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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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13년~2016년

2014년 농사 시작, 삽질하며 감자 심다

백화골 2014. 2. 25. 14:47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오고 있습니다. 올해로 10년째 농사철을 맞이하고 있는 백화골에서도 이런 저런 준비가 한창입니다. 겨우내 가고 싶었던 나라로 여행도 다녀오고 읽고 싶었던 책도 실컷 읽으며 행복하게 보내서인지 농사 준비하는 몸과 마음이 가볍습니다. 사진은 타이완 르웨탄에서 미리 봄을 맞는 모습입니다^^...

 


가을에 갑자기 찾아온 강추위로 미처 정리하지 못했던 밭 정리로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고추 지주대를 정리하고 있자니 ‘아 이제 시작이구나’하는 마음이 듭니다. 밭에서 혼자 일하는 시간 참 고요하고 좋습니다.

 

 

유기농으로 농사짓는 든든한 이웃인 딸부자집 현중이네서 토종 고추와 호박, 옥수수, 오이 등의 씨앗을 나눠주어 고추부터 파종을 했습니다. 물에 불려서 촉을 틔우고 상토 속에 넣어주니 며칠 만에 싹이 나왔습니다.

 


양배추, 브로콜리, 컬리플라워, 봄배추, 대파 등 여러 가지 봄 작물들도 파종을 했습니다. 아침에 모종 온상에 가서 막 올라온 싹을 바라보고 있으면 참 기분이 좋습니다. 이 시절이 작물에게는 가장 중요한 때라서 농부들은 노심초사 어디 가지도 못하고 갓난아이처럼 보살펴줘야 합니다.

 

 

오랜만에 다시 삽을 들었습니다. 유기농 농사는 땅심이 중요하기 때문에 트랙터 같은 대형 기계는 최소한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그래서 주요 작물이 들어가는 비닐하우스는 트랙터를 일체 사용하지 않고 아주 작은 미니포크레인이나 삽으로 땅을 뒤집습니다. 올해는 삽으로만 뒤집기로 했습니다. 겨우내 땅심을 살리기 위해 심어놓은 호밀도 잘 자라서 흙냄새가 더 좋습니다. 하지만 삽질은 역시 힘든 일, 헉헉대며 겨우겨우 해나가는데 마침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습니다.

 

 

서울에서 함께 일하던 직장 선배님들이 가족과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삽질에 힘을 보태주었습니다. 둘이서 하면 며칠 걸릴 일을 하루 만에 끝내버렸네요. 하우스에 감자 심기까지 마쳤습니다.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빠른 시간에 일이 끝나버려 하우스에서 캔 냉이를 안주 삼아 기분 좋게 막걸리를 마셨습니다.

 

 

선배님들이 가고 이번엔 학교 후배가 찾아와 삽질 대장정에 동참했습니다. 한 삽 한 삽 뒤집으며 108배 하듯 수행 삽질을 합니다. 봄바람이 불어오는 백화골 밭은 좋은 수행처입니다.  오늘의 이 삽질이 소중한 유기농 농사의 한 걸음 한 걸음이란 생각이 듭니다. 2014년 백화골 농사가 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