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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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13년~2016년

바쁜 봄날 하루, 백화골 풍경

백화골 2014. 4. 15. 22:59

 


따뜻하다 못해 살짝 땀까지 나는 봄날입니다. 집 앞 낙엽송 숲에 한 그루 박혀있는 벚꽃나무도 드디어 꽃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날이 풀리는 속도와 비례해 백화골 농부들도 급속도로 바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하루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봅니다.

 


동트기 무섭게 일어나 뒷산부터 오르기 시작합니다. 산에 가는 이유는 일찍 올라오기 시작한 첫고사리 때문입니다. 올 봄이 유난히 따뜻하다더니, 역시나 산나물 들나물 올라오는 속도가 예년과 다릅니다. 평년보다 무려 1주일이나 빨리 첫고사리가 올라왔습니다. 산에서 내려와 보니, 우거진 가시덤불을 헤치고 다니느라 다리가 온통 긁힌 자국 투성이가 되고 말았네요.

 


얼른 고사리를 삶아서 널어 말린 뒤, 밤에 집안에 들여놨던 돼지감자도 꺼내서 다시 펼쳐놓습니다. 요즘 봄볕이 워낙 좋아 오늘 하루만 더 꺼내 놓으면 돼지감자는 완전히 다 마를 것 같습니다. 말린 돼지감자는 볶아서 먹거나 차를 끓여 먹기 좋습니다.

 


모종 하우스로 가서 밤에 덮어두었던 비닐과 담요를 걷어내고 물을 흠뻑 줍니다. 갓 씨를 넣어 아직 싹이 나오지 않은 것도 있고, 어서 밭으로 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놈들도 있네요.

 


이번에는 감자를 심은 하우스로 내려가서 이중터널 비닐을 벗겨줍니다. 해마다 일찍 하우스 감자를 심는데, 올해는 백화골에 작은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감자싹이 단 한 곳도 빠짐없이 100% 다 올라왔어요. 감자싹이 잘 올라온 해에도 보통 네 다섯 군데 정도는 빈 구멍이 있기 마련이었는데, 올해는 정말 한 군데도 빠짐없이 싹이 올라왔네요. 이런 걸 농부의 소소한 즐거움이라고 하지요. ^^

 


어제 그물망을 설치해 놓은 하우스에 오이와 애호박을 심기 시작합니다. 애호박은 사방팔방 뻗어나가는 작물이라 널찍하게, 오이는 한 줄만 남겨서 위로 곧게 유인할 예정이므로 조금 바싹바싹 심습니다. 오이 애호박을 다 심고 나니 시간은 어느 새 한낮. 하우스 안에서 일하려니 제법 땀이 나는 날씨입니다.

 


밥을 먹고 난 뒤 노지밭으로 향합니다. 추비를 듬뿍 넣어가며 키운 마늘밭을 돌아보며 어느 새 자란 잡초를 뽑아냅니다.

 


마늘밭을 다 돌아보고 아랫밭 쪽으로 내려가는데 앗, 완두콩과 자주감자가 싹이 나기 시작했네요. 두 가지 작물 모두 올해 백화골 첫 우퍼였던 프랑스 친구 제시카가 심어준 작물인데, 싹이 난 걸 알면 참 좋아할 것 같아요. 감자밭과 완두콩밭 싹 난 곳을 돌아보며 비닐 속에 갇혀 나오지 못하는 싹이 있으면 꺼내주고, 싹이 올라오기 쉽도록 뭉친 흙덩이는 곱게 풀어주는 일을 합니다.

 


남은 오후는 내내 쌈배추와 브로콜리 모종 옮겨심기를 했습니다. 사실 며칠 전부터 일기예보를 보면서 오늘을 디데이로 삼고 노지 작물 옮겨심는 날로 기다려 왔지요. 앞으로 한동안은 최저온도가 3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것으로 나오거든요. 비교적 추위에 강한 콜라비, 배추, 브로콜리, 양배추, 로메인 상추, 양상추 모종들을 오늘과 내일 모두 옮겨심기 할 예정입니다. 일기예보를 보니 모레는 마침 때맞춰 비가 와준다고 하네요.

 


낮이 길어져서 6시가 넘어가도 아직 한참 일할 만합니다. 모종 심는 일을 끝내고 호스를 끌어와 물을 주는 것으로 하루 일을 마무리합니다. 오늘 참 꽉 차게 일했네요. 빡빡하긴 했지만 즐거운 봄날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