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박정선, 조계환/울주군 두서면 내와1길3/유기농인증번호 : 07100003/연락처 : 010-2336-0748

농부의 하루/2011년 56

씨감자 썰기

씨감자를 썰었습니다. 흰색 수미 감자 반, 그리고 빨간색 자주감자 반입니다. 하우스에 흰 감자와 자주감자를 절반씩 심을 계획입니다. 몇 해 계속 씨감자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씨감자는 전 해 가을에 신청을 합니다. 마을별로 필요한 씨감자 수량을 모아서 행정기관에 접수하면, 이듬해 봄에 보급해주는 방식입니다. 자칫 바이러스에 감염된 씨감자를 잘못 쓰면 밭 전체는 물론 주변으로까지 바이러스가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연구소에서 특별히 관리해 키운 씨감자를 이런 식으로 나누어주는 것이지요. 그런데 작년에도 그러더니 올해 역시 신청만 받아가고 씨감자를 나누어주지 않습니다. 수량이 모자라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계속 수량을 못 맞출 거면서 씨감자 신청은 왜 받나 싶어 담당기관에 항의전화를 해보았습니다. 올 겨울이 워낙..

눈 내리는 백화산

하우스에서 일하고 있는 동안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더니, 잠시 후 세상이 다시 하얗게 뒤덮였습니다. 이번 눈이 올 겨울 마지막 눈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작년처럼 4월까지 이런 설경을 보고 싶진 않은데 말이죠. 최근 기후가 워낙 뒤죽박죽이 된 터라 농사 계획 잡을 때도 겁부터 납니다. ‘이때 브로콜리 모종을 심어도 될까? 작년처럼 또 갑자기 봄 한파가 밀려와서 다 얼어죽는 건 아닐까’ 하고 말이에요. 그렇다고 무작정 뒤로 밀어서 심을 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한파가 끝나고 나면 또 갑자기 폭염이 시작되는 게 요즘 날씨니까요. 하지만 뭐 언제는 농사꾼 입맛대로 날씨가 돌아가 준 적 있나요? 그저 농사꾼은 “예, 하늘님!” 하고 날씨에 맞춰 농사지을 수밖에요. 그리고 이렇게 하늘 뜻에 따라 일하는 것이 농부의 ..

봄감자 심을 밭 준비

다른 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농사일의 시작도 하우스 감자 심기입니다. 비닐하우스에 일찍 감자를 심으면 수확하는 시기를 노지 감자보다 한 달 정도 앞당길 수 있는데, 이렇게 좀 빨리 햇감자를 수확해 보내드리면 회원분들께서 아주 좋아하시거든요. 감자를 심으려면 일단 밭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첫 번째로 하우스에 별 이상은 없는지 살펴봅니다. 다행히 올해는 겨우내 무거운 눈을 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이상이 없네요. 어떤 해에는 비닐이 떨어져 나가거나 문짝이 헐거워져 있어서 손을 봐야 할 때도 있습니다. 다음에는 하우스 안 양쪽 가장자리에 제법 수북하게 돋아나 있는 잡초를 제거합니다. 지금 보기에 별 것 아니라고 그냥 놔둔 채 작물을 심으면, 어느 틈에 무릎 높이까지 껑충 자라버린답니다. 키 큰 잡초들이 하..

시골 사는 즐거움 2

볼 일이 있어 읍내에 나갔다가 저녁 밥 먹을 때가 되었습니다. 저녁 먹은 뒤 읍내에 또 들를 데가 있어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습니다. 일단 식당에 들어가니 주인과 종업원이 다 안면 있는 사람들입니다. 반갑게 인사부터 합니다. 자리에 앉아 뭘 먹을까 살펴보다 6천원짜리 한우 사골곰탕을 시켰습니다. 어느 축산농가에서 잡아온 고기인지 우리를 비롯한 손님들 모두 뻔히 알고 있습니다. 반찬으로는 깍두기와 배추김치가 나왔습니다. 모두 국내산이자 장수산 야채들입니다. 밥을 먹으면서도 이 쌀을 재배해서 납품한 사람이 누구인지, 김치를 먹으면서도 작년 고생고생 해가며 이 배추를 재배한 사람이 누구인지 다 알고 먹습니다. “이게 OOO네 집 배추잖여. 5천 포기 주문했었는데 작년에 날씨가 워낙에 안 좋아서 3천 ..

장수에 영화관이 생겼어요

겨우내 장수에 큰 변화가 하나 생겼습니다. 극장이 생긴 것입니다! 얼마 전 새로 세워진 주민 센터 한 귀퉁이에 뚝딱뚝딱 리모델링 공사를 하더니 드디어 영화관 오픈을 했습니다. 아주 작은 규모의 상영관 2곳이 전부이긴 하지만, 그래도 따끈따끈한 신작 영화가 상영됩니다. 장수 사람들에겐 감개무량일 뿐입니다. 행정기관에서 지원을 해주었다고 합니다. 마침 마을 이웃 한 명이 극장 직원으로 일하게 되어 ‘영화 한턱 쏠테니 보러 오라’고 초대해 준 덕에 극장 구경을 하게 되었습니다. 작은 공간이지만 알차고 예쁘게 꾸며놓았네요. 초대해준 이웃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마침 할머니 두 분이 영화 관람을 마치고 나옵니다. “재미있게 잘 보셨어요?” “응, 그려. 그런데 우리 둘만 봐서 미안해서 어쩐댜?” “아유..

시골 사는 즐거움 1

겨울 휴가를 마치고 석 달 만에 집에 돌아왔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집은 눈으로 파묻혀서 꽁꽁 얼어붙어 있었지만 어디 한두 번 겪는 일인가요. 얼은 곳은 녹이고, 터진 곳은 갈고, 먼지 쌓인 곳 털어내며 며칠 분주히 지냈더니 3~4일 만에 훈훈하고 말끔한 우리집으로 복구되었습니다. 휴, 역시 집이 제일입니다~! ^^ 집에 돌아와 어수선한 며칠 동안 이웃들이 참 고맙구나 하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막 도착한 날 자기 집으로 불러 정성껏 차린 밥상으로 환대해주는 이웃, 말없이 닭 한 마리, 달걀 한 판 가져다주는 양계장 하는 이웃, 지금까지 남겨두었던 사과를 한 보따리 싸주는 이웃, 작년에 만든 맛있는 햇차를 건네주며 활짝 웃는 이웃... 이런 이웃들이 있다는 게 바로 시골살이의 즐거움이라는 걸 오랜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