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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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09년

참외 정글과 토마토 숲

백화골 2009. 6. 22. 00:27

장마가 시작되었다는데 비가 많이 내리지 않는다. 찔끔 찔끔 비가 내리곤 내리 쨍쨍 해가 뜬다. 서울에는 비가 많이 내렸는지 비 피해 없느냐고 연락이 오는데, 여긴 웬일인지 비가 많이 내리지 않는다. 작년에도 장마 기간 내내 비가 많이 안 왔는데 올해도 비슷할 것 같다. 습도만 높아서 더 덥게 느껴지는 날씨다.

금요일 오후 가족회원 농산물 발송을 서둘러 끝내고 2차 대파를 심었다. 대파는 씨를 넣고 물을 아주 많이 주어 모종을 키워 옮겨심기를 한다. 조금만 시기가 지나면 꽃대가 올라와서 기간 조절을 잘 해야 한다.

토마토 잎이 많이 자라서 하우스가 숲처럼 변했다. 수확 2, 3주 전인 지금이 토마토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할 때다. 적화(적당히 꽃 따주기)와 적과(달린 열매 수량 조절하기), 적엽(너무 많이 자란 잎 잘라내기) 등 ‘3적’을 잘 해주어야 한다. 이중에서도 적엽이 제일 어렵다. 어지간하면 그냥 놔두고, 거름기가 너무 많아 잎이 지나치게 자랐을 경우 열매 바로 밑 잎(이 잎에서 광합성 작용을 해서 토마토로 영양분이 간다)만 그대로 두고 나머지 잎들 끝이나 중간을 잘라준다. 그래야 토마토가 잎과 줄기만 무성하게 자라려던 기운이 꺾인다.

참외 정글이다. 한 1주일 하도 바빠서 관리를 못해줬더니 금세 이렇게 됐다. 참외 곁순 치는 일은 참 복잡하고 어렵다. 제대로 순을 안 쳐주면 무성해져서 공기가 안 통하게 되고 곰팡이병, 흰가루병이 온다. 참외 곁순 치고 적엽하는 일을 하다보면 토마토 작업은 또 아주 쉬운 일 같다. 시간이 정말 많이 걸린다.

참외 곁순 제거 및 유인 작업이 몇 미터도 진도가 나가지 못했는데 금세 해가 진다.

어제 아침에 택배가 한 박스 도착했다. 매일 택배를 보내기는 하지만 받는 일은 많지 않다. 열어보니 미역과 반건조 오징어, 쥐포가 들어있다. 얼마 전에 고향이 삼척인 후배가 며칠 머물다 간 일이 있는데, 고향집에 와 있다보니 산골에 사는 우리가 생각나 선물을 보냈다고 보다. 국회의원 보좌관 일을 하고 있는데, 착하고 배려심 많은 성격이라 그 의원 참 일할 맛 나겠다고 후배 떠난 후에 이야기했었다. 둘이서 감동하며 쥐포 한 개를 구워 먹으니 얼마나 맛나던지.

하우스에서 일을 하는데 참새가 한 마리 주변을 배회한다. 논에서는 벼를 먹는 나쁜 놈들이지만 밭에서는 청벌레 같은 해충을 잡아먹는 천적 노릇을 한다. 요즘 참새가 많아지면서 농작물에 벌레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무당벌레와 참새 덕분에 농사 짓기 참 좋다.

참외 줄기에서 왕성하게 뻗어 나오던 덩굴손이 이웃해 자라는 방울토마토 하나를 따 버렸다. 방울토마토가 이웃을 잘못 만나 고생이다.

서울에는 비가 많이 내린다는데 어제 오전 내내 비가 내리지 않았다.

얼마 전에 심은 브로콜리에 벌레가 징글징글하다. 여름 브로콜리가 어렵다더니 대단하다. 생장점 부분에 벌레 알이 그득하다. 손으로 일일이 씻어 주었다. 이 삼일에 한번씩 이렇게 벌레를 잡아주어야 하니, 앞으로 여름 브로콜리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장담을 못하겠다.

날이 흐려지고, 비가 온다는데 포장작업을 한다고 레미콘 차가 계속 다닌다. 어찌나 시끄럽고 먼지가 많이 나는지 신경이 곤두섰다.

오후 세시가 되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서둘러 들깨 모종을 심었다. 요놈도 물이 많아야 활착을 잘 하기 때문에 꼭 비 오는 날 심어야 한다. 해질 무렵까지 겨우겨우 들깨를 심었다. 어깨도 뻐근하고 힘들다.

오늘 아침, 장마 기간이라는데 역시 해가 쨍쨍이다. 요즘 좀 무리하며 일을 하더니 아내가 급기야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고 몸이 아프다고 때굴때굴 구른다. 오랜만에 오전 내내 집에서 푹 쉬었더니 몸도 금세 좋아지고, 그간 쌓인 피로도 풀린다. 

어제 비가 내려선지 이불이 축축해서 일광욕을 했다. 매일 햇볕에 빨래 말리고 이불 말릴 수 있는 건 시골 생활의 축복이다.

어제 내린 비의 양이다. 정말 조금 내렸다.

오늘은 하지다. 하지감자를 캐는 날, 감자들이 잎이 노랗게 변해서 캐달라고 난리다.

전주에 사는 회원 가족과 친구분이 감자 캐는 일을 도와주었다. 올해 가뭄이 심해서인지 노지 감자가 크기가 작다. 그래도 오랜만에 여러 사람이 함께 일을 하니 힘이 난다. 힘차게 삽질하고 정리하고 금세 또 해가 진다. 마당에서 삽겹살과 오징어, 오늘 캔 감자를 함께 구워 먹었다. 손님들이 떠나고 정리를 하고 나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