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박정선, 조계환/울주군 두서면 내와1길3/유기농인증번호 : 07100003/연락처 : 010-2336-0748

농부의 하루/2013년~2016년 37

꽃샘 눈발 쏟아져도 봄나물은 올라오고

드디어 산에 분홍색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진달래가 빠지면 한국의 봄이 아니지요. 앙상하던 낙엽송도 연둣빛으로 물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진달래꽃 화전은 마음속으로만 부쳐 먹고, 이 밭 저 밭 다니며 봄 농사일 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며칠 동안 바람만 몹시 불고 봄비다운 비가 안 온 탓에 흙이 바싹 말랐습니다. 며칠 전 심은 어린 모종들이 목말라 하기에, 하루 날 잡아 관수시설 자재들과 소형 모터 등을 사다가 윗밭에 아예 스프링클러를 설치했습니다. 경사가 심한 밭 위로 한참 물을 끌어올려야 하는 거라 물이 제대로 돌아갈까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스프링클러가 시원스런 물줄기를 뿜어내네요. 며칠 만에 일기예보에 비소식이 떴습니다. 오랜만의 단비 소식에 양배추, 배추, 브로콜리에 이어 양상추, 컬리플라워..

봄날의 파란 하늘, 하얀 눈, 쑥전

꽃샘추위가 조금씩 물러나면서 백화골 봄 풍경이 점점 더 예뻐집니다. 한국의 전형적인 4월 날씨답게 봄바람이 강하게 불어 바깥에서 일하는 게 좀 힘들긴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녹색으로 바뀌어가는 산속에서 농사일을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참 행복한 하루하루입니다. 서울 살 때는 하늘 바라보는 시간이 출근길 지하철에서 밖으로 나갈 때 뿐이었던 것 같아요. 워낙에 바쁜 발걸음이어서 잠깐 스쳐지나가는 하늘을 아쉽게 바라보았을 뿐이었지요. 시골 와서는 매일 매일 하늘과 자연 속에서 살아갑니다. 강풍이 불어대는 날씨였지만 오늘 하늘은 참 예쁘네요. 맑은 하늘이었다가 갑자기 또 눈이 내립니다. 4월의 눈을 맞으며 농사일을 하자니 뭔가 기분이 이상해집니다. 일하다 힘들면 또 멍하니 하얀 눈을 바라봅니다. 어쩌면 이번 계..

겸손해라, 겸손해라... 꽃샘추위가 준 교훈

4월이 시작되면서 며칠 날씨가 확 풀렸습니다. 따뜻한 5월 날씨 같아서 저희는 신나게 밭일하면서 냉해에 강한 배추, 브로콜리, 양배추 등을 싹 노지밭에 심었습니다. 지난 5년간 장수 날씨를 통계 내보니 4월 5일 이후로는 영하로 거의 떨어지지 않았더군요. 나름 통계수치까지 참고하며 제때 잘해가고 있다고 자부하며 밭일을 해나갔습니다. 하지만 4월6일 비가 하루종일 쏟아지더니 갑자기 한파가 찾아오고 세상은 눈으로 하얗게 덮었습니다. 너무도 따뜻하고 햇볕 좋은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오랜만에 이불도 널고, 이것저것 모종도 넣고 따뜻한 봄기운을 맡으면 농사일을 이어갔습니다. 옆 마을에서 유기농으로 농사짓는 수용이네가 품앗이로 비닐멀칭 일을 도와주었습니다. 비탈진 밭이라 골 타고 비닐 씌우는 일이 둘이서 하기엔 힘..

봄기운에 바빠지는 농부의 손길

봄이 왔습니다. 봄바람이 때때로 거세게 불기는 하지만 아침저녁으로 겨울처럼 춥지 않고 한낮엔 아주 따뜻합니다. 봄 정취를 즐기며 나들이라도 가고 싶은 날들이지만, 봄기운이 올라올수록 농부의 손길은 바빠집니다. 할 일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일하다 문득 노란 기운이 느껴져서 쳐다보니 집 앞에 개나리가 피기 시작했습니다. 산골에 봄소식을 제일 먼저 알려주는 고마운 꽃입니다. 사과 농사 짓는 친구가 사과 묘목 여덟 그루를 한 번 심어보라고 주었습니다. 바쁘지만 친구의 마음을 생각해서 지주대도 박고 퇴비도 땅 속에 듬뿍 넣고 사과나무를 심었습니다. 3, 4년 정도 자라면 수확할 수 있다고 하네요. 사과는 유기농으로 키우기가 어렵다고 하는데 몇 그루 안 되니까 병충해를 한번 잘 잡아 보려구요. 자투리 땅에..

도시 텃밭 유기농 방제 가이드

“오이에 진딧물이 쫙 깔렸어요. 이거 다 뽑아버려야 되나요?” “주말 농장을 하는데요, 유기농으로 방제는 어떻게 하나요?” 10년 가까이 유기농 농사를 짓다보니 주변 사람들에게서 이런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손바닥 만한 텃밭 농사를 짓더라도 온갖 벌레들이 다 달려들기 마련이지요. 오늘은 도시 텃밭이나 주말 농장을 유기농으로 재배하고자 하는 초보 농부님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들을 한 번 죽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유기농 농사란 화학합성농약, 화학비료, 제초제 없이 짓는 농사를 말합니다. 유기질 퇴비와 땅속 미생물로 땅심을 키워서 작물이 튼튼하게 자라게 하는 게 중요하지요. 그런데 아무리 튼튼하게 키우려 해도 벌레들이 달려들어 총공격을 시작하면 속수무책입니다. 진딧물로 뒤덮인 고추나 구멍이 뚫리다 못..

봄바람, 꽃샘추위, 봄나물 5일장

날씨가 조금 따뜻해졌나 싶으면 또 꽃샘추위가 찾아오고, 춥다 싶으면 다시 따뜻해집니다. 변덕스런 3월 날씨 때문에 가장 귀찮은 것은 하우스 스프링클러 관수 시설입니다. 낮엔 온도가 상당히 올라가기 때문에 2~3일에 한 번씩은 심어놓은 작물들에게 물을 줘야 합니다. 밤에는 거의 영하 10도 가까이 떨어지기 때문에 모터가 얼어 터질 염려가 있어 연결해 놓았던 관수시설을 다 다시 해체해 놓아야 하지요. 귀찮긴 하지만 뭐, 3월이란 원래 그런 계절인 걸요. 며칠 전 밤 온도가 크게 내려간 탓에 하우스 감자 잎 끝부분이 조금씩 냉해를 입었습니다. 그래도 감자는 강한 작물이니까 이 정도 냉해쯤은 잘 이겨내 줄 겁니다. 고추 가식 중입니다. 저희야 워낙 여러 가지 다양한 작물들을 조금씩 재배하는 터라 고추 가식도 금..

배추꽃과 냉이꽃

오늘은 여러분께 문제를 하나 내보겠습니다. 과연 이 그릇의 용도는 무엇일까요? 2~3년 전 쯤 집에 찾아오신 손님에게 이 작은 자기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찻잔? 밥그릇? 양념 그릇? 저희도 처음엔 이 그릇을 받고서 도무지 용도를 알 수 없어 손님이 설명해주기 전까진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설명을 듣고서야 아~ 하고 고개를 끄덕였지요. 힌트는 뚜껑 손잡이 부분에 뚫려있는 작은 구멍입니다. 그래도 잘 감이 안 오신다고요? 답은 바로 ‘작은 꽃 한 송이를 위한 화병’입니다. 저희에게 이 선물을 주신 손님은 도자기에 꽤 안목이 있는 분이라 도예 전시회가 열리면 꼬박꼬박 보러 다니신다고 하는데, 이 그릇 역시 어느 도예가의 전시회에 갔다가 구입하신 거라고 하네요. 감탄하며 선물을 받긴 했는데, 솔직히..

배추, 양배추, 브로콜리 심고 막걸리 한잔!

새벽엔 아직도 영하의 기온이지만 한낮엔 따뜻한 봄날입니다. 일하다 툇마루에서 커피 한잔 마시며 나른한 봄날의 한때를 즐겨봅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는 만큼 일도 점점 많아집니다. 장수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유용미생물 배포를 시작했네요. 봄부터 가을까지 매주 수, 금요일에 무료로 농민들에게 나누어줍니다. 잘 활용하면 농사짓는 데 도움이 됩니다. 퇴비 넣고 밭 만들 때 뿌리려고 유용 미생물 두 통을 받아왔습니다. 노지에 심을 씨감자를 썰었습니다. 하얀 감자 다섯 상자와 자주 감자 한 상자, 총 여섯 상자를 썰려니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끓는 물에 소독한 칼로 씨눈을 보아가며 감자 한 개를 세 조각이나 네 조각으로 자릅니다. 자른 단면에 재를 묻힌 다음 그늘지고 시원한 골방에 보관해 두었습니다. 2주 정도 후에 노지..

따뜻한 봄날, 노지밭 작물 파종, 독일 마을 나들이

참 따뜻하고 예쁜 봄날입니다. 훨훨 날아다니는 기분으로 이 밭 저 밭을 다니며 봄철 농사일을 했습니다. 농부들은 이럴 때가 제일 신나는 것 같아요. 겨우내 추워서 일을 못하다가 날이 풀리기 시작하면서 하나둘 밭일을 하게 될 때, 뭔가 사는 것 같고 설레입니다. 날씨가 풀리기 시작해서 이제 슬슬 노지에 들어갈 작물을 파종했습니다. 작년에 4월19일 쯤 노지밭에 양배추, 브로콜리를 심었는데 작황이 좋았거든요. 늦서리를 맞아도 추위에 강한 작물이라 잘 살더군요. 올해는 일기예보를 살펴가면서 4월 10일에서 15일 사이에 노지에 심어보려구요. 조금이라도 추울 때 심는 게 병충해도 덜 타고 빨리 수확할 수 있어서 좋답니다. 양배추, 브로콜리, 컬리플라워, 쌈배추, 샐러리, 피망, 컵로메인 등의 씨앗을 넣었습니다...

귀농지 땅 구하는 방법 “마을과 사람이 먼저”

올해로 귀농 9년차에 접어드는 저희에게 사람들이 가장 많이 물어오는 질문은 “어떻게 하면 좋은 귀농지 터를 구할까요?”입니다. 오늘도 도시에 사는 아는 형님 한 분이 전화를 하더니 이런저런 얘기 끝에 “나도 시골에 내려가 볼까 하는데 땅 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 하고 물어보시네요. 저의 대답은 항상 “땅만 보지 말고 마을과 마을 사람을 먼저 보세요”입니다. 땅만 보고 급하게 매매를 해서 들어온 뒤 나중에 마을 공동체에 어울리지 못해 후회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특히 그냥 시골로 이사 오는 것으로 끝나는 귀촌자가 아니라, 농사일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귀농자라면 땅을 구할 때 반드시 마을과 사람을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이밖에도 오늘 형님께 해드린 대답들을 아예 글로 정리해서 올려보려 합니다. 귀농지 찾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