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박정선, 조계환/울주군 두서면 내와1길3/유기농인증번호 : 07100003/연락처 : 010-2336-0748

농부의 하루/2011년 56

반짝반짝 빛나는 푸르른 5월 백화골

푸릇 푸릇 새 순이 돋고 예쁜 꽃들이 온 산을 무지개빛으로 바꿔 놓기 시작했습니다. 5월의 날씨가 이처럼 꿈같이 느껴지는 것은 지난 겨울이 너무 추워서일 겁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한겨울 같던 날씨가 확 풀려서 기분 좋은 시절입니다. 한국 날씨는 5월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점점 여름이 더워지고 겨울이 추워질수록 이 짧은 한 달이 소중하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5월과 함께 백화골에는 기운나는 일들이 가득합니다. 농산물 발송을 시작했고, 작물들이 별 탈 없이 잘 자라고 있습니다.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농사일은 재미있습니다. 주변이 점점 녹색으로 바뀌면서 마음까지 환해지고 행복해집니다. 조팝나무 꽃이 집 주변을 점령했습니다. 일부러 심은 것도 아닌데 주변에 이렇게 하얀 꽃이 울타리를 만들..

쌈으로 먹는 작은 배추를 심다

비바람 몰아치는 주말입니다. 오늘이 4월 마지막 날이니 내일부터는 좀 날씨가 화창해지려나요. 어제밤부터 강풍이 몰아치더니 오늘도 내내 강풍에 바람입니다. 그래도 온도는 조금 올라가서 하우스 안에서 일하기 좋은 날이었어요. 항상 비 내리기전이 제일 바쁘네요. 올해 처음으로 쌈으로 먹는 작은 배추를 심어 봤습니다. 김치 담그는 용도의 커다란 통배추가 아니라 작게 키워 배추속 위주로 쌈채소처럼 먹는 배추입니다. 보통 배추는 40cm 간격으로 심어서 퇴비도 많이 넣고 추비도 많이 줘서 키우는데, 이 작은 배추는 20cm 간격으로 심고 수확 시기도 빠르다고 합니다. 여름엔 배추 농사가 잘 안 돼서 지금까지는 배추를 아예 안 심었었는데, 이제 얼갈이 배추와 작은 쌈배추를 여름용 배추로 키워보려고 합니다. 앞으로 어..

찬바람 부는 날, 완두콩 지주대 꽂기

오늘은 노지밭에 심은 완두콩 옆에 지주대를 꽂아주었습니다. 해가 구름에 자꾸 가리고 찬바람이 많이 부네요. 2년 연속 4월말 날씨가 이렇게 춥다보니 이제는 그냥 이맘때 추운가보다 하게 됩니다. 트럭에 잔뜩 싸리나무를 실었습니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쓸만한 싸리나무 가지를 모아왔습니다. 예전에는 빗자루나 울타리로 유용하게 쓰이던 싸리나무가 요즘에는 찬밥 신세인 것 같아요. 도로가에 번지거나 밭 주변에 자라면 바로바로 누군가 싹 베어서 정리해 놓습니다. 그러면 우리같이 넝쿨식물 지주대로 쓸 사람들이나 주워가는 형편이지요. 보라색 꽃이 피면 참 예쁜데, 별로 쓸 일이 없어서인지 요즘 일부러 싸리나무를 키우는 사람은 흔치 않은 것 같습니다. 완두콩은 혼자서는 잘 자라지 못하는 식물입니다. 이렇게 무언가에 기대..

여름 냄새

올해의 가족회원 농산물 발송을 1주일 정도 앞두고 있는 4월 마지막 주. 아침에 일어나 문을 열면 세상을 하얗게 뒤덮고 있는 된서리가 아직도 겨울 기운이 완전히 물러간 건 아니라며 마지막 으름장을 놓고 있긴 하지만, 동쪽 하늘에서 해가 한뼘만 올라가 주어도 사방은 온통 봄기운입니다. 추위에 약해 그동안 이불 속에다 폭 감싸안고 키웠던 모종들도 이제 하나 둘 본밭으로 내보낼 때입니다. 고추, 애호박, 오이 모종을 하우스 안에 옮겨 심었습니다. 예전에 의류 관련 일을 하는 친구가 자기는 남보다 언제나 한 계절 앞서 산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겨울엔 이듬해 봄 신상품 준비하고, 봄에는 한여름에 어떤 패션이 유행할지 미리 연구한다구요. 오늘 모종을 옮겨 심다 보니 농사일도 비슷한 면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알아서 자라는 부추

여러해살이 식물인 부추는 한 번만 씨를 뿌려 놓으면 말 그대로 여러 해동안 알아서 자라는 기특한 작물입니다.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뿌리는 튼튼하게 살아있다가, 봄내음이 좀 난다 싶으면 제일 먼저 뾰족뾰족한 잎을 내밉니다. 부추밭은 잘 보이지도 않는 밭 뒤켠 자투리 땅에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자주 가서 들여다 보지 못합니다. 올봄에도 ‘지금쯤 부추가 자라지 않았을까?’ 하고 오랜만에 부추밭에 가보니 어느새 벌써 이렇게 자라있네요. 한 달 전 쯤 유박 퇴비 몇 줌 뿌려준 것밖에는 해준 게 없는데, 올해도 이렇게 알아서 잘 자라고 있습니다. 베어내면 또 자라고, 또 자라고... 이맛에 마당 한귀퉁이에 작은 텃밭 농사 짓는 사람들도 부추만큼은 빼놓지 않고 심는가봅니다. 하지만 농사에 공짜란 없지요. 부추는 마..

봄꽃철이 시작되다

드디어 장수에도 봄꽃들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진달래부터 시작해 매화와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꽃을 피워올리더니, 오늘 아침 벚나무 꽃봉오리가 하나 둘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지역에선 이미 벚꽃 진 지 오래인 곳이 많지만, 장수에선 이제 벚꽃철 시작입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보는 꽃들이 왠지 반갑고도 애처로운 느낌입니다. 봄꽃들과 함께 백화골 채소들도 속도는 느리지만 조금씩 조금씩 커가고 있는 중입니다. 완두콩과 열무, 봄무, 토마토가 막 싹을 내미었고요, 브로콜리와 배추, 양상추들은 이제 아기 상태를 벗어나 하루가 다르게 몸피가 불어나는 성장기에 돌입했습니다. 칼바람 꽃샘추위 속에서 비록 성장 속도는 더디지만, 죽거나 병드는 놈 없이 다들 건강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올해 새롭게 농산물가족회..

표고버섯 밭으로 출장가다

오늘은 백화골에 맛있는 친환경 표고버섯을 공급해주는 영호형네 밭으로 출장 근무를 다녀왔습니다. 버섯 배지 옮기는 날이라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거든요. 한 번 가서 일해본 사람은 다시는 안 가려고 몸을 사린다는 ‘노가다’의 최고봉, 공포의 배지 나르기! 저희도 한 번 경험해 본 적이 있어서 살짝 떨리긴 했지만, 평소 이것저것 도움 받은 일도 많은 데다 올해도 맛있는 표고버섯 잘 공급해달라고 부탁하는 의미에서 기꺼운 마음으로 버섯 농장에 다녀왔습니다. 단골 회원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저희가 한달에 한번 꼴로 보내드리는 표고버섯 참 맛있습니다. 15년 정도 표고버섯만 전문적으로 재배하고 있는 최영호 형님이 버섯 농장의 주인입니다. 귀농 첫해부터 저희에게 이런저런 농사 비법도 전수해주고 여러 가지 도움을 많이 ..

고양이망 설치

아침에 모종들을 살펴보다 버럭 성질을 내고 말았습니다. 엊그제 새로 씨앗을 넣은 모종판들 위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누군가의 발자국! 토마토 모종판 위에서 시작해, 단호박을 거쳐, 방울토마토까지 유유히 밟고 걸어간 범인의 주인공은 바로 고양이입니다. 쌀쌀한 날씨에 따뜻한 곳을 찾아 모종하우스 안으로 기어들어온 것이죠. 모종판의 흙은 아주 부드러운 상토이기 때문에, 고양이가 밟고 지나가면 흙이 푹 꺼져들어가게 됩니다. 이제 막 뿌리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발아 준비를 하던 씨앗 입장에서 보면 날벼락이 따로 없는 셈이지요. 고양이가 모종 하우스에 들어와 모종판을 밟아놓고 간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그동안 오이 두세 주, 청경채 서너 주, 배추 한두 주 정도 밟아놓은 전력이 있긴 하지만, 피해 규모가 그리 크..

갇힌 감자 구출하기

3월 초에 하우스에 심었던 감자들이 요즘 활기차게 싹을 밀어올리고 있습니다. 이럴 때 꼭 해주어야 하는 작업이 바로 ‘갇힌 감자 구출하기’입니다. 씨감자를 묻고 나서 한동안 잠잠하기만 했던 감자밭에 뭔가 조짐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심은 자리가 지진이 나듯 쩍 갈라지면 이제 곧 싹이 올라온다는 신호입니다. 감자싹이 심은 구멍 바로 위로만 나란히 나란히 고개를 내밀면 좋겠지만, 엉뚱한 방향으로 고개를 내미는 놈들도 꽤 많이 있습니다. 이런 놈들은 멀칭 비닐 속에 갇혀 제대로 크지 못하다가 계속 그렇게 놔두면 결국 물러져 죽어버리기 때문에 반드시 일찌감치 비닐 속에서 꺼내주어야 합니다. 감자 심은 자리 근처 비닐이 이상한 모양으로 불룩 솟아올라 있는 곳을 살펴보면, 어김없이 감자싹들이 갇혀 있습니다. 비닐을 ..

비가 내리기 전에

이번 주 목요일, 금요일에 전국적으로 제법 큰 비가 온다고 합니다. 지방에 따라 각각 다른 지역별 일기예보는 안 맞는 경우도 많지만, 며칠 전부터 예보되는 이런 전국구 일기예보는 거의 들어맞는다고 보면 됩니다. 비 소식을 들으니 마음부터 바빠집니다. 농민들 머릿속에는 ‘비 오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하는 일’ 목록이 다들 주루룩 들어있답니다. 이번 비를 꼭 맞아야 하는 작물은 완두콩입니다. 다른 씨앗들도 마찬가지지만, 콩 종류는 특히 더 가뭄에 약합니다. 심고 난 뒤 적어도 한 두 번 이상은 흠뻑 비를 맞는 것이 좋습니다. ‘가뭄에 콩 나듯 하다’는 속담이 괜히 생긴 게 아닙니다. 예전에 완두콩 심고 나서 며칠 봄 가뭄이 계속된 적이 있었는데, 그야말로 가뭄에 콩 나듯밖에 싹이 나지 않아 재파종을 한 적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