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박정선, 조계환/울주군 두서면 내와1길3/유기농인증번호 : 07100003/연락처 : 010-2336-0748

농부의 하루/2007년~2008년

고삼뿌리 (2007.04.19)

백화골 2009. 3. 4. 11:04

지난주에 관리기로 배수로를 파다가 삐끗했던 허리가 다 나았나 싶었는데, 그저께 마을 공동 작업을 하다 다시 삐끗했다. 서 있기도 힘들 정도로 허리가 아파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았다. 귀농해서 처음으로 병원에 갔다. 그동안 감기 한번 안 걸리고 건강하게 살았는데, 너무 건강을 과신했나보다.

어제는 원래 장수군에서 친환경으로 농사짓는 사람들끼리 모여 고삼뿌리를 캐기로 한 날이었다. 고삼뿌리 달인 물은 살균 작용이 뛰어나고 특히 진딧물 방제에 효과가 좋기 때문에, 친환경 농사짓는 사람들 사이에선 고삼이 없어서 못 구하는 귀한 식물이다. 장수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친환경 농업인들을 위해 일부러 고삼을 재배해둔 것이다.

하지만 때맞춰 허리에 탈이 나는 바람에 고삼뿌리 캐는 작업에 참여하지 못했다. 하루종일 쉴 수밖에 없었다. 오랜만에 집에서 국선도 수련을 했다(국선도는 한국의 요가라고 할 수 있는 건강 수련법으로 스트레칭과 명상, 단전호흡으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주는 아주 좋은 운동이다).

몸이 풀리고 허리가 조금 나아졌다. 낮에는 근처 숯가마에도 다녀왔다. 그러고 집에 돌아오니 윗집 용민이네가 고맙게도 하루종일 힘들여 캐온 고삼뿌리를 넉넉하게 나누어주는 것이 아닌가.

쓰디쓴 고삼뿌리 달인 물게다가 고삼뿌리가 허리 아픈데도 좋다며 달여 먹으라고 충고까지 해준다. 얼른 고삼뿌리 하나를 씻어 달여 먹어 보았다. 으악, 그런데 그 맛이란!!! 정말 상상을 초월할 만큼 무지무지하게 썼다. 관절염, 신경통에 좋은 효과가 있다고는 하나 이 쓴 걸 어떻게 마시나? 이러니까 해충들이 다 죽는구나 싶었다.

달여놓은 고삼뿌리 물은 그냥 요즘 배추와 케일에 막 퍼지기 시작한 벼룩벌레 잡는 데나 쓰기로 했다. 지난 겨울이 워낙 따뜻했기 때문에 올해는 일찍부터 병충해가 극성일거라고 한다. 윗집에서 나눠준 고마운 고삼뿌리는 올 한 해 우리 농사에 큰 보탬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