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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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11년

무말랭이

백화골 2011. 12. 27. 16:21

겨울이지만 낮에는 햇볕이 좋습니다.

빨래를 널어놓으니 10시에 널은 빨래가 3시에 이미 다 말라있네요. 이사 오기 전 살았던 집은 정북향집, 지금 집은 정남향집. 남향집에 사니 생각지 못한 햇볕 선물을 매일매일 분에 넘치도록 듬뿍 받게 되어 참 좋습니다.

햇볕 좋을 때 꼭 해야 할 일들이 있습니다.

올해, 전국적으로 풍년을 이루었던 무 농사.

저희 집도 예외가 아니어서 무가 아직도 저온저장고에 많이 쌓여있습니다. 이 무들이 나아갈 길은 바로 온몸에 골고루 햇볕을 뒤집어쓰며 말랭이가 되는 것! 그리고 내년 봄 이집 저집으로 배달되어 맛있는 말랭이 반찬이 되는 것! ^^

무말랭이 만드는 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우선 햇볕이 좋은 날 기준으로 4~5일은 말려야 하기 때문에 일기예보를 잘 봐야 합니다. 흐린 날이 껴있어도 안되고, 낮 기온이 계속 영하에 머물러 있을만큼 추운 날이 있어도 안 됩니다. 무는 아차 하는 순간 곰팡이가 피기 때문에 말리는 내내 감시에 감시를 거듭해야 하지요. 건조기에 말리면 금방이겠지만, 집에 건조기도 없을뿐더러 야채류는 모두 햇볕에 말리는 게 가장 좋다니까 그냥 조금씩 조금씩 썰어가며 햇볕에 말리려고 합니다.

무를 씻어서 써는 것도 큰일이지요.

무말랭이용 무는 너무 두꺼워도 안되고, 얇아도 안됩니다. 말랭이용 무를 썰 때 항상 생각해야 할 것은 바로 새우깡! 딱 새우깡 굵기와 길이를 생각하며 또각또각 썰어내면 말랐을 때 보기 좋은 ‘표준 무말랭이’가 된답니다.

썰고 또 썰어도 아직 저장고에 남아있는 무는 하나 가득... 하지만 시간은 많고 햇볕은 좋은데 무슨 걱정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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