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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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07년~2008년

계속되는 비, 토마토 농사 마무리 (2007.08.15)

백화골 2009. 3. 4. 11:28

해가 떠 있는 시간보다 흐린 날씨가 더 오래 이어진다. 지난주부터 계속 비가 내렸다. 간간히 내리는 가랑비, 종종 쏟아지는 폭우, 줄기차게 쏟아지는 소낙비, 천둥, 번개… 일하기 힘든 여름날이다. 하루종일 비 맞으며 일하다보면 금세 기력이 다 빠진다. 계속되는 비 소식에 농산물 가격 폭락에 요즘 농촌 분위기는 완전히 바닥이다.

 잘 자라던 토마토가 곰팡이병이 퍼져서 수확량이 줄었다. 3년째 유기농으로 농사짓다 보니 땅도 잘 만들어졌고, 적엽(열매가 커지게 잎을 따주는 일), 적과(열매 중 작은 것을 따서 나머지들을 크게 만드는 일)도 적절히 해서 초세가 상당히 좋았다. 작년에 재작년에 비해 딱 두 배의 수확량이 나왔는데, 올해는 여기서 조금 더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지난 장마 때 담배나방유충(토마토나 고추에 구멍을 뚫는 벌레, 해충)을 잡는다고 곤충병원성 선충이란 천적을 물에 타서 스프링클러로 저녁 때 뿌렸다. 천적은 살아있는 것이기 때문에 택배로 받자마자 뿌려야 한다, 그래서 급한 데로 스프링클러를 돌렸다. 그런데, 아침에 가보니 곰팡이병이 잎에 퍼지기 시작한 게 아닌가! 원래 토마토에는 잎에다 가급적 물을 주지 않는 게 원칙이다. 가장 초보적인 토마토 재배 상식이고, 항상 기억했던 일인데, 잠깐 생각을 못하고 그것도 해진 후에 스프링클러를 돌린 것이다. 물기가 많이 남아 있던 데다가 장마 때여서 하룻밤 만에 곰팡이 병이 도졌다.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 농사는 경험하지 않으면 배울 수 없는 게 많다. 아무튼, 곰팡이병 덕택에 올해 토마토 농사가 일찍 끝나버렸다. 지난 월요일에 미리 주문받았던 마지막 토마토를 출하하고 이제 밭을 정리하는 일만 남았다. 작년 가을부터 땅을 만들고 이른 봄부터 참 열심히 준비해서 농사지었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다행스러운 것은 곰팡이 병이 도졌어도 수확량은 작년과 비슷하다는 점이다. 초세가 워낙 좋아서 피해가 크지 않았다.

 주변에 방치되는 토마토 밭이 늘어난다. 전국적으로 토마토 가격이 폭락하여 주변에서 친환경으로 농사짓는 이웃들도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는 워낙에 작은 규모로 농사짓는데다 곰팡이병으로 수확량이 줄어드는 바람에 판매하는 데 고생하지는 않았지만, 토마토 가격이 떨어질수록 주문이 줄어드는 걸 실감했다. 올해 토마토 가격이 폭락한 가장 큰 이유는 지방 행정 기관에서 나서서 토마토 농사를 장려해서다. 한미 FTA를 이기기 위해서는 ‘집중 육성 작목’에 투자를 해야 한다면서 장수군을 비롯한 전국의 많은 농촌 지방자치단체에서 토마토 농사를 부추겼다.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시설 투자한 농민들 빚만 더 많아졌다. 전반적인 농촌 붕괴가 가속화되는 듯, 토마토 농사를 마무리하면서 왠지 마음이 편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