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수도꼭지처럼 며칠째 주룩주룩 비만 쏟아지고 있는 날들입니다. 작년, 재작년, 재재작년... 들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역시 장마가 길고 길어지면서 평안했던 마음도 척척하게 가라앉습니다. 하염없이 쏟아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하우스 안에서 풀을 매다가 ‘왜 하필이면 농사꾼이 돼가지고 날씨 따라 안달복달, 전전긍긍... 어휴...’ 이런 생각까지 스쳐지나갑니다. 물론 얼토당토 않은 생각이지요. 남들이라고 다 비 오는 날 우아하게 음악 들으면서 차나 마시며 사는 건 아닌데 말이에요. 그래도 하루에도 몇 번씩 일기예보 확인해가며 하우스 문 올렸다 내렸다 하고, 아직 캐지 못한 감자가 빗속에 다 썩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걱정되고, 막 여물어가는 단호박이랑 참외도 걱정되고, 비실비실한 오이며 상추는 한심스럽고, 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