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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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07년~2008년

장미를 심자마자 찾아온 꽃샘추위, 품팔이… (2007.03.07)

백화골 2009. 3. 4. 10:54

연동 하우스에서 장미를 키우던 띠동갑(띠가 같다고 아주 잘해주신다^^) 형님이 장미를 가져가라고 전화를 하셨다. 역시나 장미도 돈벌이가 안 돼서 밭을 정리하신다는 이야기. 가슴 아팠지만 가서 조금 일을 도와드리고 장미 나무를 가져왔다. 마당 앞을 노란 장미, 빨간 장미, 분홍 장미로 가득 채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밤늦도록 퇴비와 함께 장미 나무를 마당 앞쪽에 줄 세워 심었다. 여름이 되어 장미꽃이 피면 얼마나 예쁠까 상상하니 피곤한 줄도 모르고 삽질이 잘 되었다.

그런데, 장미를 심은 다음날부터 추위가 찾아왔다. 영하 10도! 장수의 무시무시한 추위를 피해서 겨울을 따뜻한 곳에서 보내고 돌아왔더니 그동안 따뜻했다던 날씨는 사라지고 강추위가 찾아왔다. 장미가 과연 살 수 있을까? 사람들 의견이 분분하다. 장미는 강한 식물이니 반드시 추위를 이기고 살아날 것이라는 사람도 있고, 심자마자 얼어버렸으니 죽을 거라는 등등...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우선은 살아날 것이라 믿기로 했다. 아무리 추워서 살 놈은 살겠지… 

정말 춥다. 지독한 추위가 온 몸을 감싼다. 서울에서야 보일러 좀 올리면 따뜻하게 잘 수 있지만, 시골에서는 눈보라에 추위가 찾아오면 하우스며 밭, 이것저것 챙겨야할 것도 많고, 나무를 때야 방이 따뜻해진다. 마당에 나가 나무 갖다가 보일러에 넣는 일조차 얼마나 춥고 귀찮던지. 게다가 바람 엄청 불어대고, 눈보라 치고…그러던 와중에 민경 아빠에게 연락이 왔다.

하우스에 양액 재배 시설 만드는 일을 도와달라고 하신다. 일종의 품팔이를 하라는 이야기다. 민경 아빠는 우리가 장수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 중 하나라 아무리 추워도 거절 못하고 일하러 나갔다. 민경 아빠는 장수군에서 최초로 토마토 무농약 인증을 받은 친환경 농사꾼이다. 장수군 농민회 사무국장을 하는 등 농민운동도 열심히 하고, 자기 농사도 잘 지어서 많은 장수에서는 인정받는 사람이다. 우리 농사도 많이 도와주어서 작년에 우리 토마토가 풍년이었던 것도 이분 덕분이다.

민경이네 하우스에서 양액재배 시설을 설치하는 모습. 전기 공사를 하는 것 같다.사실 품 일나가면 좋다. 시골 처음 내려왔을 때는 일 못한다고 구박도 많이 받았지만 이젠 어지간한 일은 어색하지 않게 할 수 있는 지라 재밌게 일한다. 아침에 나가서 조금 일하다 보면 새참 주고, 또 점심 때면 진수성찬, 오후 조금 넘어가면 또 새참…

적당히 운동도 하고 먹는 것도 잘 먹고 게다가 돈까지 버는 셈이니.우리 마을에 함께 사는 소윤 아빠와 함께 일을 했다. 원래 품 일을 나가면 눈치봐서 빈둥거리거나 적당히 시간 때우라고들 한다. 하지만 워낙에 좋아하는 분 일을 도와주는 것인지라 쉬지도 않고 일을 했다.

날씨는 추웠지만 그래도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일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에 소윤 아빠와 함께 민경이네의 새로운 양액 재배가 풍성한 수확을 거두길 기원했다.  꽃샘추위도 얼른 지나가고 장미도 살아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