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박정선, 조계환/울주군 두서면 내와1길3/유기농인증번호 : 07100003/연락처 : 010-2336-0748

농부의 하루/2007년~2008년 69

가을 걷이 끝내고 첫 서리 맞다! (2007.10.22)

고구마와 야콘, 들깨, 땅콩 농사를 마무리했다. 둘이서 수확할 생각을 하니 막막했는데, 주말마다 손님들이 와서 일손을 덜어준 덕택에 지치지 않고 가을걷이를 쉽게 끝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해본 고구마와 들깨, 땅콩 농사는 비교적 잘 되었고 처음 해본 야콘은 영 시원치 않았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농사가 잘 되어서 동네 노인분들에게 칭찬을 받는 일도 있었다. 작년엔 들깨를 제대로 못 말려가서 방앗간 아주머니에게 혼이 났는데, 올해엔 잘 말려가서 기분 좋게 기름을 짰다. 올해 우리 땅콩 별명은 ‘금땅콩’이다. 가족회원들에게 땅콩을 볶아서 보내려고 장수군 여기저기를 뒤져봤다. 방앗간에서도, 그 어디에서도 땅콩을 볶아주는 곳이 없다. 농사짓는 형님들에게 물어봐도 아무도 모른단다. 그러다 어떤 할머니에게 튀밥..

행복한 가을 걷이 시작, 좋은 이웃들... (2007.10.05)

가을이 시작됐다. 달이 바뀌면서 아침 저녁으로 찬 바람이 분다. 불 안 때고 더 버티려 했으나 아내가 감기에 걸리는 바람에 나무 보일러에 불을 넣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불 때려니 보일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새벽에 보일러 고치고, 난리를 친 끝에 집이 따뜻해졌다. 도시 있을 땐 상상도 못하던 일인데, 이제 간단한 보일러 고장 손보는 것 쯤은 일도 아니게 됐다. 쌈배추가 인기가 좋다. 여러 곳에 광고를 하지 않았는데, 인터넷에 올린지 하루만에 1주일 분이 예약되어 버릴 정도였다. 요즘 채소 값이 비싼데다, 그동안 직거래를 통해 만난 분들이 많아져서인가보다. 사실 농약 안 치고 배추 농사하기가 힘든 일이나, 주변에서 도와주는 유기농 농사 고수들도 많고, 우리와 연결된 소비자들도 조금씩 구멍 뚫린 배춧잎 쯤..

농산물 가격이 폭등해도 농민들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 (2007.09.30)

어제 올해 들어 처음으로 공판장에 상추를 출하했다. 가족회원 발송용으로 심은 상추가 좀 과하게 쏟아져 나온 데다 요즘 상추 가격이 좋다길래 새벽에 상추를 조금 따서 냈다. 그런데 오후에 확인해 보니 4kg 한 상자에 3만원이 나왔다. 첫물인 데다가 공판장에서 비인기 품종인 먹상추(약간 검은 빛이 도는 상추)를 낸 것인데도 우리가 지금까지 공판장 상추 냈던 가격 중 최고가가 나와 놀랐다. 지난주 말부터 직거래를 시작한 쌈배추 가격을 우리는 택배비 제외하고 2kg에 1만원으로 책정했다. 그런데 상추내면서 보니 요즘 쌈배추 공판장 시세가 1만3천원에서 1만5천원 정도가 나오고 있었다. 직거래를 해서 오히려 손해가 난 셈이다. 직거래 가격보다 공판장 가격이 높다니. 거의 처음 겪는 일이다. 그것도 한동안 이 가..

태풍 전야! (2007.09.15)

어제 오후에 부랴부랴 가족회원제 발송 작업을 끝내고 있는데, 평소 이것저것 우리를 많이 도와주는 '사과의 꿈'(과수원 이름이다^^) 형님한테 연락이 왔다. 태풍이 온다고 사과 따는 것 좀 급하게 도와달란다. 원래 일요일에 가기로 약속되어 있었는데, 사과 다 떨어지기 전에 따야 한다고 해서 지금 달려오라고 한다. 오후 네시 조금 넘어서 '사과의 꿈'에 가보니, 정말 난리도 아니었다. 사돈에 팔촌까지 아는 사람이란 아는 사람은 다 불렀는데, 워낙 일손이 없는 시기라 젊은 사람은 하나 없이 다 어르신들 뿐이다. 나이드신 분들은 사다리를 못 타기 때문에 높은 데 달린 사과는 못 딴다. 게다가 태풍 때문에 완전 비상 시국 같은 분위기. 절박한 기운이 농장 전체에 퍼져서 다들 미친듯이 일한다. 사다리를 타고 사과를..

폭우 속에서 쌈배추, 양상추 심기 (2007.09.06)

2주째 하염없이 비만 내리고 있다. 모든 농민들이 속을 태우며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린다. 비 피해가 엄청나다. 폭우에 쓰러진 벼, 열매가 떨어진 나무들이 또 비를 맞고 있다. 가장 피해가 큰 건 과수 농사 짓는 농민들이다.사과가 비에 떨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햇볕을 못 보니 당도가 떨어져서 직거래하는 농민들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잠들 설치며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여름 토마토 심었던 하우스에 쌈배추와 양상추, 오이, 상추를 심었다. 빗소리를 들으며 며칠째 정식을 하다보니 왠지 울해졌다. 가족회원 농산물 포장하다 짬짬이 심는 작업을 해서 3일만에 작업 완료. 네 작물 다 가족회원 농산물로 심은 것이지만 쌈배추와 양상추는 직거래로 별도 판매할 예정이다. 쌈배추는 가을이 제 맛이다. 종자가 다른 ..

때 아닌 8월 장마로 일손 멈추고, 기온 뚝… (007.08.31)

1주일 내내 비가 내린다. 진짜 장마때는 많이 안 내리던 비가 이번에 다 쏟아지나보다. 전북 부안에는 집중 호우가 내려서 많은 논밭이 쓸려내려갔다고 한다. 봄부터 열심히 농사지어 놓은 땅, 작물들 한꺼번에 사라진 농민들 마음을 생각하니 안타깝다. 장수에는 다행히 집중 호우는 내리지 않아서 비 피해는 없다. 새벽부터 일하려고 마음 먹고 일어나보면 계속 비가 내려 일이 더디다. 비 맞으며 가족회원제 농산물 포장하다보면 힘이 금세 빠진다. 지금 가장 시급한 농사 일은 김장 배추와 무를 노지 밭에 심는 일인데, 땅이 젖어서 기계가 못 들어가는데다 계속 비가 와서 작업을 못한다. 주변 많은 농민들이 안절부절하고 있다. 자연 앞에서 어쩔 수 없는 게 농사라는 걸 더 실감하게 된다. 해가 안 뜨니 이것 저것 수확량도..

녹색으로 가득한 여름 농촌 풍경 (2007.08.28)

여름이 지나간다. 장마와 폭염으로 농사짓기 참 어려운 여름이었다. 주작목인 토마토는 3주나 일찍 끝나버렸고, 이것저것 작물들이 착과가 안 되거나 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았다. 지난주까지 바닥을 치던 농산물 가격이 잠깐 올랐는데, 이유는 폭염 때문에 농사가 안 되어서다. 이것저것 수확량이 현저하게 줄었다. 가격 좋은데 팔 게 없으니 속타는 건 농민들이다. 올 여름엔 봄에 너무 힘을 쏟아 부어서 그런지, 아니면 꾀가 나서 그런지 몰라도 유난히 기운이 많이 달렸다. 힘든 여름이었지만 계절이 지나가는 게 아쉬워서 사진으로 하루를 담아봤다. 8월말에 심을 가을 양상추 모종에 물을 주는 것으로 하루 일과 시작! 해뜨기 전에 따야 하는 상추. 여름이라 성장이 늦고 금세 꽃대가 올라온다. 아침에 길을 나서는데 논 가장 ..

익명성 보장 안 되는 농촌! 착하게 살아야 한다^^ (2007.08.15)

며칠 전에 같은 마을에 사는 이웃이 벌에 쏘여 병원에 갔었다. 응급실에 누워 치료를 받고 있는데 옆 침대에 누워 있던 아저씨가 “계남면에도 말벌이 많아요?”하더란다. “네, 마을 밖에서 일하다 쏘인 거예요”라고 하면서도 좀 어안이 벙벙했다고. 생전 처음 보는 아저씨였던 것이다. 한번은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는데, 같이 먹던 사람들이 식당 아줌마를 보며 수근댔다. “저 아줌마 남편이 바람이 나서 도망갔다지? 그래도 저렇게 웃으며 사는 거 보면 참 억센 여자야” 하는 거다. 식당 손님일 뿐인 사람들이 어떻게 저 아줌마의 사생활을 낱낱이 알고 있을까? 어쩜 이토록 사생활 보장이 안 된단 말인가? 모를 수가 없는 것이다. 상황은 이랬을 게다. 아저씨가 밤늦게 음식점 집기를 부시고 부부싸움을 크게 했다. 그러면서 ..

계속되는 비, 토마토 농사 마무리 (2007.08.15)

해가 떠 있는 시간보다 흐린 날씨가 더 오래 이어진다. 지난주부터 계속 비가 내렸다. 간간히 내리는 가랑비, 종종 쏟아지는 폭우, 줄기차게 쏟아지는 소낙비, 천둥, 번개… 일하기 힘든 여름날이다. 하루종일 비 맞으며 일하다보면 금세 기력이 다 빠진다. 계속되는 비 소식에 농산물 가격 폭락에 요즘 농촌 분위기는 완전히 바닥이다. 잘 자라던 토마토가 곰팡이병이 퍼져서 수확량이 줄었다. 3년째 유기농으로 농사짓다 보니 땅도 잘 만들어졌고, 적엽(열매가 커지게 잎을 따주는 일), 적과(열매 중 작은 것을 따서 나머지들을 크게 만드는 일)도 적절히 해서 초세가 상당히 좋았다. 작년에 재작년에 비해 딱 두 배의 수확량이 나왔는데, 올해는 여기서 조금 더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지난 장마 때 담배나방유충(..

장수군 토마토 작목반장이 보낸 편지! (2007.08.10)

오랜만에 비가 조금만 내린 하루였다. 태풍도 아니고 장마도 아닌데 1주일 내내 천둥 번개와 폭우가 쏟아져 진흙탕 속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1주일을 보냈다. 찜질방 같은 하우스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토마토를 따서 나오는데 마을 이웃이 장수군 토마토 작목반장이 보낸 편지를 전해줬다. "계속되는 토마토 가격 하락으로 인하여 재배 농가 여러분들의 심적인 고통과 경제적 어려움은 우리 토마토 연합회원들이 풀어나가야할 숙제인 것 같습니다 ---- 금년에는 늘어난 재배면적과 소비부진으로 인하여 작년 이맘때와 비교하여 농가수취가격이 30% 이내로 떨어졌습니다. ----- 1, 2,3번과만 출하하고 4번과 이후의 토마토나 기형과, 기스과는 가족, 친지들과 나누어 드시고 출하하지 마십시오...." 토마토 가격이 완전 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