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박정선, 조계환/울주군 두서면 내와1길3/유기농인증번호 : 07100003/연락처 : 010-2336-0748

농부의 하루/2007년~2008년 69

시골서는 난감한 일, 컴퓨터 고장 (2007.08.03)

어제 컴퓨터가 고장났다. 도시 같으면 별 일 아니다. 가까운 컴퓨터 수리 센터를 찾아서 고치면 된다. 하지만 여긴 산골 장수... 주문 받은 연락처며, 지난 3년간 정리해놓은 영농일지, 이것저것 자료들을 별 생각없이 C드라이버에 저장해놓은 터였다. 가족회원 발송작업이며 토마토 발송이 완전 중지됐다. 컴퓨터가 잘 돌아가다가 갑자기 꺼지더니 부팅이 되지 않았다. C 드라이버에 중요 문서가 저장되어 있지 않았다면 그냥 포맷하고 윈도우를 새로 깔면 될 문제인데, 너무나도 중요한 자료들이 C 드라이버에 저장되어 있었다. 암담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이렇게 해 보고, 저렇게 해 보고... 서비스 센터에 전화해 보았으나 가까운 곳은 1시간 거리의 남원, 그것도 맡기면 며칠 걸릴 수밖에 없단다. 재작년에 번개가 심하게..

긴 장마 가운데 비친 소중한 햇살, 맑은 하늘 (2007.07.20)

장마가 참 길다. 6월 말부터 시작해서 아직까지 계속 되고 있다. 우리 같은 토마토 농가에게는 치명적인 하루하루. 해가 안 뜨니 토마토가 안 익고, 습한 날씨 덕분에 토마토 잎에 '잿빛 곰팡이병'이 퍼진다. 비가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바람에 일도 중간에 끊기고… 그래도 올해 장마는 계속 폭우가 내리지 않아 다행이다. 장마가 길어서인지 간간이 비치는 햇살이 참 소중하게 느껴진다. 맑은 하늘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행복하다. 오랜만에 눅눅한 이불도 말리고… 간간이 비추는 햇볕으로도 토마토가 익는다. 올해는 별다른 광고를 안 했는데, 늘어난 가족회원들에게 발송하는 양이 상당하고, 나머지는 "맛있게 먹었다"며 재주문하는 작년, 재작년 고객들이 있어서 기분 좋게 직거래로 판매하고 있다.

고구마에 꽃이 피다니… (2007.07.20)

평생에 한 번 보기도 힘들다는 고구마 꽃이 우리 밭에 피었다. 예전에는 고구마에 꽃이 피면 나라에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좋아들 했다는데. 우리는 고구마 꽃을 보자마자 이거 뭔가 잘못된 게 아닌가 당황해서 주변 농사 고수들한테 문의를 했다. 다들 같은 반응이었다. "고구마에 꽃이 피다니"… 30년 이상 농사지은 분들도 고구마 꽃은 못 봤다고들 하시고, 인터넷을 뒤져도 왜 꽃이 피는 건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찾기 어려웠다. 우여곡절 끝에 고구마 꽃에 대한 정보를 농민회 어르신께 알게 됐다. 그 분도 평생 한번 봤다는데, 이래저래 연구해본 결과 거름기가 부족하고 이상 기후가 있을 때 꽃이 핀다는 결론을 내리셨다고 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맞는 말 같았다. 거름기가 많으면 크기는 커지지만 맛이..

유기농 도우미 부직포와 천적 (2007.07.20)

유기농으로 농사 지으면서 가장 어려운 것이 풀과 병충해다. 재작년 처음 귀농했을 때만 해도 풀과 벌레에게 모두 졌다. 고추밭은 풀로 뒤덮였고 토마토는 담배나방 유충류의 벌레들로 피해가 극심했다. 인터넷이나 친환경 관련 서적을 뒤지며 각종 병충해 방제법을 시도해보았으나 효과가 확실한 건 없었다. 무동력 제초제로 알려진 풀밀어 딸깍이도 구입해 사용했으나 풀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부직포와 천적을 알게 된 후 우리 밭은 달라졌다. 부직포를 한번만 깔아버리면 제초제 치는 기존 농민들보다도 더 쉽게 풀을 잡는다. 천적으로 꿈틀거리는 애벌레류는 80% 이상 잡을 수 있다. 비용도 많이 안 들어가면서 제초제, 농약 안 치고 농사지을 수 있게 됐다. 풀로 뒤덮여 있는 밭이다. 이 풀을 잡으려면 정말 농사기간 ..

장마에 토마토는 안 익고, 일은 더디고… (2007.07.07)

비는 그리 많이 안 오면서 날씨만 흐린 장마가 길게 이어지고 있다. 농사는 하늘이 돕는다고, 해가 쨍쨍하게 뜨는 시간이 적으니 토마토가 익지 않는다. 작년 이맘 때 같으면 한창 토마토 출하할 시기인데 지난 금요일에야 첫 출하를 했다. 작년에 비해 무려 10일이나 늦은 셈.이번 장마는 한달 내내 쉬지 않고 비를 뿌렸던 작년 장마와 또 다르다. 비가 적게 오는 장마다. 비는 아주 조금 내리고 흐린 날씨가 계속 이어진다. 장수군 지역 기상청의 일기 예보는 하루에 10번 이상 바뀌는 날도 있다. 아침에 '오늘 날씨'가 비 올 확률 80%인 걸 보고 무언가 심으러 갔다가 비가 안 와 돌아와 보면 그 새 20%로 바뀌어 있다. 기상 관측소가 부족하고 산악지대라서 그런가. '내일 날씨'도 아니고 '오늘 날씨'마저 매..

[펌] 평창은 패배하지 않았다 (2007.07.05)

[민주노동당 정책논평] 평창은 패배하지 않았다. 언제까지 스포츠 쇼비니즘에 국민을 들러리 세울건가? 3월말 스포츠 중계하듯이 실시간으로 한미FTA마무리협상을 생중계하던 언론이 지난 주부터는 비슷한 집중의 자세로 평창동계올림픽에 올인하더니,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소치가 선정된 것을 오늘 아침 국가적 비보로 전했다. 온 국민은 마치 가족을 잃기라도 한 듯, 통곡하는 평창의 할머니, 어린이들을 TV 화면으로 보아야 했다. 과연 이들은 누구를 위해 눈물을 흘리는 걸까? 광주학살 직후, 프로야구 개막, 86아시안게임 88올림픽 등을 연달아 개최한 전두환 정권이 이를 국민들의 탈정치화, 선진국 도약의 환상 유포에 성공적으로 활용한 이후, 개발주의와 결부된 국체스포츠대회는 국가권력자는 물론 지자체장들이 가장..

유기농 인증 획득, 별채 신축! (2007.06.24)

이번 달엔 두 가지 기분 좋은 일이 있었다. 첫째로 유기농 인증을 받았다. 재작년에 무농약 인증을 받아 토마토와 양상추를 판매했었는데, 사실 우리는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으니 무농약 인증은 좀 찜찜한 면이 있었다(무농약 인증은 화학비료 사용이 권장 시비량의 1/3로 허가된다). 퇴비며 농자재를 유기농 인증 기준에 맞춰 농사지어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10년 이상 묵었던 땅을 개간해 만든 밭이니 화학비료나 농약 성분이 전혀 남아 있지 않을 터. 아무튼 그래도 현행법상 2년 이상 유기농법으로 농사지어야 유기농 인증을 받을 수 있기에,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려왔다. 그리고 지난 6월 12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심사를 거쳐 유기농 인증을 받았다. 토마토, 양상추, 브로콜리, 가지, 쌈배추, 고추, 피망 등이 우리..

농사 몇 가지나 지으세요? (2007.06.07)

농사짓는다고 하면 시골 사람들은 “몇 평이나 짓느냐?”를 제일 먼저 묻고, 다음으로 “어떤 작물을 키우느냐?”고 말을 건넨다. 두 질문 다 우리같이 작은 평수에서 여러 가지 작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대답하기 어렵다. 관행농으로 농사짓는 사람들은 보통 5천평에서 1만평정도 규모에서 10가지 안팎의 작물을 키운다. 제초제로 쉽게 풀을 잡고, 병충해 올 때마다 농약 치고, 화학비료 조금만 뿌려주면 되는 관행농의 경우 친환경 농사에 비해 훨씬 큰 규모의 농사가 가능하다. 이에 비해 친환경 농사는 시시각각으로 자라는 풀을 정리해줘야 하고, 병충해는 농약에 비해 훨씬 효과가 떨어지는 기피제나 천적으로 잡는다. 화학비료 1포만 넣으면 될 것을 퇴비를 20포는 넣어야 한다. 비교가 될 일이 아니다. 친환경 농사를 대규모..

일복터진 5월! 새벽별 부터 저녁별까지… (2007.05.23)

천적으로 하는 진딧물 방제에 일단은 성공한 듯하다. 5월9일, 고추와 파프리카, 애호박, 오이를 함께 키우는 하우스에 콜레마니 진디벌이란 진딧물 천적을 종이컵 안에 넣어 자리를 잡게 했다. 하지만 진디벌은 알 상태에서 1주일 이상 지나야 제대로 활동을 시작하는지라, 진딧물이 막 번져 가는 시점에서 진디벌 투입 시기가 한 발 늦었다는 걸 뒤늦게야 알았다. 그래서 최후의 수단으로 무당벌레(천적 상품들 중 가장 가격이 높다. 한 마리 당 무려 300원)를 구입해 진딧물이 극심한 포기들 위에 살포시 내려놓았다. 무당벌레와 무당벌레 유충들이 활동을 시작하자 진딧물 세가 한풀 꺾였다. 그러던 중 콜레마니 진디벌도 슬슬 깨어나 진딧물 포획에 합류하고, 이렇게 1주일이 지나자 이제는 진딧물이 거의 사라졌다. 작년에 진..

벌레 잡기 위해 벌레 풀다! (2007.05.10)

지난주에 어렵사리 시간을 내 수원까지 올라가 농림부에서 실시하는 천적 방제 교육이란 걸 받고 왔다. 무려 1박2일 16시간 동안이나... (농부들에겐 참으로 길고 긴(?) 수업시간이다) 농사짓다 보면 가끔 깔끔한 양복 차림에 여러 가지 팜플릿 같은 걸 들고 와서 모든 병충해 문제를 한방에 해결하는 신 농업기술이 개발되었다고 홍보하는 분들을 만나는 경우가 있다. 알고 보면 미심쩍은 농약이나 비료 판매업자인 경우가 대부분. 이런 경험 탓에 사실 이번에 교육받으러 올라가면서도 약간은 미심쩍은 마음이 없잖아 있었다. 그래도 새로운 영농기술이라니까 한번쯤 배워보자는 마음으로 수원까지 달려간 터였다. 마음 속 의심 때문인지 처음엔 강사의 말이 잘 들어오지 않았는데, 쉬는 시간에 전국에서 온 농민들 이야기를 듣고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