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박정선, 조계환/울주군 두서면 내와1길3/유기농인증번호 : 07100003/연락처 : 010-2336-0748

농부의 하루/2013년~2016년

백화골의 3월, 새싹, 개구리들, 봄 맞이 기지개

백화골 2015. 3. 12. 12:47

#1. 뚝딱뚝딱 재미있는 프랑스 요리들

 

 

카트린은 올해의 첫 번째 우퍼이자, 지금까지 백화골을 방문한 네 번째 프랑스 친구였답니다. 몇몇 사람의 개인적인 특징을 마치 그 나라 전체의 특징인 것처럼 확대해석하는 건 언제나 조심해야 할 사고방식이겠지만, 지금까지 백화골에 왔던 이 네 명의 프랑스 친구들은 확실한 공통점을 한 가지 가지고 있었어요. 요리하는 것을 정말로, 정말로 좋아했다는 것! 다른 나라 우퍼들 중에도 요리를 잘하는 친구들은 많이 있었지만, 프랑스 친구들이 요리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뭐랄까, 마치 사랑에 빠진 사람 같다고나 할까요. 정말 진지하게, 그러면서도 즐겁게 요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답니다.

 

카트린 역시 백화골에 머무른 3주 동안 수많은 요리 작품(!)들을 남기고 갔습니다. 녹차 쿠키, 감자양파볶음, 중국식 달걀 볶음밥, 초콜릿 케이크, 마파두부, 땅콩참깨쿠키, 참치크레페, 사과 크럼블... 오븐도 없고 제대로 된 식재료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전자렌지와 프라이팬만으로 이런 요리들을 뚝딱뚝딱 만들어낸다는 게 참 신기했어요.

 

아직 푸릇푸릇한 기운이라고는 전혀 없는 추운 때였지만, 낮에는 삽질하고 저녁엔 부엌에서 풍성한 요리꽃을 피워준 카트린 덕에 따뜻한 나날들이었습니다.

 

#2. 엄마표 꾸러미가 도착하다

 

 

 

저 멀리 강원도에서 농사 짓고 사시는 부모님께서 보내주신 택배가 도착했습니다. 1년에 두 서너 차례 도착하는 엄마표 꾸러미. 10년이 넘도록 백화골 푸른밥상 농사를 지으며 전국에 꾸러미 택배를 보내고 있는 저희지만, 엄마표 꾸러미 앞에선 언제나 입꼬리부터 헤실헤실 풀어지면서 맥을 못추곤 한답니다. 보내주시는 것도 늘 빤한데 말이지요.

 

이번엔 뭘 보내주셨는지 볼까요. 아랫목에서 이불 몇 겹 덮어 띄우셨을 청국장 한 봉지, 작년에 수확해 겨우내 한 알 한 알 검불 골라내셨을 붉은팥이며 메주콩, 손수 재배하신 들깨로 방앗간에서 갓 짜낸 향긋한 들기름, 이웃집에서 재배했다는 찹쌀과 수수... 허름한 비닐 봉다리에 모양없이 싼 모양새지만, 정말 먹는대로 한 톨 한 톨 고스란히 피가 되고 살이 될 것 같은 엄마표 꾸러미.

 

11년 전 백화골 꾸러미를 처음 기획하고 만들 때의 모델도 바로 이 엄마표 꾸러미(더 멀리 가자면 역시 뼛속까지 농사꾼이셨던 우리 외할머니표 꾸러미)였지만, 저희가 언제나 마지막 목표로 삼고 있는 것도 바로 이 엄마표 꾸러미랍니다. 그 경지에 도달하려면 아직 멀고 먼 저희들이지만 말이에요.

   

#3. 반쎄오 파티

 

 

반쎄오라는 음식 아시나요? 아마 베트남 여행 해본 분들은 정말 맛있게 먹었던 추억으로 남아있는 음식이 아닐까 싶네요. 반쎄오는 우리나라의 부침개와 비슷한 요리인데, 얼마 전 백화골에선 갑작스런 반쎄오 파티가 열렸답니다. 반쎄오 먹는 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요즘엔 농협 마트 같은 곳에서도 아시아 식재료 파는 곳들이 많지요. 이런 곳에서 파는 반쎄오 반죽 가루를 사다가 물에 풀어요.

 

2. 돼지고기를 볶고, 여러 가지 야채들도 따로 볶아서 속을 준비해요. 이날 반세오 파티에서는 돼지고기 외에 채썬 당근과 배, 양파, 숙주나물, 마늘이 들어갔어요. , 배도 채썰어서 채소처럼 볶아요.

 

3. 속이 깊고 두꺼운 중국 팬이 있다면 좋겠지만, 없으면 보통 프라이팬에다 반쎄오 반죽을 최대한 얇게 부쳐요. 앞뒤로 익힌 반죽에 준비한 속을 넣고 반으로 접은 뒤 먹기좋은 크기로 썰어서 뜨거울 때 베트남 피쉬 소스에 찍어 먹으면 돼요.

 

4. 재료 준비부터 만들기까지 낯선 요리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주변에 있는 솜씨 좋은 베트남 새댁들과 친구가 되어보세요. 이쯤해서 눈치 채셨겠지만, 백화골 반세오 잔치의 주방장은 이웃마을 사는 지원이 엄마 누엔빛뚜엔이었답니다. 현란한 솜씨로 베트남 정통 스타일 반쎄오를 만들어준 지원 엄마 덕분에 정말 행복한 저녁이었어요~~ ^^

   

#4. 백화골의 3

 

 

스물 셋, 스물 넷의 꽃띠 청춘 두 명이 백화골에서 우핑(wwoofing, 세계유기농장체험)을 하고 갔습니다. 이번엔 한국 아가씨들입니다. 외국인 우퍼들은 농사 외에도 한국 시골의 모습이라든가 한국 문화 체험에 관심이 많은 반면, 한국 우퍼들은 유기농 농업 자체에 관심이 많아 우핑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에 백화골을 찾은 친구들 역시 인생의 어느 시점부터는 농부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는 기특하고 고마운 친구들이었답니다.

 

그 중 한 친구가 기념으로 그리고 간 그림입니다. 제목은 백화골의 3이라네요. 갓 태어난 새싹, 떼를 지어 합창하는 개구리들, 기지개 켜며 시작을 외치는 농부들... 요즘 백화골의 모습을 그대로 그려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