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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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13년~2016년

5월, 제철농산물 가족회원제 첫 발송, 심고, 김매고...

백화골 2015. 5. 17. 06:02

 

백화골의 5월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눈부시도록 멋진 산 속에서 백화골 4명의 농부들은 2015년 제철농산물 가족회원제 첫 번째 주 발송을 마쳤습니다(이번 주에는 저희 부부와 홍콩에서 온 팅와이, 프랑스에서 온 플로리안 등 총 4명이 함께 백화골 농부로 일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를 정도 바쁜 날들이지만 유기농 농사의 즐거움을 함께 나누며 5월의 한 가운데를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번 주는 산나물을 많이 보내드렸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연의 모든 것들을 참 잘 이용하는 것 같아요. 자연을 해치지 않으면서 함께 공생하며 삽니다. 산나물은 면역력을 높여주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하지요. 발송 몇 주 전부터 산나물을 채취해서 미리 말려놓기도 하고, 발송하는 날 새벽부터 채취하기도 했습니다.

 

 

배추가 잘 자랐습니다. 3월 중순 추울 때 비닐하우스에 심어서 벌레가 타지 않았고 이후 날씨가 좋아서 속이 잘 찼습니다. 그런데 막 수확을 시작하며 보니 속이 좀 이상한 듯 하여 하나를 까보니 속에 벌레 자국이 지나치게 많은 놈들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모든 배추를 한 잎 한 잎 떼어서 쌈배추로 보내기로 결정했습니다. 혹시라도 첫 발송부터 너무 심하게 벌레 자국이 있어 속이 상한 배추가 발송된다면 큰일입니다. 생각보다 한 잎 한 잎 떼어내는 일이 시간이 정말 오래 걸렸습니다.

 

 

한참 상추를 수확하고 있는데 뭔가 팔짝 뜁니다. 개구리입니다. 너무 귀여워서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봄은 상추의 계절입니다. 1년 중 상추가 가장 맛있을 때입니다.

 

 

1주일 내내 바람이 강하게 불었습니다. 태풍의 영향권 아래 들어갈 예정이라는 예보를 보고 미리 방비도 철저히 했습니다. 강풍을 맞으며 일하려니 몇 배로 힘이 들었지만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 어느새 바람이 잦아들었습니다.

 

 

저희가 산나물 채취한다는 것을 알고 이웃들이 어디에서 무엇이 있는지 알려주었습니다. 참 고마운 분들입니다. 깊은 산 속에 머위가 군락지를 이루고 있는 곳에서 채취를 하고 있자니 명상하는 기분입니다.

 

 

발송하는 날이면 우체국 마감 시간인 3시까지 모든 일을 끝내야 하므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쁩니다. 밥 할 시간도 없이 바쁜 백화골 농부를 대신해, 발송날마다 플로리안이 점심을 만들어주었습니다. 플로리안은 프랑스에서 요리사로 일하고 있는 친구입니다. 집에 있는 모든 재료를 활용하여 한국 스타일과 프랑스 스타일이 교묘하게 섞인 음식을 내놓는데, 발송날마다 오늘은 어떤 요리를 해줄까 기대하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첫 발송날 강풍이 하도 불어댄 탓에 마감 시간을 조금 넘겨 우체국으로 택배를 가지고 갔습니다. 우체국 직원 분들이 하염없이 저희 농산물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저희 지역 우체국 직원들은 정말 친절합니다. 항상 웃는 얼굴로 맞아주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이런 분들이 우리 농산물을 배송해주셔서 고마운 마음입니다.

 

 

하루는 플로리안이 장수지역아동센터에 가서 아이들에게 프랑스 요리를 만들어주었습니다. 프랑스 시골에서 주로 먹는다는 햄과 치즈, 감자, 양파를 곁들인 요리였습니다. 산골 아이들이 생전 처음 먹는 프랑스 요리에 참 행복해 했습니다.

 

 

계속 심고 김매는 작업의 연속입니다. 일이 힘들텐데도 다들 참 열심히 일했습니다.

 

 

하루 농사일을 정리하며 함께 보는 아름다운 석양. 하루 동안 열심히 일한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석양의 아름다움을 마음으로 함께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