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박정선, 조계환/울주군 두서면 내와1길3/유기농인증번호 : 07100003/연락처 : 010-2336-0748

농부의 하루/2007년~2008년

따뜻한 봄날, 새싹이 하나둘씩 피어나고… (2007.04.10)

백화골 2009. 3. 4. 11:03

봄날이다. 고랭지라 어지간해선 녹지 않을 것 같던 날씨가 어느새 봄으로 바뀌었다. 다들 갑자기 찾아온 봄 날씨에 부지런히 밭으로 논으로 일하러 다닌다. 꽃구경 다니기 좋은 철이지만, 농촌에서는 가장 바쁜 시기라 그냥 주위 산과 들에서 하나 둘 터져 나오는 들꽃들 보는 것으로 꽃구경을 대신한다. 

올해 마을에서 하우스 두동을 빌렸다. 한 동은 지금까지처럼 토마토를 지을 계획이고, 새로 빌린 하우스는 농산물 가족회원제를 위한 여러 가지 농산물들을 재배하려 한다. 겨우내 강풍에 찢어진 곳을 하우스용 보수테이프로 정비했다.  

미생물(유기질 퇴비를 분해해서 땅과 잘 섞일 수 있도록 돕는 미생물)을 증식시키기 위해 쌀겨와 미생물을 함께 넣고 버무리고 있는 중이다. 물을 조금 부어 적당히 습기가 있는 상태로 섞은 뒤 차광막을 씌워 며칠 놓아두면 쌀겨 전체가 미생물 덩어리가 된다.

깔아놓은 퇴비 위에 증식시킨 미생물을 뿌린 뒤 땅을 간다. 

연작 장해(한곳에서 같은 작물을 연이어 재배할 경우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를 막기 위해 겨우내 걷어두었던 하우스 비닐을 다시 씌웠다. 6개월간 눈비 맞고 땅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했으니 땅심이 더욱 튼튼해졌을 터. 토마토 농사도 이제 3년째. 유기농산물 인증을 받을 수 있는 연차다. 토마토 수확이 시작되는 6월 쯤에 유기농 인증을 받을 계획이다.  

토박이 농사꾼들은 2~3시간이면 비닐 씌우기가 다 끝난다는데, 아직 초보인 우리에겐 어림없는 소리다. 

찢어진 비닐 보수한다, 너덜거리는 문짝 다시 고정시킨다, 하며 사다리 들고 하우스 주위를 몇 바퀴나 빙빙 돈 다음에야 겨우 일을 마쳤다. 2~3시간은커녕 하루해가 다 저물었다.  

토마토는 배수가 안 되면 뿌리가 썩어서 죽는다. 작년에는 삽질로 팠던 배수로를 관리기를 이용해서 더 깊게 팠다. 2∼3일은 걸릴 일이 1시간만에 끝났다. 역시 기계를 잘 활용하면 효율적이다. 그런데 관리기로 배수로 파는 일이 처음이라 몇 번 서투르게 힘을 주다가 그만 허리를 약간 삐끗했다.

아랫집 선길이가 배추 모종을 보며 웃고 있다. 마을 사람들이 일하면 어디든 따라와서 일하는 시늉을 낸다.

초봄에 양상추 씨앗을 넣었는데 뭐가 잘못됐는지 싹이 안 나와 장수군 산서면에 귀농한 한희 아빠한테서 양상추 모종을 얻어왔다. 우리 마을 기후에서 자라는 양상추는 정말 맛난다. 이 양상추는 전량 가족회원들한테 보낼 계획이다. 

애호박과 오이가 막 고개를 내밀고 있는 중이다. 도시에 사는 회원들은 호박 중에서도 애호박을 유독 좋아한다. 하지만 애호박은 친환경 재배가 굉장히 어려운 작물 중 하나다. 작기도 짧고.

날 따뜻해지니 장날 구경도 재밌다. 해마다 이맘때면 여러 가지 꽃나무며 과실나무 묘목들이 장터로 나온다.

장수에서 이 할아버지 모르면 간첩이다. 어디를 가든 등에 ‘아름다운 우리 고장, 자연환경 깨끗하게, 내가 머물던 자리는 깨끗이 치우고 갑시다’라는 표어를 붙인 차림으로 한 손엔 집게, 한 손엔 비닐봉지를 들고 쓰레기를 주우신다. 장보러 나오실 때도 어김없다.

귀농해서 처음으로 농사지었던 기억에 각별히 애착이 가는 완두콩이 힘차게 흙을 뚫고 싹을 내밀었다.

재작년 봄에 회초리 같은 묘목을 구해 마당에 심어 놓았던 매화가 올해 드디어 예쁘게 꽃을 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