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박정선, 조계환/울주군 두서면 내와1길3/유기농인증번호 : 07100003/연락처 : 010-2336-0748

상추 34

10월의 끝, 11월의 시작!

영하로 온도가 내려가면 노지 작물들이 죽을 수도 있는데 다행히 아슬아슬하게 아침 최저 기온이 0도까지만 내려갔습니다. 1주일에 한번 정도씩 비가 내리고 맑은 날씨가 계속되어 작물들이 잘 자라고 있습니다. 태풍 이후에 다시 발송을 재개할 수 있을까? 회비를 다 채워서 농산물을 보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순조롭게 수확과 발송작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느새 10월의 끝! 앞산 빛깔이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네요. 아니, 하루 단위가 아니라 시시각각으로 변해가는 것 같아요. 시간만 있다면 매일 똑같은 곳을 똑같은 시간에 사진 찍어서 자연의 변화를 눈으로 확인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습니다. 날씨가 추워서 아침엔 몇 겹이나 옷을 껴입고 일을 합니다. 사진으로 보이는 건 무랑 콜라비 밭이에요. 오돌오돌 추위를 타는..

추석 방학 끝

추석이 지나갔네요. 추석 전후 혼란스런 택배 대란을 피하기 위해 부득이 2주 연이어 발송을 쉬는 동안, 저희는 근처 과수원 가서 일손도 돕고, 다음 작기 작물들도 심으며 평온하게 임시 방학을 보냈습니다. 추석은 지나가고 이제 오랜만의 휴가 기간도 끝나갑니다. 다시 바쁘게 수확하고 발송하는 일이 기다리고 있네요. 햇볕이 쨍쨍~ 입니다. 고랭지 장수도 덥습니다. 추석이 지나서까지 이렇게 더운 것은 처음인 것 같아요. 이제 곧 이 더위도 물러가겠지요. 발송을 안 하는 동안에도 밭에선 꾸준히 농산물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덕분에 평소 잘 못 먹던 우리 농산물들을 이번 기회에 아주 실컷 먹었습니다. 이웃들과도 넉넉히 나누었고요. 피클 오이와 방울 토마토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배가 부를 때까지 먹기도 했답니다. 추석..

가을 배추, 무 수확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걷으면 언제나 안개가 자욱합니다. 한낮의 청명하고 따가운 가을 햇살을 예고하는 안개입니다. 차가운 아침 기온에 콧물을 훌쩍이며 일하다보면 어느새 선명하게 올라온 가을 햇살이 축축한 세상을 보송보송하게 말려줍니다. 지난주에 수확을 끝내고 마당에 나란히 나란히 누워 몸을 말리고 있는 땅콩과 고구마들도 하루하루 잘 마르고 있는 맑은 가을날들입니다. 배추를 수확했습니다. 이번 주 가족회원 발송 품목은 김치거리 3종 세트 - 배추, 무, 열무가 주인공입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뛰던 배추값 때문에 햇김치를 그리워만 했던 분이 계시다면 김장 전에 햇김치 한 번 맛있게 담아 드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배추를 수확하면서 보니 무름병에 걸려있거나 속까지 벌레의 집중 공격을 받은 놈들도 ..

가을걷이

본격적인 수확철이 시작되어 백화골의 하루하루는 캐고, 따고, 정리하느라 바쁩니다. 지난 여름의 폭우, 폭염 피해가 농산물에 묻어나와 한숨이 쉬어지기도 하고, 고생한 생각을 하면 까마득하기도 하지만 농산물 수확하는 순간의 기쁨과 뿌듯함은 말할 수 없는 행복을 느끼게 해줍니다. 올해도 역시 땅콩 캐기로 수확철을 시작했습니다. 오른쪽 땅콩밭을 다 캐고 나면 왼쪽의 고구마 밭을 캘 예정입니다. 땅콩은 비가 많이 오고 날씨가 안 좋았는데도 그럭저럭 잘 들었습니다. 땅콩 캐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일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는 지루한 일이기도 합니다. 지나가던 할머니들이 밭 가운데까지 들어와서 한동안 구경하시다가 “품삯도 안 나오겠구먼” 하며 한숨을 쉬고 갑니다. 농사일이 대부분 품삯도 안 나오..

추석 연휴 농사 일기

추석 연휴 건강하게 보내셨나요. 저희는 발송 작업이 1주일 넘게 중단된 덕에 오랜만에 휴가를 가졌습니다. 마음 편하게 일할 계획을 세워 놓고 하루하루 이런저런 가을일을 하며 지냈습니다. 수험생이 추석 연휴 동안 모자란 공부를 모아서 하듯, 그동안 밀렸던 일들을 하다 보니 어느새 10일이 훌쩍 지나가버렸네요. 날씨가 정말 좋습니다. 이제 추수철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애국가에 나올 법한 파란 하늘 보며 기분 좋게 일하고 있습니다. 토마토밭과 들깨밭을 정리하고 알타리무, 열무, 쌈배추, 상추, 시금치, 청경채, 아욱 등을 심었습니다. 올해 너무 날씨가 더워서 가을 작물을 조금 늦게 심었습니다. 다들 찬바람을 좋아하는 작물들이거든요. 날씨가 요즘처럼만 이어진다면 10월 안에 하나 둘씩 발송할 수 있을 ..

토마토, 상추 심고, 풀 뽑으며 여름을 맞다

6월이 시작되자마자 더위가 찾아왔습니다. 물론 고랭지 장수는 다른 지방처럼 심하게 덥지는 않아요. 그냥 낮 한 때 일하면 땀이 흐를 정도랍니다. 밤에 불 안 때고 자면 새벽에 추워요. 예년 같으면 5월이 지나가면서 일이 조금은 한가해졌는데 올해는 더 바빠지네요. 봄 냉해 때문에 조금 늦어진 일정과 기계 사용을 줄이면서 일이 많아졌습니다. 하루도 쉬지 못하고 계속 일만 하며 지내는 나날들입니다. 하루 평균 일하는 시간이 최소 12~13시간입니다. 몸은 힘들지만 그래도 도시에서처럼 문득 문득 ‘도대체 내가 지금 뭐하고 있나’ 하는 회의가 밀려오지 않아 좋습니다. 내가 지금 무슨 일을 왜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아는 것, 이것도 농사일의 매력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토마토 모종을 짱짱하게 키웠습니다. 귀농 1년..

오랜만에 해가 나온 소중한 하루

오랜만에 백화골에 해가 났다. 하루종일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 때문에 농산물가족회원 발송을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아침 나절 잠깐동안만 비가 내리더니 먹구름 사이를 헤집고 푸른 하늘이 간만에 고개를 내밀었다. 힘들게 나온 해를 보니 얼마나 반갑고 기분이 좋던지. 아직 장마가 끝난 것은 아니라는데, 힘내서 농사지으라고 하늘이 하루 맑은 날을 내려줬나 보다 하면서 부지런히 밭에서 일했다. 애호박이 거의 열매를 맺지 못했다. 해가 안 뜨면 수확량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 확 줄어든 적은 처음이다. 참 어려운 시기로군 하며 몇 개 안 되는 애호박을 따서 돌아와야 했다. 이른봄에 심어 냉해를 입었던 가시 오이. 한동안 비실비실 하더니 막판에 기운차게 뻗어 올라간다. 하우스 천장까지 줄을 타고 ..

7월 농산물가족회원 안내

장마 예보가 없어진 첫 여름. 예보가 없어져서일까요. 질금질금 장맛비가 내릴 철인데 어디로 갔는지 장마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아열대 지방 날씨처럼 하루종일 쨍쨍 내리쬐다가 갑자기 스콜 같은 빗줄기가 쏟아지다 마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장마가 없으니 작물 관리하기는 편하지만, 한 해 두 해가 다르게 급변하는 기후가 걱정스럽기만 합니다. 6월까지는 여름에 ‘초’자가 붙었지만, 7월은 이제 본격적인 한여름의 시작입니다. 한낮의 온도가 수시로 30도를 넘나드니 더위에 약한 작물들은 잘 자라지 못합니다. 상추, 양상추, 양배추, 브로콜리, 각종 쌈채소류, 시금치, 무, 배추... 모두 더위에 약한 작물들입니다. 그나마 장수는 일교차가 크고 서늘한 고랭지 기후라 여름 농사가 그렇게 힘들지만은 않습니다. ..

첫 발송

새벽 5시 저절로 눈이 떠진다. 오늘은 올해 농산물 첫 발송을 하는 날. 나름대로 의미 있는 기념일이다. 어제 저녁 늦게까지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고 어떤 농산물을 보낼지 상의하느라 피곤했는데도 몸이 가볍다. 백화산에 올랐다. 고사리 채취 이후 처음이다. 날씨가 더워서 금세 땀이 난다. 그동안 고이 아껴둔 취나물 밭으로 갔다. 역시 취나물이 많다. 산에서 자생하는 취나물은 참취, 수리취, 미역취, 곰취 등이 있는데, 곰취는 동이나물이라는 독초와 비슷하게 생겨서 아예 따지 않는다. 자연산 취나물은 향이 무척 강하다. 생으로 먹어도 좋고 된장국에 넣거나 데쳐서 고추장이나 간장에 묻혀 먹어도 좋다. 산에서 내려와 보니 아내가 상추를 따고 있다. 날짜를 맞춰놓고 재배하여 첫 잎을 땄다. 상추는 첫 잎이 제일 맛있..

장마와 함께 떠오르는 상추의 추억 (2008.06.18)

고랭지인 장수에선 여름에 상추 농사를 많이들 짓는다. 상추는 서늘한 기온을 좋아하는데, 한여름 불볕 더위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상추가 녹아내릴 때도 장수에선 품질 좋은 상추 출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노지 상추가 힘을 못 쓰는 장마철이나 태풍이 지나가는 철에는 상추값이 껑충 뛰기 때문에 잘만 하면 흡족하게 돈을 만질 수도 있다. 귀농 첫 해와 둘째 해에 우리도 연이어 2년 동안 여름 상추 농사를 지었다. 올해도 상추를 심긴 했지만, 소규모 회원 발송용으로 500주 정도만 심어 키우고 있으니 상추 농사 짓는다고 하긴 어렵다. 예전에 일본어 공부하는 한 선배가 "일본어, 처음엔 정말 쉬워보이거든. 근데 웃으며 시작했다가 울며 끝나는 게 바로 일본어야."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상추 농사 지으며 그 선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