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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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09년

첫 발송

백화골 2009. 5. 11. 21:38

새벽 5시 저절로 눈이 떠진다. 오늘은 올해 농산물 첫 발송을 하는 날. 나름대로 의미 있는 기념일이다. 어제 저녁 늦게까지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고 어떤 농산물을 보낼지 상의하느라 피곤했는데도 몸이 가볍다.

백화산에 올랐다. 고사리 채취 이후 처음이다. 날씨가 더워서 금세 땀이 난다. 그동안 고이 아껴둔 취나물 밭으로 갔다. 역시 취나물이 많다. 산에서 자생하는 취나물은 참취, 수리취, 미역취, 곰취 등이 있는데, 곰취는 동이나물이라는 독초와 비슷하게 생겨서 아예 따지 않는다. 자연산 취나물은 향이 무척 강하다. 생으로 먹어도 좋고 된장국에 넣거나 데쳐서 고추장이나 간장에 묻혀 먹어도 좋다.

산에서 내려와 보니 아내가 상추를 따고 있다. 날짜를 맞춰놓고 재배하여 첫 잎을 땄다. 상추는 첫 잎이 제일 맛있다. 싱싱하고 부드럽다. 요즘 극심한 일교차 때문에 잎이 두껍고 사각사각한 것이 거의 감자칩 수준이다. 손끝으로 먼저 느껴지는 톡톡 소리가 좋다.

산에서 나물을 채취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돌나물은 군락지를 발견하지 못하면 채취하는 데 시간이 아주 많이 걸린다. 그리고 꼭 뱀이 나올만한 곳에 있어서 스르륵 하는 바람 소리만 들려도 몸이 오쓱해진다. 오늘도 서너 번 바람 소리에 살짝 놀랐다. 작년엔 아내가 돌나물을 따다가 뱀을 밟을 뻔했다.

깊은 산 속에 있는 머위다. 쓴맛이 오히려 달게 느껴지니 신기하다. 머위는 금방 금방 자라지 않기 때문에 여기저기 군락지들을 평소 잘 보아 두어야 한다.

미나리를 베어왔다. 가물어서인지 미나리가 많지 않아 채취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더군다나 크지 않은 새순이라 다른 풀들과 함께 채취해올 수밖에 없는데, 일일이 고르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요렇게 예쁘게 골라 놓으니 보기에 참 좋다. 야생 미나리라 그런지 향이 아주 강하다. 시장에서 파는 미나리는 보통 부드럽기만 하고 향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 깨끗한 물에서 자라는 야생 미나리는 조금 질기기는 하지만 맛있다.

새벽부터 시작한 발송 작업이 오후 6시 택배 차 올 때가 돼서야 끝났다. 첫 발송이라 이것저것 시간도 많이 들고 힘이 들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발송작업을 하니 재미있다. 하루종일 신나게 100m 달리기를 한 기분이다. 마음과 달리 몸은 피곤하다. 하지만 저녁밥상에 오늘 채취한 미나리를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에 무쳐 올려놓으니 행복하다. 입안에서 맑은 미나리의 향기가 핑 돈다. 미나리가 피를 맑게 해준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힘들었지만 행복한 하루, 올해 첫 발송의 날이 끝났다.