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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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13년~2016년

장마철 틈틈이 마늘 캐고 당근 수확

백화골 2014. 7. 6. 15:47

 


원래 봄철은 가물 때가 많긴 하지만, 올해는 유독 이상 고온을 보인 날이 많아서였는지 더더욱 봄가뭄이 메마르게 느껴졌었지요. 하지만 7월 장마가 시작되면서 이제 메마른 시기는 완전히 끝이 났습니다. 더 이상 짙푸러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산과 들이 짙은 녹색으로 물이 올랐습니다.


장마철이 시작되면 농부들은 마음이 급해집니다. 땅속에 있는 작물들이 오랜 비에 상하기 전에 모두 캐야 하기 때문이지요. 다행히 올해는 다양한 나라의 우퍼들이 많이 백화골에 찾아와 도와준 덕에 땅속 작물들을 모두 제 때 잘 수확했습니다. 얼마나 고마운 손길들인지 모르겠어요.

 


감자 수확은 태국, 싱가폴, 한국, 호주 우퍼들의 도움으로 장마 전에 무사히 다 끝내고 이어서 마늘 수확에 들어갔습니다. 3월에 백화골에 왔다가 다시 찾아온 반가운 프랑스 친구 제시카와 1년째 한국 여행 중인 일명 ‘레전드급(?) 우퍼’ 크리스와 함께 마늘 수확을 했습니다. 마늘은 크기는 작지만 생각보다 깊이 뿌리를 박고 내려가기 때문에 캐기가 수월치 않은 작물입니다. 더구나 조금이라도 흠집을 내면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흠을 내지 않기 위해 최대한 조심조심 삽질을 해야 합니다. 다행히 마늘 작황이 좋은 편이라 일하는 손에 절로 흥이 실립니다.

 


수확한 마늘을 제대로 말리는 것도 큰일입니다. 자칫 잘못해서 말리는 과정에서 실수라도 하게 되면 애써 키운 마늘에 곰팡이가 앉을 수도 있으니까요. 마늘 캐는 시기가 대부분 장마철과 겹치기 때문에 보송보송하게 잘 말리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마늘을 말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사광선이 비치지 않고 바람은 잘 통하는 곳에 거꾸로 묶어서 매달아놓는 것입니다. 이런 곳으로 처마 밑보다 더 좋은 곳은 없지요. 갓 캔 햇마늘을 다발 다발 엮어서 걸어놓으니 집 전체에 진한 마늘 냄새가 진동합니다. 네, 프랑스 우퍼 말처럼 적어도 우리 집에 뱀파이어가 습격할 일은 없겠어요. ^^


며칠에 걸친 마늘 캐기 작업이 다 끝난 뒤, 쉴 틈도 없이 이번엔 바로 당근밭으로 건너갑니다. 올봄 큰 바람에 반 정도가 부러져 죽는 피해를 입었던 당근 밭. 하지만 살아남은 당근들은 이렇게 무럭무럭 예쁘게 잘 자라주었답니다.

 

 

감자와 마늘에 비하면 당근 수확은 룰루랄라 거저나 마찬가입니다. 잎 부분을 손잡이처럼 잡고서 그냥 위로 잡아당기기만 하면 쑥쑥 잘 뽑히거든요. 흙을 털어내고, 잎 부분을 잘라낸 뒤 좋은 당근과 흠 당근으로 구별해 차곡차곡 담기만 하면 끝!

 


일직선으로 곧게 뻗은 예쁜 당근들은 회원분들께 보내드릴 거고요, 뿌리가 갈래갈래 갈라지거나 구멍이 뚫려있는 못생긴 흠당근들은 농부들 차지입니다. 당근을 수확하자마자 프랑스 우퍼가 곧바로 만들어준 당근 샐러드예요. 강판에 곱게 간 당근과 작게 썰어 프라이팬에 볶은 감자를 함께 섞었습니다. 소금과 후추 약간씩 넣고요. 신선하면서도 부드럽게 씹히는 당근 맛이 아주 일품이네요.

 


땅 속 작물들 수확이 다 끝났으니 이제 남은 큰일은 가을 농사 준비입니다. 빈 밭 정리하고 거름 넣고, 쟁기질해서 뒤엎고, 골 만들어 새로 심고... 어휴, 당근 수확까지 끝나고 나면 한시름 돌릴 줄 알았는데 어느새 또 가을 농사 준비가 코앞에 다가왔네요. 겨울이 오기 전까지는 하루도 쉴 틈이 없는 농부의 일상. 하지만 바빠도 좋아요. 어딜 봐도 싱그러운 아름다운 계절, 7월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