 주말 연휴 때문에 월, 화, 수 연달아 택배 발송을 하느라 헉헉거렸는데 연휴에는 또 농사일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어서 엄청 바쁘고도 신나는 하루하루를 보냈답니다. 일이 너무 많아서 살짝 고되기도 했지만, 요즘 백화골 풍경은 정말 멋집니다. 이 멋진 풍경을 다 담지는 못하지만 틈나는 대로 사진을 찍어 봤습니다. 그 어느해보다 아름다운 5월 백화골 풍경입니다. 초봄에 유난히도 추웠던 날씨가 5월 들어 아주 따뜻해졌습니다. 비도 적당히 내리고 날씨도 괜찮습니다. 농사짓기에 아주 좋은 날씨입니다. 이런 날씨가 11월까지 계속 이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유기농으로 키우기 어려운 양배추가 잘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