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박정선, 조계환/울주군 두서면 내와1길3/유기농인증번호 : 07100003/연락처 : 010-2336-0748

농부의 하루/2011년

이사

백화골 2011. 11. 9. 21:54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이사를 했습니다. 새로운 집에 이제야 인터넷과 전화가 연결되는 바람에 세상 소식을 모르고 지냈네요. 어느새 11월 중순, 날씨 추워지기 전에 이사 마무리 하고 기반 시설을 정비하느라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올해 농산물가족회원 마지막 발송은 빗속에서 했습니다. 가을 내내 가뭄이더니 갑자기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올해도 스물 네 주 발송을 무사히 마치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에 감사한 마음과 더불어 아쉬움과 홀가분한 마음도 듭니다. 계남면 호덕리 마을에서 7년간 농사짓던 밭도 마지막으로 수확을 하고 정리했습니다. 

트럭으로 조금씩 짐을 옮겼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무거운 짐을 옮겨줘서 쉽게 이사를 했습니다. 도시에서 이사하는 일은 하루면 끝나지만 시골 이사는 조금 더 어렵습니다. 집안 살림보다는 농사 관련 부자재들이 많아 일주일 내내 트럭으로 옮겼지만 아직도 조금 남았습니다. 저희 새로운 집터가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산 비탈에 있어서 기반 시설 들이는 것도 시간이 걸립니다. 이사한 지 1주일이 지나고 있지만 아직도 임시 전기를 쓰고 있고, 이것저것 정리가 안 되네요.

도시에서처럼 정해진 방법대로 뭔가를 신청하고 기다려서는 되는 일이 없습니다. 여러번 확인하고 그래도 안 되면 직접 찾아가서 따져 묻고 항의하고 채근해야만 일이 진행됩니다. 계속 답답한 일을 당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이럴땐 일이 진행되도록 최대한 노력은 하되 조금씩 더디게 되는 상황을 그냥 감내하고 여유있게 생각할 수밖에요.

아직 임시적인 생활이지만 이삿짐이 얼추 정리되자마자 마을 분들을 모시고 집들이를 했습니다. 다들 전망 좋은 곳에 집터를 잘 잡았다고 좋아하십니다. 이곳 매자마을엔 10가구 정도가 사는데 대부분 노인분들입니다. 마을에 따라서는 새로운 사람이 들어올 경우 텃세를 부리는 경우도 있지만, 매자마을 분들은 사람 없는 마을에 젊은 사람들이 들어왔다고 반겨주십니다.

이 조그만 시골 마을에도 광케이블이 들어옵니다. 대한민국은 정말 통신 대국 맞는 것 같아요. 이 마을에 인터넷 쓰는 사람이라고 해 봐야 서 너 가구밖에 안 될 텐데 말이에요. 전봇대를 몇 개 더 세우고 마을까지 들어와 있는 인터넷 선을 집까지 연결했습니다. 드디어 인터넷이 개통되어 며칠만에 여러 가지 뉴스들을 접하니, 첩첩산중 오지에서 문명세계로 귀환한 느낌입니다.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많고 정리해야 할 일들도 많지만, 그래도 이제 한숨 돌릴 여유가 생겼네요. 이번에 이사를 하며 새삼스레 느낀 건 우리가 정말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살고 있구나 하는 것이었어요. 

터를 닦아준 포크레인 기사, 전봇대 위에 올라가 전기선과 전화선을 연결해준 기사분, 집 짓는 동안 시끄러운 소음을 참아준 마을 분들, 무거운 이삿짐을 기꺼이 함께 날라준 전 마을 이웃들, 이밖에도 벽돌공, 목수, 레미콘 기사, 미장전문가, 설계사, 도배업자, 관공서 직원, 보일러 기사, 가스 설비 기사... 정말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의 손길 덕분에 우리의 소중한 터전이 완성되어가는 것을 실감했답니다. 고마운 손길들이 쌓여 만들어진 새 터전에서 저희도 다른 누군가가 건강한 푸른밥상을 차릴 수 있도록 농사 준비 꼼꼼이 해나가려 합니다.

'농부의 하루 > 2011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오는날 하우스 세우기  (2) 2011.12.12
마을 안으로  (5) 2011.12.03
잠못 이루는 가을밤  (22) 2011.10.19
10월의 첫 비  (4) 2011.10.14
때 이른 서리, 배추 강낭콩 수확  (6) 2011.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