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박정선, 조계환/울주군 두서면 내와1길3/유기농인증번호 : 07100003/연락처 : 010-2336-0748

농부의 하루/2011년 56

추석 방학 끝

추석이 지나갔네요. 추석 전후 혼란스런 택배 대란을 피하기 위해 부득이 2주 연이어 발송을 쉬는 동안, 저희는 근처 과수원 가서 일손도 돕고, 다음 작기 작물들도 심으며 평온하게 임시 방학을 보냈습니다. 추석은 지나가고 이제 오랜만의 휴가 기간도 끝나갑니다. 다시 바쁘게 수확하고 발송하는 일이 기다리고 있네요. 햇볕이 쨍쨍~ 입니다. 고랭지 장수도 덥습니다. 추석이 지나서까지 이렇게 더운 것은 처음인 것 같아요. 이제 곧 이 더위도 물러가겠지요. 발송을 안 하는 동안에도 밭에선 꾸준히 농산물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덕분에 평소 잘 못 먹던 우리 농산물들을 이번 기회에 아주 실컷 먹었습니다. 이웃들과도 넉넉히 나누었고요. 피클 오이와 방울 토마토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배가 부를 때까지 먹기도 했답니다. 추석..

늦더위, 추석 택배 대란!

아, 힘든 하루였어요! 가을로 접어드는 듯 하다 다시 찾아온 늦더위 때문도 아니고, 늦더위와 함께 기승을 부리고 있는 모기떼 때문도 아닌... 바로 택배 사고 때문에!! 아침에 회원분에게 전화가 한 통 왔습니다. 어제 도착했어야 할 택배가 아직까지 안 오고 있다고요. 서둘러 알아보니 중간 지점의 물류 집합소에서 물건을 제 때 올려보내지 않아 배송이 늦어진 경우더군요. 가끔씩 중간에서 오분류가 나면 이런 일이 벌어질 때도 있기 때문에 그러려니 했지요. 그런데 이게 왠일! 약속이나 한 듯이 회원분들에게서 줄줄이 전화와 문자가 오기 시작합니다. 알고보니 화요일에 제대로 택배를 받지 못한 분들이 한 두분이 아닌 거예요. 오전 내내 전화통 붙들고서 여기 알아보고, 저기 알아보고... 게다가 하루 늦게 막 도착한 ..

귀뚜라미도 한철

멧돼지는 방비가 잘 된 것인지 ‘산성’으로 막아놓은 후로는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이번 주말에 멧돼지가 남겨 놓은 밤고구마를 수확할 계획입니다. 왕귀뚜라미의 습격에 매일 같이 죽어나가던 배추도 잘 자라고 있습니다. ‘메뚜기도 한철’이라더니 왕귀뚜라미도 철이 있나 봅니다. 배추밭을 온통 뒤덮시피 했던 왕귀뚜라미들이 며칠새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며칠동안 정말 이 왕귀뚜라미 녀석들과 아주 징하게 싸움 한 판 치렀습니다. (귀뚜라미 얘기를 하다보니 귀뚜라미라는 회사도 떠오르네요. 이 회사 사장님이 아주 이상한 사내 공문을 하달했다지요. 새로 짓는 집에는 귀뚜라미 말고 다른 보일러 놓아야겠습니다. ^^) 어렵게 뿌리내린 배추들입니다. 중간 중간 계속 ‘땜빵’을 했기 때문에 저마다 자란 모양이 일정하지가 않습니다. ..

멧돼지 습격사건

고구마 밭에 멧돼지가 들어왔습니다. 지난주에 고구마순을 수확할 때만 해도 멀쩡하던 고구마 밭이 하루 아침에 난장판이 되어 있네요. 밭에 멧돼지가 들어온 건 이곳에서 농사지은지 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파헤쳐진 고구마 밭 한가운데 서서 말 그대로 입을 쩍 벌리고 선 채 한동안 그냥 ‘얼음’ 자세로 서 있었습니다. 하루에 한 번씩 비가 오는 축축한 날씨라 질척한 밭에 발자국도 선명하게 남겼습니다. 그동안 하도 많은 습격을 받는 바람에 나름 눈에 익은 고라니 발자국이랑은 확연히 다릅니다. 집에 마침 한국의 야생동물 발자국들을 모아놓은 기념 손수건이 있어서 손수건에 나온 멧돼지 발자국 모양이랑 비교해보았습니다. 누가 봐도 확실한 멧돼지 발자국! 하지만 굳이 발자국 모양을 보지 않아도, 고구마 밭을 파헤쳐..

입추

내일이 벌써 입추입니다. 입추 무렵은 곡식이 익어가는 시기라 해가 쨍쨍 떠야 한다는 데 태풍 무이파가 지나가는 영향으로 하루종일 비바람이 몰아치네요. 바람이 좀 무시무시합니다. 하우스 문 닫고, 묶어 놓아야할 것들 점검하고 배수로 보고... 일단 대비할 것은 다 대비하고 태풍이 무사히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전국 곳곳에 태풍 피해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이제 조금 있으면 계절이 바뀌겠네요. 무더운 여름 더위 속에서 흘린 땀이 소중한 결실로 맺어지는 가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올해 가을 배추는 노지에 심기로 했습니다. 가을 배추는 아무래도 노지에서 찬바람 많이 맞고 자라야 맛있지요. 요즘 워낙 불볕더위인 날들이 많은 까닭에 관수 시설이 없는 노지에 심으려면 아예 비오는 날 심는 것이 ..

겨울 휴가의 추억

요즘이 휴가철 한가운데인가 봅니다. 휴가 가시는 회원분들 발송 변경사항을 붙여놓은 포스트잇으로 컴퓨터 위쪽 벽면이 빽빽합니다. 이번 주만 다른 주소로 보내달라는 분, 아예 발송을 건너뛰었다가 나중에 다른 농산물로 대체해 받으시겠다는 분, 요일을 바꿔서 받으시겠다는 분... 변동사항이 많아 좀 헛갈리긴 하지만, 이것도 몇 해 노하우가 쌓여서 꼼꼼하게 적어놓기만 하면 걱정 없습니다. 휴가 가시는 분들, 모두 다 잘 다녀오세요. 그동안 비 때문에 축축하게 늘어져 있던 몸과 마음에 뽀송뽀송한 활기를 채워서 돌아오시길 바랍니다. 백화골엔 물론 여름 휴가 같은 건 없습니다. 어제는 당근 심고, 오늘은 양배추 심고... 가을 작물들 넣느라 요즘 한창 정신이 없답니다. 하지만 모두들 휴가 떠나는 모습을 보니 저희도 약..

폭우에 택배도 마비됐어요

이렇게 많은 비가 쏟아졌을 줄이야! 오늘 장수에도 비가 많이 오긴 했지만, 간헐적으로 개었다 쏟아졌다를 반복하는 날씨였습니다. 마침 농산물을 발송하는 날이라 이른 아침부터 빗속을 헤쳐가며 농산물들 수확하고 포장하는 일에 바빴습니다. 컴퓨터를 켜고 뉴스를 확인해볼 틈도 없었지요. 오후 4시쯤, 겨우 농산물 포장을 다 마치고 마무리 정리를 하고 있는데 택배회사에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폭우로 전국의 도로가 통제되고 있어 서울, 경기, 부산, 강원 지역에는 택배를 보낼 수 없다는 소식이었습니다. 택배회사 본점에서 지금 막 일괄적으로 내려온 지침이라고요. 도대체 이게 무슨 사태인가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오늘 발송할 회원 명단을 살펴보니 5분의 4가 서울, 경기, 부산, 강원 지역 분들입니다. 이걸 어떡하나 발을..

여름날 밭일 하는 즐거움

폭염이 잠시 멈추고 흐린 날씨가 이어집니다. 장마처럼 폭우가 쏟아지는 것도 아니고 간간히 이슬비가 내리는 정도라 일 하기 좋은 며칠이었습니다. 이제 가을 작물들이 밭으로 나갈 시기입니다. 밭 정리하고 퇴비 넣고 고랑 만들고 멀칭하고... 바쁘게 또 가을 농사를 준비합니다. 일하기 좋은 흐린 여름날, 밭일하는 즐거움에 푹 빠져 지냅니다. 휴가철이 시작되어 장수에도 도시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장수에는 여기저기 좋은 계곡이 많습니다. 사람 붐비지 않는 곳에서 휴가 보내기에 딱 좋은 곳이죠. 휴가철을 맞이하여 장수 장계면 시장통에서 풍물 공연이 펼쳐졌습니다. 보는 관객들은 많지 않지만 흥겹게 공연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땀 흘리며 풍물치고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키면 여름이 더 행복해질 것 같습니다. ..

토마토, 바다, 하늘소

우려했던 태풍 망온이 다행히 우리나라를 비껴 지나가면서 저희뿐 아니라 다른 많은 농민들도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 겁니다. 멀리서 태풍이 지나가고 있는데도 바람이 많이 분 하루였어요. 하루종일 불어댄 바람이 먼지를 날려버린 덕인지, 하늘도 더 파래지고 나무도 더 선명한 녹색으로 빛이 나네요. 뉴스를 보니 전국적으로 유난히 대기가 맑은 날이라고 합니다. 엊그저께는 노지 감자를 수확했습니다. 일찍 시작되어 너무 길게 이어진 장마 때문에 감자를 캐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었던 터라, 비가 그치고 난 다음날 바로 감자를 캐기 시작했어요. 아무래도 장맛비 속에 너무 오래 갇혀 있었던 탓에 썩고 물러진 감자도 많았지만, 그래도 걱정했던 것보다는 그럭저럭 수확이 괜찮았습니다. 감자를 캐고 난 뒤에는 바로 퇴비를 넣고 삽질..

맑은 날

오랜만에 해가 떴습니다. 아직 먹구름이 채 걷히지 않아 하루 종일 흐린 날씨긴 했지만, 구름 틈을 비집고 잠깐씩 해가 나올 때마다 세상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참 보기 좋습니다. 이제 쨍쨍 내리쬐는 폭염이 이어지겠지요. 그래도 해를 보니 살 것 같습니다. 그동안 비 때문에 못 하고 있던 밭 정리를 하고, 본격적으로 가을 작물 넣을 준비를 시작해야겠습니다. 어휴, 밀려있던 일들 다 하려면 한동안은 이제 전력질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