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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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13년~2016년

농촌을 물들이는 세가지 색 가을 풍경

백화골 2014. 10. 13. 00:15

가을 농사가 한창입니다. 벼가 어느새 노랗게 익어서 수확을 기다리고 있고, 10월의 하늘은 높고 파랗게 빛납니다. 바쁜 수확철이라 정신없이 일하지만 하늘과 주변 자연을 바라보면 순간순간이 감동입니다. 백화골 농부들은 이제 3주 남은 제철꾸러미 발송을 위해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서 차분히 농사일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가을의 대표적인 색이 노란색이라고는 하지만, 꾸러미에 들어갈 가을 잎채소들의 색깔은 역시 신선한 초록입니다. 사진 순서대로 배추와 쌈배추, 청경채와 열무입니다. 작년보다 5일 일찍 심었더니 자라기도 빨리 자라준 배추, 통배추와는 또다른 맛을 가진 고소한 쌈배추, 원래 벌레를 많이 타지만 한랭사를 씌워놓고 재배한 덕에 구멍 없이 잘 자란 청경채와 열무가 가을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컵로메인 상추, 비타민채, 양상추, 청로메인 상추입니다. 쌈채소들은 여름엔 잘 못 자라지만,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기운을 차리고서 쑥쑥 잘 자라납니다.

 

 

 

가을 오이는 맛있지만 양이 많이 안 나옵니다. 조금씩이라도 나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지요. 이번 가을에도 그럭저럭 브로콜리 농사가 잘 되었습니다. 단 올 가을엔 청벌레와 여러가지 꾸물꾸물 애벌레들이 유난히 기승을 부리는 바람에 벌레들과 거의 전쟁을 치르다시피 했습니다. 손으로 일일히 잡아주기도 하고, 청벌레가 싫어하는 유기농 자재 고삼뿌리액을 뿌려주기도 했습니다. 벌레들이 기선을 제압하기 전 다행히 무사히 수확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브로콜리 안에 숨바꼭질 하듯 벌레가 숨어있는 경우가 가끔씩 생깁니다. 벌레들이 너무 사랑하는 브로콜리, 유기농 재배가 참 어려운 작물 중 하나입니다.

 

 

노란색도 아니고 황토색도 아니고 황금색도 아닌 이 빛깔. 그냥 가을들판빛이라는 이름을 새로 하나 만들어야 할 것만 같습니다.

 

어느새 벼가 노랗게 익었습니다. 마을별로 수확이 한창입니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쌀시장 전면개방 정책이 시행되고 난 뒤에도 과연 이 아름다운 빛깔을 지금처럼 동네 곳곳에서 계속 만날 수 있을지...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가을에도 꽃은 피어납니다. 향기로운 소국과 소박한 야콘꽃입니다. 서리 맞기 전까지 피어있다가 겨울을 맞는데요, 마지막으로 즐기는 가을 꽃이라 더욱 인상적입니다. 향기 좋은 국화꽃은 차로 만들어 마셔도 좋습니다.

 

 

가을을 대표하는 또 다른 노란빛. 집앞 감나무에 조롱조롱 등불처럼 매달린 감들이 하루가 지날수록 점점 더 환해지고 있습니다.

 

 

 

농촌을 물들이는 세 가지 가을색 중 남은 하나는 바로 눈이 시릴 정도로 투명한 하늘빛입니다. 요즘 백화골에선 가을 하늘 아래서 야콘을 캐느라 한창인데요, 벌레들과 싸우느라 바쁜 다른 수십 가지 작물들과는 달리, 야콘은 심어놓고 나서 거의 잊어버리고 있어도 될만큼 쉬운 작물입니다. 야콘 특유의 향 때문에 벌레는 물론이고 고라니와 멧돼지도 건드리지 않기 때문이지요. 올해는 물빠짐이 좋은 산 아래 밭에 심었더니 역대 최고로 잘 자랐습니다. 땅속 굼뱅이들이 가끔 갉아먹은 자국을 남겨놓기는 했지만 피해는 미미한 정도입니다.

 

 

 

매일 보면서도 매일 감탄하게 되는 것이 가을 하늘인 것 같습니다. 수확철이라 일은 바쁜데 해는 짧아져 야근까지 하는 날들도 많지만, 그래도 하나도 힘들지 않은 건 지금이 바로 가을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참 예쁘고, 고맙고, 사랑스러운 가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