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박정선, 조계환/울주군 두서면 내와1길3/유기농인증번호 : 07100003/연락처 : 010-2336-0748

농부의 하루/2007년~2008년 69

뱀이 찬조출연 한 토마토 정식 (2007.05.06)

본밭에 토마토 모종을 옮겨 심는 것으로 올해의 본격적인 토마토 농사를 시작했다. 우리에겐 일종의 축제 같은 날이라 도시에서 몇몇 손님들까지 찾아와 함께 토마토를 심었다. 덕분에 둘이서 했으면 한참 걸렸을 토마토 정식이 금세 끝났다. 올해는 왠지 토마토 농사가 더 잘 될 것 같다. 멀리서 찾아온 손님을 위해 준비한 참숯 돼지고기 바비큐! 자타가 인정하는 맛인 장수 돼지고기를 화목 보일러에서 잘 달궈진 참숯으로 구워내면 누구나 감탄하는 맛있는 바비큐가 된다. 관리기로 만들어 놓은 골에 삽질로 둑을 더 높였다. 토마토 밭은 둑이 높을수록 좋다. 토마토를 심던 사람들이 갑자기 얼어붙었다. 우리의 토마토 축제를 축하해주고 싶었던 걸까? 까치독사로 추정되는 뱀 한 마리 출연. 이곳에선 비교적 흔히 보는 뱀이지만 손..

고사리철 시작… (2007.04.21)

허리 아픈 것은 많이 나았다. 무리하지 않고 국선도 수련을 아침저녁으로 했더니 좋아졌다. 이웃들과 많은 분들이 걱정해주고 몸소 뜸까지 놔준 분들도 있어서 다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몸도 풀고 고사리가 얼마나 나왔나 알아볼 겸 백화산에 올랐다. 백화산에는 여기저기 예쁜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역시 고사리 꺾으러 올라가는 길은 험하다. 올해 첫 고사리 발견.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지만 오랜만에 고사리를 보니 반가웠다. 취나물도 하나둘씩 얼굴을 내민다. 아직 사람들이 많이 산에 오르지 않았나 보다. 인기 좋은 산 두릅이 그대로 남아있다. 백화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마을 풍경 산에서 내려와 보니 밭에선 완두콩이 하루가 다르게 커나가고. 올해 처음 심어보는 양배추도 활착을 시작했다. 브로콜리도 자리를 잡아..

고삼뿌리 (2007.04.19)

지난주에 관리기로 배수로를 파다가 삐끗했던 허리가 다 나았나 싶었는데, 그저께 마을 공동 작업을 하다 다시 삐끗했다. 서 있기도 힘들 정도로 허리가 아파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았다. 귀농해서 처음으로 병원에 갔다. 그동안 감기 한번 안 걸리고 건강하게 살았는데, 너무 건강을 과신했나보다. 어제는 원래 장수군에서 친환경으로 농사짓는 사람들끼리 모여 고삼뿌리를 캐기로 한 날이었다. 고삼뿌리 달인 물은 살균 작용이 뛰어나고 특히 진딧물 방제에 효과가 좋기 때문에, 친환경 농사짓는 사람들 사이에선 고삼이 없어서 못 구하는 귀한 식물이다. 장수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친환경 농업인들을 위해 일부러 고삼을 재배해둔 것이다. 하지만 때맞춰 허리에 탈이 나는 바람에 고삼뿌리 캐는 작업에 참여하지 못했다. 하루종일 쉴 수밖에..

따뜻한 봄날, 새싹이 하나둘씩 피어나고… (2007.04.10)

봄날이다. 고랭지라 어지간해선 녹지 않을 것 같던 날씨가 어느새 봄으로 바뀌었다. 다들 갑자기 찾아온 봄 날씨에 부지런히 밭으로 논으로 일하러 다닌다. 꽃구경 다니기 좋은 철이지만, 농촌에서는 가장 바쁜 시기라 그냥 주위 산과 들에서 하나 둘 터져 나오는 들꽃들 보는 것으로 꽃구경을 대신한다. 올해 마을에서 하우스 두동을 빌렸다. 한 동은 지금까지처럼 토마토를 지을 계획이고, 새로 빌린 하우스는 농산물 가족회원제를 위한 여러 가지 농산물들을 재배하려 한다. 겨우내 강풍에 찢어진 곳을 하우스용 보수테이프로 정비했다. 미생물(유기질 퇴비를 분해해서 땅과 잘 섞일 수 있도록 돕는 미생물)을 증식시키기 위해 쌀겨와 미생물을 함께 넣고 버무리고 있는 중이다. 물을 조금 부어 적당히 습기가 있는 상태로 섞은 뒤 차..

바람 불어 나쁜 날! (2007.03.28)

갈 길은 먼데, 하루종일 바람이 불더니, 저녁이 되자 우박이 쏟아지고, 폭풍우가 몰아치고, 무섭게 비가 내린다. 번개가 칠 때마다 정전이 된다. 두꺼비 집 스위치를 다시 올리고 또 정전이 되고… 마음이 심난하다. 오늘 골 타고 비닐 멀칭까지 다 끝마치려다 돌풍 때문에 중단하고 만 밭이 마음에 걸리고, 이것저것 하우스 비닐이며 마당의 집기들이 날아가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게다가 더 큰 폭풍우가 몰려오고 있어 더욱 암담해진다. '한미 FTA 협상'… 노무현 대통령이 큰 일을 내려한다. 무조건 3월30일에 협상을 끝내겠다니. 앞으로 이틀 뒤다. 협상을 끝낸 후에 득실을 따지는 자리를 갖겠단다. 사람 죽인 후에 잘 했나 못했나를 따지겠다는 저 오만함! 지난 일요일에 서울에서 열린 한미FTA 반대 집회에 다녀왔는..

잘 하고 싶은 마음! 부담을 버려야지… (2007.03.23)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로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봄 / 이성부 완연한 봄이 오려면 장수는 아직 멀었다. 찬바람 맞으며 일하다보면 얼마 안 있어 콧물이 줄줄 흐른다. 아직 차가운 날씨 때문일까? 올 한 해 농사를 잘 지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자꾸만 마음이 묵직해진다. 3년차라 그런..

농사 시작! 일에 적응하느라 고생, 무서운 들불에 혼쭐 (2007.03.15)

한 해 농사를 시작했다. 이번이 세 번째 농사! 겨우내 몸이 근질근질 했었는데 막상 삽을 들고 밭에 나가보니…… 역시 농사일은 만만치 않다. 보통 직장에서 3년차면 일에도 익숙해지고 팍팍 성장하는 시기라 가장 일을 잘한다고 한다. 하지만 농사꾼 3년차는 아직 초보 중에 초보일 뿐. 수십년 농사지으신 어르신들 앞에선 명함도 못 내밀 년차다. 작년에는 운이 좋아서인지 농사도 풍년이었고 농산물 팔아서 그럭저럭 먹고살 만했는데, 올해 막상 농사일을 시작하려고 하니 떨린다. 한미 FTA 체결되면 농촌 기반 자체가 망가질 것이 뻔하고, 겨울내내 따뜻해서 여름에 병충해가 심할 것이라는 어르신들 말씀도 걱정되고, 작년보다 농사 규모를 조금 늘렸는데 농산물을 다 어떻게 팔아야하나, 직거래는 올해도 잘 할 수 있을까 등등..

장미를 심자마자 찾아온 꽃샘추위, 품팔이… (2007.03.07)

연동 하우스에서 장미를 키우던 띠동갑(띠가 같다고 아주 잘해주신다^^) 형님이 장미를 가져가라고 전화를 하셨다. 역시나 장미도 돈벌이가 안 돼서 밭을 정리하신다는 이야기. 가슴 아팠지만 가서 조금 일을 도와드리고 장미 나무를 가져왔다. 마당 앞을 노란 장미, 빨간 장미, 분홍 장미로 가득 채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밤늦도록 퇴비와 함께 장미 나무를 마당 앞쪽에 줄 세워 심었다. 여름이 되어 장미꽃이 피면 얼마나 예쁠까 상상하니 피곤한 줄도 모르고 삽질이 잘 되었다. 그런데, 장미를 심은 다음날부터 추위가 찾아왔다. 영하 10도! 장수의 무시무시한 추위를 피해서 겨울을 따뜻한 곳에서 보내고 돌아왔더니 그동안 따뜻했다던 날씨는 사라지고 강추위가 찾아왔다. 장미가 과연 살 수 있을까? 사람들 의견이 분분..

농한기, 어느 하루! (2007.02.28)

아침에 일어나 보니 툇마루에 예쁘게 보자기로 덮여진 쟁반이 놓여 있다. 열어보니 정성스럽게 지은 밥과 미역국이다. 아랫집 선길 엄마가 집에 돌아온 지 오랜만이라 밥하기 어려운 것을 알고 갖다 준 고마운 선물이다. 마음씨 착하고 사람 좋은 선길 엄마 덕분에 행복하게 하루를 시작했다. 바람이 따뜻하다. 트럭을 몰고 길을 나섰다. 작년에 친환경 인증 서류 만드는 것을 도와드리며 친해진 천천 표고작목반 형님들의 호출! 표고버섯 배지로 쓰이던 참나무를 땔감으로 쓰라고 트럭에 실어주신다. 나무 없는 것을 어떻게 알고 연락을 주셨는지. 1톤 트럭 한 가득 나무를 실었다. 표고버섯 가격이 안 좋아서 나무 배지를 사용하여 수확하는 일은 들어가는 노동력에 비해 수입이 적다고 한다. 그래서 치워버리고 거기에 톱밥으로 만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