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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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09년

봄 작물 수확, 풀 뽑고 곁순 지르고… 5월이 지나가다

백화골 2009. 6. 2. 22:53

브로콜리, 하우스 감자, 배추, 봄무 등 봄 작물 수확을 마쳤다. 2월 중순부터 땅 만들어 씨를 넣고, 춥고 따뜻한 날씨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와 병충해를 이기며 키워온 소중한 작물들이다. 지난 2주 동안 봄작물을 수확하느라 무척 바쁘게 지냈다. 그러다 보니 벌써 5월이 지나갔다. 아쉬운 마음도 잠시, 어느새 밭 구석구석에 풀들이 기세 좋게 자라기 시작하고 토마토와 고추, 참외 곁순이 손길을 기다린다.

너무 바빠서 신경 못 썼더니 풀들이 야금야금 밭 가장자리를 점령하고 있다. 지금 풀을 못 잡고 장마를 맞으면 풀이 사람 키만큼 자란다.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낫을 들고 나섰다.

하우스 끝에 심은 대파가 풀에 갇혀 자라지 못하고 있다. 마음이 답답하다.

풀 뽑는 일처럼 속 시원한 일도 없다. 풀들을 뽑아내고 깨끗하게 정리된 밭을 보면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듯 기분이 좋아진다. 농사는 어찌 보면 참 단순한 일이다.

참외 곁순은 매일 쳐줘도 또 자란다. 곁순 치는 법도 어려워 이리 저리 재어가며 가위질을 해야 한다.

토마토도 마찬가지. 생명의 기운이 느껴질 만큼 곁순이 빨리 자란다. 곁순을 빨리 안 쳐주면 열매로 갈 양분이 곁순으로 가서 농사를 망친다.

하우스 감자가 그럭저럭 잘 컸다. 3, 4월에 액비를 참 많이 줘서 인지 꽃이 안 펴서 걱정을 했는데, 꽃 안 피고도 잘 자랐다. 보통 감자는 꽃이 핀 다음 2, 3주 후에 수확한다. 그런데 이번에 우리 하우스 감자는 성장세가 너무 좋아서인지 꽃 피는 과정을 생략하고 감자가 주렁주렁 달렸다.

농산물 선별하는 것에 대해서는 농가 마다 생각이 다르다. 공판장 내는 것은 대부분 최고로 좋은 놈만 낸다. 크기와 때깔만 주로 보는 관행 때문에 제일 위쪽에는 좋은 놈을 깔고 밑에는 안 좋은 걸 조금씩 섞는 경우가 많다. 친환경 농사 짓는 사람들은 아예 선별을 안 하는 경우도 있다. 선별하면 나머지 자잘한 것들은 누가 먹느냐는 것이다. 일리 있는 말이긴 하지만 우리는 어쨌든 크기와 때깔을 중시하는 기존 풍토를 무시할 수 없어서 상품으로 팔지 못하는 정도의 것은 선별한다. 크기가 적당하고 좋은 놈들과 조림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알감자만 따로 선별해서 회원에게 보내고, 호미날에 찍혔거나 모양이 많이 울퉁불퉁하거나 파랗게 된 부분이 있는 감자는 따로 빼서 우리가 먹는다. 크기가 크지도 않고 그렇다고 알감자에 넣기도 어려운 애매한 크기의 감자는 따로 빼서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용으로 나누어준다.

모양과 색깔 때문에 천대 받는 주키니 호박. ‘중국집에서나 쓰는 호박을 누가 먹으려고 하나요?’ 하는 얘기를 도시 사람들에게서 몇 번 들은 뒤부터는 애호박이 달리기 전까지만 대체 농산물로 보내고 있다. 사실 주키니 호박도 잘만 요리하면 애호박 못지않게 맛있는데. 애호박보다 훨씬 빨리 크고 잔손 갈 일이 없어 재배하기 쉬운 효자 작물이긴 하지만, 사랑해주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 애호박이 달리기 시작하면 곧 정리될 운명이다.

올해 참 우리를 기쁘게 했던 브로콜리. 그동안 브로콜리 때문에 얼마나 애를 먹었던지! 우리가 이렇게 예쁜 브로콜리를 키우는 데 성공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종자와 재배 시기, 날씨, 하우스 환경, 방제법 등 여러 요인이 잘 맞아 떨어진 결과다.

톡톡이 벌레로 작살나던 봄무, 유기농 방제제인 제충국 추출액으로 톡톡히 벌레의 기세를 몇 번 꺾어준 덕에 잘 컸다. 물론 봄무라 생으로 먹기에는 쓰다. 조림 요리에 넣어 먹으니 맛있다.

무를 보내며 무청은 작업장 처마 밑에 매달아 말리기 시작했다. 가지런히 매달린 무청이 보기 좋다.

감자 심었던 자리를 삼지창으로 깊게 뒤집었다. 트랙터는 봄에 한번만 사용하기로 했다. 기계를 쓰면 편하긴 하지만 최대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밭에 무거운 기계가 자꾸 들어가면 땅이 다져져 여러 모로 좋지 않다. 힘들지만 운동한다 셈치고 열심히 삼지창으로 쟁기질을 했다.

갓 캐고 따온 감자와 호박만으로도 한 끼 식사가 행복하다.

호주로 이민 간 친구가 놀러온 김에 오전엔 함께 일을 하고 오후에 가장 가까운 바다인 남해로 바닷물을 뜨러 갔다. 바닷물은 천연 미네랄 성분으로 토마토나 참외에 적당히 희석해서 주면 당도가 높아진다. 오랜만에 아름다운 남해 바다 구경도 하고 회도 먹으며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요즘 일교차가 너무 크다. 낮에는 28도, 아침엔 8도까지 내려간다. 무려 20도 이상 온도 차이가 난다. 극심한 일교차 때문에 올해 봄 작물 수확 시기가 늦어진다고 한다. 노지에 심은 비트와 양상추가 수확 시기가 지났는데도 아직 덜 컸다. 크기는 작지만 일교차 때문에 맛은 기가 막힐 것 같다.

애호박 꽃이 피었다. 애호박은 처음에 암꽃만 핀다. 수꽃이 한참 후에 피는데, 이를 모르고 처음 재배하던 땐 얼마나 걱정을 했던지. 인공 수정이라도 시켜주려고 수꽃 빌릴 곳을 찾아다니기까지 했었다.

토마토에 열매가 맺혔다. 이 상태로 한 달은 커야 수확이 가능하다. 이때부터 물을 조금씩 자주 주고, 토마토 수확 2주 전부터 바닷물이나 한방영양제로 맛을 내고, 수확 바로 전부터는 물주는 횟수를 줄인다. 그래야 당도가 높아진다. 맛 좋은 토마토가 유독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