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박정선, 조계환/울주군 두서면 내와1길3/유기농인증번호 : 07100003/연락처 : 010-2336-0748

농부의 하루/2013년~2016년

작은 농부의 소박한 여름 농사가 시작되다

백화골 2014. 6. 8. 21:46


소형 태풍급 바람이 지나가고 며칠이 지났습니다. 생각보다 큰 피해가 있어서 충격을 받았지만 며칠 동안 차분하게 복구 작업을 하니 백화골에 다시 평화로운 일상이 찾아왔습니다. 흐린 날씨가 이어져서 일하기 좋았습니다. 봄 농사가 제법 잘 되어서 수확량은 예년에 비해 그리 떨어지지 않을 것 같네요. 다행입니다.

 


날아간 부직포를 다시 깔고 풀을 매고 살아남은 당근들을 보살펴주었습니다. 이제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납니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 덕에 즐겁게 농사지었던 봄날이 가고 이제 여름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고랭지 백화골의 여름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덥고 밤에는 시원합니다. 일교차 큰 여름날씨 덕분에 농부도 일하기 좋고 작물도 단단하고 맛있습니다.

 

 

쓰러졌던 옥수수가 부스스 다시 일어났습니다. 이놈들, 다시 일어날 줄 알았습니다. 농사 초년생 시절에는 심한 바람에 옥수수가 쓰러지면 다음날 억지로 일으켜 세우기도 하고, 옥수수 농사 망했다고 심난해 하기도 했었지요. 그런데 몇 해 지켜보니, 옥수수는 바람에 쓰러지기도 잘 하지만, 어느새 제 혼자 스르르 일어나기도 잘 하더군요. 기적처럼 다시 일어난 옥수수를 보니 기운이 납니다. 한 달 정도 지나면 맛있는 옥수수를 맛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람에 한방 크게 맞았던 야콘과 강낭콩, 고추도 조금씩 기운을 차려갑니다. 쓰러진 지주대를 세워주고 양말끈으로 고추 양 옆을 꽁꽁 묶어주니 고추는 언제 그런 바람이 왔었냐는 듯이 똑바로 서서 여름을 맞이합니다.



이번에 당근과 함께 제일 피해가 큰 작물이 단호박입니다. 사실 그냥 심어만 놓아도 잘 자라는 비교적 쉬운 작물인데, 때 아닌 바람에 줄기가 꺾여서 반 이상이 죽어버렸습니다. 그래도 살아남은 놈들은 어느새 하루가 다르게 쑥쑥 줄기를 뻗어갑니다. 부족한 분량만큼 서둘러서 다시 파종을 했습니다. 단호박 파종 시기로는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뒤늦은 가을에라도 수확할 수 있기를 바라며 단호박 씨를 넣었습니다. 

 


막 수확을 앞둔 완두콩과 생채, 아욱도 바람 피해를 며칠 사이 극복하고 다시 예쁜 녹색으로 돌아왔습니다. 어젯밤 갑작스레 쏟아진 한줄기 시원한 빗줄기가 상처를 극복하고 있는 작물들에게 훌륭한 치유 도우미가 되어주었습니다.  

 


브로콜리, 양배추, 콜라비입니다. 하나둘씩 꽃이 피고 포기가 차 갑니다. 올해 유난히도 청벌레가 많아서 초기에 힘들었는데 이제 한시름 놓았습니다. 다음 주부터 차례차례 수확해서 발송할 예정입니다. 
 


주렁주렁 열리기 시작한 오이와 애호박도 여름의 시작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마늘과 감자 수확, 가을 작물 심을 준비, 비닐하우스에 2차 작물 파종, 살아남은 노지 작물 관리 및 수확 등 철에 맞는 할 일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매년 똑같이 반복되는 듯 하지만 매년이 각각 다른 농사일! 올 여름엔 또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